(446) 프렌치 커넥션-10
여자는 웃고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다.
“혹시… 홍두깨님…?”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여자가 홍두깨라고?
“여전히 예쁘시군요. 십년 전의 동영상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네요.”
“저를… 저를 잘 아세요?”
“네, 조금… 당신이 나를 아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
유미는 예상과 달리 여자가 나타난 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저도 여자니 이제 경계심을 푸세요.
자, 나갈까요? 정원의 한적하고 조용한 곳을 알아요.”
유미는 여자를 따라 마로니에 나무가 즐비하게 도열해 있는 곳의 한적한 벤치로 갔다.
“난 이자벨이라고 해요.
물론 한국 이름도 있지만 요즘엔 여기서 쓸 일이 별로 없어요.”
소개를 하는 여자를 바라보니 전에 이브리의 아파트 단지에서 만났던 꼬마가
이자벨이 사는 집이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이유진씨와는 어떻게 되는 사이죠?”
여자는 그저 미소를 지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여자는 꽤나 근사한 미소와 몸을 갖고 있어 비호감은 아니었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다만 당신보다 더 오래된 관계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참, 수표는 가져오셨나요?”
“수표는 무엇과 바꾸는 거죠?”
“답례품이 있다는 걸 말씀드렸을 텐데….”
“동영상 파일 원본? 단지 그거로만…?”
유미가 협상의 물꼬를 텄다. 여자가 희미하게 웃었다.
“당신은 그 파장을 아주 가볍게 생각하시는군요.
당신은 생각보다 알려진 인물이던데.”
“그거라면 좀 과하네요. 난 돈 많은 재벌도 아니고….”
“당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군요.
자 그럼,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떨까요? ‘죄와 벌’이 있어요.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하죠. 죗값이라고 하죠.”
“무슨 의미죠?”
“의미를 모르실 만큼 아둔한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여자가 미소를 거두고 싸늘한 눈초리로 유미를 쏘아보며 말했다.
“한 남자의 인생이 끝났어요.”
“그럼, 당신은 이유진이….”
유미는 이유진이 죽은 걸 아느냐고 물으려다 멈추었다.
“그래요. 사건을 알고 있어요.”
“믿을 수 없어요.”
유미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여자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덮을 수 있나요?”
여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알고 있죠? 그걸 알려준 사람이 누구죠?”
“그건 거래가 이루어진 다음에 알려드리죠.”
“만약 덮는다면, 제가 당신의 무엇을 근거로 믿고 돈을 주어야 하는 거죠?
게다가 배후가 있어서 계속 괴롭힌다면?”
“배후는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 참 못 믿으시네요.
좋아요. 이유진에게 직접 들었다면요?”
이게 무슨 홍두깨 같은 소리인가?
“네?”
“물론 당신의 근황이나 연락처나 그런 건 다른 데서 제공받았지만요.”
“이해를 할 수가 없군….”
유미는 커진 동공과 벌린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그럼, 몇 년 전에 사진전을 열었던 그 사진작가가…?”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이유진은 살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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