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3) 프렌치 커넥션-7
섹스 후에 인규는 유미에게 요리를 해 주기 위해 부엌에 있었다.
포만감에 젖은 섹스는 금방 위장의 허기를 몰고 온다.
요리사 과정을 이수 중인 예비 요리사 인규는 벌거벗은 채 부엌에서 휘파람을 불며
경쾌하게 당근과 감자를 채썰고 있던 중이다.
유진이 누른 벨소리를 듣고 유미는 부엌문을 닫고 인규의 옷을 침대 밑에 급히 감추었다.
사태를 알아차린 인규는 부엌에 갇힌 채 경악상태에 빠져 있었다.
가끔 유미는 차라리 유진에게 인규의 존재를 눈치채게 하고 싶기도 했다.
애초에 황인규는 이유진을 자극하기 위한 도구나 마찬가지 아닌가.
아, 하지만 이건… 유미는 이유진을 맞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다.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
유미가 슬립 위에 가운을 걸치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갑자기 보고 싶어서… 그런데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했나 보지?”
“응, 피곤해서 일찍 자려구….”
이유진은 별 의심없이 흐트러진 침대 위를 바라보았다.
왠지 그는 자신의 생각에 골똘히 빠져있는 모습이었는데
눈빛이 이상하게 공허하게 느껴졌다.
“오빠, 무슨 일이 있었어?”
“… 묻고 싶은 게 있어.”
“뭔데?”
“넌 정말 나를 사랑하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유미는 부엌에 있는 인규가 신경이 쓰여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지 말고 오빠, 우리 나가서 밥 먹으며 얘기할까?”
그러자 유진이 유미의 팔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재차 물었다.
“대답해 봐.”
“으음… 너무 사랑하지.”
“그래?”
“응….”
“그럼, 지금 짐 챙겨.”
“무슨 소리야?”
“떠나자. 간단히 짐 챙겨. 차 갖고 왔어. 이유는 나중에 얘기해 줄게.”
“어딜 가는데?”
“좀 급해. 너 태우고 작업실에 잠깐 들러서 나도 뭘 좀 챙겨서 떠나려고.”
“글쎄, 어디로?”
“우선 당분간 떠났다가 사태를 보고….”
“왜?”
“그건… 나중에 차차 말해줄게.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널 사랑해서라는 것뿐. 넌 날 믿지?”
이유진이 유미의 어깨를 붙들고 유미를 응시한 채 물었다.
유미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을 느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유진에게 무슨 급한 사태가 일어난 게 분명했다.
“그럼, 차에 가 있어, 오빠. 내가 짐 챙길 테니까. 이게 무슨 날벼락이래?”
그 와중에도 유미는 이유진을 황인규와 떼어놓기 위해
온갖 잔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아, 목이 타. 나 물 좀 줘. 아! 냉장고의 찬물 좀 꺼내 마셔야겠다.”
이유진이 부엌 쪽으로 걸어가려 하자 유미가 급히 가로막았다.
“오빠는 침대 위에 잠깐 앉아 있어. 안색이 안 좋다. 내가 찬물 가져다 줄게.”
유미가 유진이 침대에 걸터앉는 걸 보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 문 뒤에는 벌거벗은 황인규가 식칼을 든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부엌은 출구 없는 감옥과 마찬가지였다.
유미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유미가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꺼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 이유진이 무언가를 손에 쥐고 유미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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