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 프렌치 커넥션-8
그것은 남자의 팬티였다.
침대 밑에 밀어 넣은 그것이 어떻게 이유진의 손에 들어 있지?
유미 또한 그걸 처음 본다는 듯이,
뭐지? 하는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미처 침대 밑에 제대로 숨기지 못한 걸까?
“이거 뭐니?”
“오빠, 진정해. 이건 다만….”
이유진이 이를 갈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
“너, 대놓고 창녀질이니?”
“그게 아니라… 오빠. 요즘 내게 뜨뜻미지근한 오빠가 미웠어.”
그때 이유진이 팬티를 유미의 얼굴로 집어던지고는 집 안을 둘러보다
득달같이 부엌으로 뛰어들었다.
“아앗, 안돼!”
유미가 따라 들어갔을 때는 좁은 부엌 안에서 인규가 기겁을 하며
유진을 향해서 정신없이 식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유진은 능숙하게 인규를 제압하여 팔목을 비틀었다.
유진의 손에 칼이 들어가면 인규가 당장에 죽을 거 같았다.
두 남자의 필사적인 몸싸움으로 부엌집기들이 떨어졌다.
그때 유미의 눈에 압력밥솥이 눈에 띄었다.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유미는 그것으로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유진의 뒷머리를 향해서 가격했다.
순간, 이유진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동시에 겁에 질린 인규가 이유진의 어깨에 칼을 꽂았다.
유진은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
유진의 어깨에서 부엌의 타일바닥으로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벌거벗고 있는 인규의 몸에도 피가 튀어 있었다.
유미와 인규, 두 사람은 잠시 멍하게 서로 마주 보았다.
짧은 순간, 마치 자신들의 온몸에서도 피가 모조리 빠져나간듯 하얀 현기증이 일었다.
유미가 소리를 짜내어 물었다.
“죽었어?”
“모르겠어. 그런 거 같아.”
인규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면 어떡해! 확인해 봐!”
유미가 소리를 질렀다.
“죽었어. 숨을 안 쉬어.”
유미가 머리를 싸쥐고 주저앉았다.
이유진의 얼굴을 잠깐 일별했다.
그는 무심하게 눈을 뜨고 유미를 바라보는 듯했다.
갑자기 유진의 눈에서 피눈물이 주르르 흘러나왔다.
무서웠다.
유미는 인규에게 명령했다.
“눈을 감기고 얼굴을 안 보이게 돌려놔.”
인규는 유진의 몸을 뒤집었다.
“아아, 도대체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유미는 엎드린 유진을 보고 냉정하게 정신을 차리자고 다짐했다.
떨고 있는 인규를 향해 유미가 말했다.
“인규씨,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이건 꿈이 아니야.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야 해.”
유미는 침대시트를 가져와 유진을 덮고는 서울에서 들고 왔던 이민가방에
유진의 시체를 인규의 도움으로 집어넣었다.
마침 유진의 차는 골목에 주차되어 있었고
2월의 춥고 어두운 거리에 인적은 없었다.
트렁크에 그걸 싣고 유미는 유진의 작업실로 운전해갔다.
아무래도 그게 나을 거 같았다.
그리고 그날 밤,
작업실 부근의 숲 덤불에 차에서 꺼낸 유진의 시체를 유기했다.
유진의 작업실 내부는 잠겨 있어서 그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유미의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살인의 흔적을 지우고 몸을 씻고 미친 듯
섹스를 하고 독주를 마시고는 뻗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유미는 집주인 폴에게 핑계를 대고 열쇠를 빌려
유진의 원룸을 뒤져 물건들을 정리해 왔다.
그리고 짐을 챙겨 인규와 베네치아로 떠나 숨어지냈다.
베네치아에서 인규와 유미는 마음의 지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야차처럼 그악스레 달려들어 몸을 불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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