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42) 프렌치 커넥션-6

오늘의 쉼터 2015. 4. 13. 00:00

(442) 프렌치 커넥션-6 

 

 

 

 

하지만 그런 상황이 유미에게는 연애에 더 감질이 나게 했다.

 

게다가 냉정과 열정을 수시로 냉탕과 온탕 드나들 듯이 제멋대로 조절하는

 

이유진이 어떨 때는 얄미웠다.

 

쉽게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는 적수처럼 늘 유미를 긴장하게 만드는 남자였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유미를 조금씩 피하는 눈치였다.

 

만나자고 해도 작업할 게 많다는 둥, 촬영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둥 핑계를 댔다.

 

또 언제부턴가는 그의 눈빛이 불안과 공허의 중간쯤을 맴도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여자가 새로 생긴 걸까? 아니면 숨겨둔 여자가 있는 걸까?

 

그럴 때마다 유미는 자신의 생일날, 처음 유진의 방에 왔을 때 보았던 현상사진 속의

 

누드모델을 떠올렸다.

불안한 기류가 흐르던 그 무렵, 한 남자가 둘의 인생에 끼어들어왔다.

 

어느 날, 우연히 한국식당에서 황인규를 보게 되었다.

 

점심으로 비빔밥이나 한 그릇 사먹고 가려고 홀로 들른 한적한 식당에

 

영어를 쓰는 사람들만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콩글리시’를 쓰는 한국 사람의 억양이 들려왔다.

 

‘코리안 칵테일’이라는 한국의 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마 폭탄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했다.

 

 ‘리얼리?’ ‘오 마이 갓!’ 웃음과 섞인 좌중의 그런 반응을 이끌어내는 남자가 궁금해서

 

바라본 순간, ‘오 마이 갓!’ 유미는 그가 지완의 남편 황인규라는 걸 알아봤다.

 

유미와 눈이 마주친 그도 말을 멈추고 바라보다 눈이 커졌다.

 

유미에게 와서 악수를 청한 그는, 프랑스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두 달 동안 프랑스에 머무른다고 했다.

 

이제 거의 막바지라 3주 후면 요리공부를 하고 있는 이태리로 다시 떠난다고 했다.

 

유미는 자신도 유학 중임을 얘기하고,

 

1년 반이나 떨어져 있었다는 한국에 있는 지완과 아이들의 소식을 물었다.

 

일행이 곧 식사를 끝내고 일어서는 시점이라 서로 연락처만 주고받은 뒤에 헤어졌다.

며칠이 지나 몽파르나스 타워에 있는 카페 레스토랑에서 함께 저녁이나 먹자며

 

인규가 유미에게 연락했다.

 

인규는 와인이 들어가자 끈적한 눈빛이 되었다.

 

오래 굶주린 짐승의 눈빛. 왜 아니겠는가.

 

첫날은 그대로 헤어졌다.

 

두 번째 만남은 유미가 그 답례로 자신의 집에 식사 초대를 했다.

 

그때는 못 이기는 척하고 인규의 유혹에 넘어가서 함께 잤다.

 

아니 유미가 오히려 인규를 조종했다.

 

유미는 인규를 테스트하고 싶었다.

 

이유진의 질투심과 관심을 끌기 위해 그를 이용할 수 있을지를.

 

많이 굶주린 인규는 그가 만든 어떤 요리보다 맛있는 성찬인 유미와의 섹스에

 

기꺼이 굴복했고 정신없이 탐닉했다.

 

유미 또한 묘한 희열을 느꼈다. 모든 걸 다 갖춘 친구의 남편을 빼앗는다는

 

묘한 만족감과 이유진의 모호한 태도를 응징하는 승리감이었다.

 

게다가 황인규와의 섹스는 너무도 좋았다.

 

사실 처음엔 별 기대없이 장난처럼 시작된 섹스였지만,

 

충만감이라기보다는 포만감에 가까운 섹스였다.

 

마치 정글 속 포식자들의 성찬처럼 질펀하고 흐벅진 맛이 있었다.

 

황인규는 몸과 정신 그리고 말투와 매너가 솔직하고 야생적이고 진취적이었다.

 

유미는 그의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녀보다 황인규가 더 했다.

 

그는 마치 강력한 환각제나 마약에 빠진 사람처럼 유미에게 급속히 중독되기 시작했다.

 

자신이 만나 본 어떤 암컷보다 새로운 품종개량종이라며,

 

이 종(種)을 위해서는 자신이 종(從)이 되어도 여한이 없다고 흥분했다.

 

이유진이 느슨한 틈을 타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만났다.

그러던 어느 날,

 

이유진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다.

 

마침 그날은 황인규가 찾아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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