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9) 프렌치 커넥션-3
오늘은 서울 가는 왕복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유미는
마침 시내 몽테뉴 가의 샤넬 매장에 들러 핸드백을 하나 샀다.
베르나르가 집에 있을까 싶어 전화했더니 그는 마침 집에 있었다.
“베르나르, 부탁한 내 꽃 다 됐어?”
“어제 마지막 마무리 다 했지. 어디야? 오오, 나의 꽃!”
“당신의 집 근처.”
“얼른 와. 보고 싶어. 그리고 보여줄게.”
베르나르는 유미와 동갑이었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편해서 친밀하게 반말을 하기로 했다.
거실에 앉아 있으니 한창 작업하다 나왔는지
그의 몸에서는 짙은 소나무 향의 테레빈유 냄새가 났다.
그가 차가운 샴페인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
샴페인 한 모금을 입에 문 그가 유미의 입술을 열고 술을 부었다.
술이 그의 수염으로 흘러내렸다.
유미는 샴페인으로 젖은 그의 수염을 혀끝으로 핥고 입술로 빨았다.
“씻고 올게.”
“아냐, 씻지 마. 나 테레빈유 냄새 너무 좋아해. 참 먼저 보여줄래?”
베르나르는 유미를 작업실로 데리고 갔다.
“어머, 세상에! 완벽해.”
“당연하지. 누구 실력인데.”
유미가 탄성을 질렀다.
앤디 워홀의 ‘플라워’ 시리즈 중의 하나가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다니엘에게서 에릭에게 건네지기 전에 유미는
오리지널을 들고 와서 베르나르에게 먼저 모사를 맡겼던 것이다.
그 옆에는 좀 전까지 작업했던 건지 피카소의 ‘우는 여인’이 미완성인 채로 서 있었다.
“포장해 둬. 모레 차 갖고 와서 실어갈게.”
“알았어. 로즈, 이젠 너의 꽃을 보여 줘.”
“그런데 저 피카소는 누구 거야?”
“비밀.”
“좋아. 베르나르와 나의 모든 비밀은 무엇이든 무덤까지 갖고 가는 거야.
비밀이야. 에릭에게도, 다니엘에게도. 누구에게든.”
“난 그런 건 목숨 걸고 지켜. 그림 그리는 것보다 그게 훨씬 더 중요한 거니까.”
“조만간 피카소를 부탁하게 될 거야.”
“피카소는 특히 내 전문이지. 걱정 말고. 자, 이리 와.”
베르나르는 유미의 손을 끌고 침실로 데려갔다.
거칠게 옷을 벗겨내는 베르나르의 손길을 살짝 제지하며 유미는
풍성한 붓처럼 멋진 그의 갈색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무엇보다도 내가 제일 맘에 드는 그림은 베르나르가 내 몸에 수염으로 그리는 그림이야.”
유미는 등을 보인 채로 엎드렸다.
베르나르를 만나고 나서 등이 그토록이나 못 견디게 좋은 성감대인 걸 처음 발견했다.
“난 사실 붓으로 그리는 것보다는 정이나 망치로 쪼는 조각이 더 좋은데. ㅋㅋ”
“난 요즘 터치가 부드러운 그림이 좋아. 베르나르, 부드럽게 그려줘.”
유미가 눈을 감았다.
테레빈유 냄새가 밴 베르나르가 유미의 등과 엉덩이를 오르내리며 수염으로 애무를 하자
유미는 마치 자신의 몸이 캔버스처럼 색으로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베르나르는 더 이상 감질나서 못 참겠다는 듯이 유미의 두 다리를 번쩍
가위 날처럼 벌리고 대들었다.
“로즈, 네 꽃이 예쁘게 피었다.”
베르나르의 수염이 아래에 닿자 눈을 감은 유미에게 조지아 오키프의
붉은 겹꽃의 이미지가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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