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37) 프렌치 커넥션-1

오늘의 쉼터 2015. 4. 9. 23:49

(437) 프렌치 커넥션-1

 

 

다니엘과 계약약혼 기간이 벌써 두 달이 되었다.

 

그동안 파리는 여름이 무르익기 시작했다.

 

바캉스철로 접어들기 시작하자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들끓었다.

 

다니엘은 노르망디나 남프랑스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자고 제안했지만, 유미는 사양했다.

 

대신에 어차피 몇 주간 이어지는 프랑스의 바캉스로 거의 모든 화랑이 문을 닫고

 

사업이 마비 상태니 휴가차 한국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계약서상으로는 다니엘이 갑이고 유미가 을인 관계지만,

 

실은 두 사람의 관계는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유혹의 심리전에서 유미는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유미는 나약하고 때로는 광포한 양날의 칼 같은 다니엘의 성격에 재빨리 적응해서

 

이제는 유능한 검객처럼 그를 잘 이용하고 있었다.

 

그를 자극해 광포한 섹스를 가끔 즐기게도 되었으며,

 

예전에는 수줍게 고개 숙였던 그의 물건을 코브라 춤을 추게도 만들었다.

 

다니엘은 언제부턴가 유미의 피리 소리에 조종되는 한 마리 늙은 코브라가 되었다.

그 사이에 윤조미술관이 원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을 거래했다.

 

유미는 커미션을 챙길 뿐 아니라 정가와 스페셜 영수증의 차액 중에서 20%를 떼어 냈다.

 

특히 에릭을 통해서 데미안 허스트의 ‘나비’를 넘겨주고는 10억이나 되는 돈을 한꺼번에

 

챙길 수 있었다.

 

또한 에릭이 원하는 앤디 워홀의 ‘플라워’와 마티스의 유화도 다니엘에게서 넘겨주었다.

 

기브앤드테이크 정신에 입각한 페어플레이를 한 셈이다.

 

유미는 에릭과의 거래에서 원하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과 돈을 수중에 넣었다.

 

나머지는 섹스….

 

에릭과 유미는 서로 욕망의 저울질만 미묘하게 했을 뿐 아직 섹스를 나누진 않았다.

 

아버지의 여자라는 약점과 위험 때문일까.

 

둘 사이엔 미묘한 밀고 당기기의 긴장이 있었다.

 

다만 에릭과의 거래나 만남은 오히려 다니엘을 조종하는 유익한 미끼로 이용되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미끼를 아껴야 했다.

얼마 전에는 용준이 출장 와서 1주일 동안 유미의 방에 머물다 갔다.

 

물론 용준과는 회포도 몸도 풀었다.

 

용준이 있는 동안 다니엘의 눈빛과 몸은 더욱 결기와 생기로 가득 찼다.

 

다니엘, 참 이상한 남자다.

 

가끔 그런 생각도 들지만 자동차를 잘 몰면 되지 수리나 정비까지

 

손수 할 필요는 없다고 유미는 생각한다.

 

용준과는 미술관 관련 실무를 도와주기도 했고,

 

1박 2일은 브르타뉴 해변으로 여행을 했다.

 

용준은 해외 작품 구매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자신의 실무능력에 윤조미술관이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자랑했다.

 

곧 출산이 임박한 강애리가 산후조리를 끝낸 8월 말쯤에는 수집한 작품으로

 

‘세계거장전’을 기획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조만간 윤동진이 파리에 출장 와서 로즈라는 여자를 만나

 

감사를 전하고 싶어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 회장이 개인적으로 피카소의 작품을 구해 달라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미는 그 모든 이야기를 무심하게, 그러나 미묘한 미소를 머금고 들었다.

유미는 가진 돈으로 다니엘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을 싸게 구입하고,

 

에릭의 조언대로 경매에 싸게 나온 그림들을 따로 구입해서 모았다.

 

어느 날, 다니엘에게 유미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해 보았다.

 

한국에 다니엘 뒤시엘 화랑 지점을 열고 싶다고.

 

하지만 이름만 빌릴 뿐 실제로는 자신이 작지만 소박하게 화랑을 시작해 운영하고 싶다고.

 

다니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국으로 도망가는 건 아니겠지?”

“제가 화랑을 열어야 오히려 당신과 오래 끈이 이어진다는 걸 모르세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면 당신과의 관계에서 당신이 말하는 그 연애의 원근법도 생기고요.”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9) 프렌치 커넥션-3  (0) 2015.04.12
(438) 프렌치 커넥션-2  (0) 2015.04.12
(436) 위험한 약속-17  (0) 2015.04.09
(435) 위험한 약속-16  (0) 2015.04.09
(434) 위험한 약속-15  (0) 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