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36) 위험한 약속-17

오늘의 쉼터 2015. 4. 9. 23:43

(436) 위험한 약속-17

 

 

유미는 저도 모르게 찢어진 옷으로 겨우 몸을 가리고 다니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유미는 다니엘의 그런 모습이 낯설었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도 아니고 이게 뭐지?

“바른대로 말해. 너 젊은 에릭을 유혹하고 싶지?”

“에릭이 전화를 했어요. 우린 사업상 만났고요.

 

아버지와 잘 지내고 싶다고 했어요.

 

사업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난 두 사람을 돕고 싶었어요.”

“너의 욕망을 솔직하게 말해!”

다니엘이 이글거리는 짐승의 눈빛으로 다가와 다그쳤다.

“내일 당장 파혼해도 좋아요. 솔직히 말할게요.

 

당신은 여자의 몸과 마음을 이해 못하는 잔인한 사람이고 에릭은 친절했어요.

 

그게 다예요. 아무 일도 없었어요.

 

하지만 내 욕망요? 그래요. 난 당신의 사랑이 필요한 젊은 여자예요.”

남자로서 제 구실을 못하는 다니엘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전가하는 말이었다.

 

다니엘이 다가와 유미의 뺨을 갈겼다.

“더러운 창녀 같은 년!”

그 말을 듣자 유미 또한 머리가 휙 돌았다.

 

이 세상에서 유미가 제일 싫어하는 말을 듣는 순간이었다.

 

유미 또한 옷을 감쌌던 손을 들어 다니엘의 뺨을 힘껏 올려 붙였다.

 

찢어진 옷이 너덜거리며 흘러내렸다.

 

가죽이 반쯤 벗겨져 도륙당하는 짐승의 신음을 내며 유미는 다니엘의 눈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하이드씨로 변한 다니엘은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더니

 

반쯤 옷이 벗겨져 나간 유미의 옷을 한 손에 찢어 내고 유미를 침대로 밀쳤다.

아아, 이 남자가 다니엘이 맞나? 다니엘의 온몸에서 열기와 광기가 뿜어 나왔다.

 

그가 유미의 몸을 올라타고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는 옷을 찢듯이 거칠게 벗었다.

 

그의 무엇이 이토록 그를 흥분시키나. 분명 유미의 몸은 아니다.

 

그가 자신의 속에서 나오는 어떤 분노와 폭력으로 스스로 몸을 불태우고 있는 느낌이었다.

 

놀랍게도 늘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의 물건이 어느새 팽팽하게 독이 올라 있었다.

 

전희도 뭐도 없이 그가 그것을 불도저, 아니 탱크처럼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다.

 

내심 충격과 놀라움으로 긴장해 있던 유미는 본능적으로 저항했다.

 

섹스가 아니라 일종의 폭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니엘은 일방적인 섹스를 끝내고 유미의 몸에 엎어진 채로 꼼짝하지 않았다.

 

그의 몸의 하중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갑자기 그가 복상사를 한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 흔들어 보니 어이없게도 그는 잠들어 있었다.

 

기가 막혔다.

 

이런 모욕적인 섹스라니….

 

유미는 심란한 마음으로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아침이 되자 다니엘의 태도는 딴판이 되었다.

 

유미는 일어나자마자 아무 말 없이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는 유미에게 석고대죄를 하고 용서를 빌었다.

 

찌질이처럼 눈물마저 찔끔거렸다.

“용서해 줘. 로즈를 너무 사랑해서 그래. 로즈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난 어제 천국과 지옥을 함께 맛보았어. 떠나지 말아 줘.

 

떠나려면 나와 함께 가자. 천국이든 지옥이든.” 

 

결국 그는 마티스의 유화 한 점을 들고 와서 애걸복걸했다.

 

그의 입으로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을 것이며 만약 쓰게 된다면 원하는

 

그림을 한 점씩 가져가도 좋다고 했다.

 

병 주고 약 주는 그의 처사가 치사하고 가증스러웠지만,

 

사실 폭력이라면 유미도 그에게 답례로 귀싸대기 한 대를 돌려주지 않았는가.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유미는 못 이기는 척 그림을 받았다.

 

모르긴 해도 5천은 될 것이다.

 

유미는 이참에 한껏 비굴해진 다니엘의 고삐를 쥐고 자신의 목적지로 내처 몰아갔다.

 

다니엘에게서 YB와의 작품 거래시 가짜 영수증에 관한 확답을 명쾌하게 받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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