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8) 프렌치 커넥션-2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진 않을 거 같네.”
“당신은 좀 더 사업상 진취적일 필요가 있어요.”
“그래. 로즈가 원한다면 도와주지.”
“정말이죠? 당신은 정말 멋져. 이러니까 내가 당신에게서 헤어나질 못한다니까.”
“요런 깍쟁이!”
다니엘이 유미의 볼을 꼬집었다.
유미가 다니엘의 목을 껴안고 쪽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이번에 서울 가서 사업 구상과 계획을 세워 보겠어요.”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돼. 우리 계약도 새로 갱신해야 하잖아.”
짐작대로 계약약혼은 자동 연장되나 보다.
“계약 만료 전엔 올게요. 아니면 당신이 서울에 와도 되고요.”
“음, 그래.”
“다니엘, 화랑을 열려면 제가 그림을 좀 더 사야겠어요.
에릭의 경매회사에도 좀 부탁하고….”
다니엘의 눈치를 보며 유미가 생긋 웃었다.
다니엘의 호흡이 살짝 거칠어지는 걸 느끼며 유미가 말했다.
“아유, 또! 또! 그러지 말아요.
에릭과 손을 잡으니 덕분에 매출도 더 오르고 작품 흐름도 파악하고 좋잖아요.”
“뭐, 그래. 로즈 덕분이지. 로즈의 손을 하나씩 양쪽에서 잡아서
그렇지 로즈가 손을 놓아 버리면 당장 주먹들이 나갈걸.”
“부자지간에 왜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난리예요?
참! 피카소 작품 중에 가격이 크게 세지 않은 걸로 소장하고 있는 게 있어요?”
“으음, ‘비극’이란 작품이 있을 거야. 초기 청색시대 작품이지.”
“그거 저한테 주세요. 계약 만료 때 주기로 약속한 그림으로….”
“글쎄, 비싸다기보다는 좀 귀한 거라…. 생각해 볼게.”
가끔 유미는 프랑스에서 새로 개막한 제2의 인생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인생이란 전화위복, 새옹지마, 반전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
물론 다니엘을 만난 게 천운이라 할 수 있다.
다니엘의 성, 뒤시엘(Duciel)의 뜻이 ‘하늘로부터’이듯이 아직 하늘은
이 오유미를 굽어 보살피고 있는 것이다.
반년 동안의 이 성공적인 ‘프렌치 커넥션’이 유미는 만족스럽다.
게다가 ‘프렌치 커넥션’은 새끼까지 쳤다.
유미는 샹젤리제 근처 고급 부티크가 늘어선 몽테뉴 가에 위치한
베르나르의 아파트에 몇 번 들렀다.
유미가 그의 전화번호를 처음 눌렀을 때
그는 유미가 무엇을 원하는지 단박에 알아챘다.
유미도 그의 붓을 알아보았다.
첫 만남에서 그는 유미의 옷을 벗겨 냈고 자신의 멋진 수염을 붓 삼아
유미의 알몸 위에 멋진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이후엔 진짜 붓으로 유미가 주문한 그림을 완벽하게 그려 냈다.
그와 처음 만난 날 그의 집에서 좋은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나서
유미가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분위기 좋은 샹송이 흐르고 창밖으로 황금빛 에펠탑이 밤하늘에 빛나는 멋진 밤이었다.
어느새 그가 유미에게 다가왔다.
유미는 그날 등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맨 처음 몸에 닿은 것은 그의 입술보다도 수염이었다.
그는 유미의 뒤에서 귓불을 지나 목덜미를 거쳐 등뼈를 수염으로 부드럽게 쓸었다.
척추 신경이 팽팽하게 긴장되고 간질간질한 수염의 감촉으로 온몸의 감각이 섬모처럼
섬세하게 깨어났다.
그런 애무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혀의 감촉과는 또 달리 털끝마저 곤두서게 짜릿했다.
그 후 혼자 있을 때면 그의 수염이 몸에 닿는 감촉을 가끔 그리워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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