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35) 위험한 약속-16

오늘의 쉼터 2015. 4. 9. 23:40

(435) 위험한 약속-16

 

 

에릭의 입술은 예상대로 유미의 입술에 자석처럼 철썩 달라붙었다.

 

두 사람도 키싱구라미처럼 입술을 붙이고 춤을 추었다.

 

유미의 혀는 그의 입술을 헤집고 날렵한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할랑할랑

 

그의 입속을 헤치고 다녔다.

 

아, 오랜만에 프랑스 남자와 제대로 된 프렌치 키스를 하는구나.

 

눈을 감고 키스 삼매경에 빠져 있다 보니 곡이 끝났다.

 

아쉽게 떨어져 좌석으로 오면서 에릭이 속삭였다.

“참으로 오랜만에 여자와 예술적으로 키스를 했네요.”

에릭이 지금 바짝 달아있을 거라 짐작한 유미가 핸드백을 들고 일어났다.

“일어나요. 너무 늦었어요.”

에릭이 순순히 따라 일어섰다.

 

유미는 만약 에릭이 호텔로 가자고 하면 따라갈까 말까를 잠깐 머릿속에서 헤아려 보았다.

“숙소는 정하셨어요?”

“네. 자주 오는 호텔에 예약을 해놨죠.”

큰길가로 나가 에릭이 택시를 잡았다.

 

함께 택시에 오른 에릭이 기사에게 다니엘의 집 주소를 말했다.

“집에 가서 자려구요?”

“로즈를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주고 호텔로 가야죠.”

유미는 내심 실망스러웠지만 들키지 않으려고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보기보다 매너 좋고 냉철한 남자다.

 

쉽게 무너질 남자가 아니라는 데 약간의 실망을 느끼긴 했지만,

 

그만큼 더욱 더 남자다운 매력이 배가되었다.

 

그때 에릭이 유미의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며 속삭였다.

 

귓속이 간질거리며 머리칼이 설 정도로 흥분이 뻗쳐왔다.

“당신은 정말 멋진 여자예요. 늙은 찌질이 아버지에게 주긴 아까운 여자예요.”

이 남자 ‘밀당’의 전술을 제대로 아는 남자다.

 

유미는 프렌치 키스의 깊고 절절한 뒷맛이 가져온 아쉬움과 사그라지지 않는

 

흥분으로 에릭을 몰래 방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욕구를 눌렀다.

 

싸구려로 굴면 안 돼. 게다가 명색이 아버지의 약혼녀 아닌가.

 

집에 거의 다다랐을 때 유미는 다시 냉정하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에릭,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당신도 잘 자요. 조만간 연락할게요.”

에릭도 이성적인 얼굴로 돌아와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 차를 돌렸다.

시간은 2시가 넘어있었다. 집안의 불은 모두 꺼진 상태.

 

다니엘도 제 방에서 잠들었을 시간이다.

 

유미는 허전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와 불을 켰다.

 

그러다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유미의 방 창문을 등지고 다니엘이 서있는 게 아닌가.

 

그의 표정은 평소의 그답지 않았다.

“누구와 만나고 이제 들어오는 거야?”

“내게 자유를 보장해 주지 않았나요?”

“누군지 말하라고!”

“난 거짓말 못하는 여자니 솔직하게 말할게요. 당신 아들 에릭과 함께 있었어요.”

“그래.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거짓말 하면 다 끝장내려 했었어.

 

에릭을 만나서 뭘 하고 온 거야? 바른 대로 말해.”

“에릭과 나는 사업 파트너란 거 모르세요? 내게 에릭을 소개해준 사람이 누군데요?”

“그 자식은 어릴 때부터 갖은 추잡한 연애질엔 이력이 난 놈이야.

 

다른 놈은 다 되지만 그놈은 안 돼. 둘이 무슨 짓을 한 거야!”

갑자기 다니엘이 흥분으로 소리를 질렀다.

 

유미가 고개를 흔들며 뒤로 물러서자

 

그가 다가와 유미의 얇은 여름 원피스를 움켜쥐고 잡아챘다.

 

그 통에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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