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8장 변태기 5

오늘의 쉼터 2015. 4. 12. 17:23

제8장 변태기 5 

 

 

“이제 정말 물어보자.”


봉수가 정색을 하고 의자를 당겨 앉았다.

 

진국이 사념에서 벗어나 봉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도대체 너 정체는 뭐냐?”

 

봉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럼, 다시 물어볼게. 그 신 회장이라는 분 누구냐?”

 

진국은 들고 있던 물잔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내 양어머니.”

 

“양어머니?”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봉수는 눈앞을 가리고 있던 두터운 안개가 걷히는 걸 느꼈다.

 

일본 오사카에서 ‘코지’가 위기에 몰렸을 때나 인화를 구하고 그녀의 가족을 한국으로 불러들인 일,

 

삼청동 골목에서 사라진 일 등도 한 순간에 이해가 되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사채업자 중의 한 사람이 양어머니라면 거칠 게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말 그대로 양어머니일 뿐이야.

 

내가 어쩔 수 없어 도움을 받을 때도 있기는 하지만 난 어머니의 도움을 원하지 않아.”

 

진국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두 번 어쩔 수 없어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대학 다닐 때도 등록금 때문에 어머니에게 손 한번 내밀어 본 적이 없어.

 

생활비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나 혼자 힘으로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잖아.

 

그땐 모두를 생각해서 어머니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을 내렸던 거야.”

 

봉수는 그제야 진국이 고아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학을 다닐 때에도 ‘코지’에 입사한 뒤에도 봉수는 그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진국이 봉수 앞에서 남 이야기하듯 부모가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봉수는 그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하다. 진작에 말했어야 하는데.”

 

봉수가 손을 내저었다.

 

“아냐, 하지만 늘 궁금하긴 했지.”

 

“이제 알았지?”

 

“그런데 너 무술 같은 건 어디서 배운 거냐?”

 

“아버지가 나를 어느 절에 맡기셨어. 거기 주지 스님한테 어려서부터 배운 거야.”

 

봉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채연이 들어왔다.

 

“저는 준비가 다 됐어요. 가면 되요.”

 

세 사람은 홍교 공항으로 향했다.

 

“어려울 때 저 혼자만 도망가는 거 같아요.”

 

“채연씨 나중에라도 부르면 와 줘요.”

 

“알았어요. 이번에 새로운 속옷들 디스플레이 끝나고 반응 좀 보고 들어올게요.”

 

“연락하면 오세요.”

 

채연이 떠나고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신 회장이 준 휴대폰이 울렸다.

 

진국은 차를 길가에 세운 후 전화를 받았다.

 

“오늘 저녁에요? 네, 가능합니다.”

 

호천수 측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네, 양쯔 호텔 압니다. 그럼 7시에 뵙기로 하겠습니다.”

 

진국은 휴대폰을 접고 한국의 가을처럼 높은 상해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남경로의 보행자 끝 거리에 있는 ‘황포 빌딩’에 ‘코지’ 임시 사무실이 마련됐다.

 

거리 끝에 황색의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상해시를 가로지르는 강이었다.


팀원들이 모두 모여 창가에 섰다. 사무실은 제법 넓었다.

 

“사정사정해서 일단 3개월만 세를 냈습니다.

 

최소한 6개월 아래로는 안 된다는 걸 공정혜씨가 애교 한번 부리니까

 

건물 관리인이 넘어오더라구요.”

 

마평수가 사무실을 얻게 된 내력을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사정을 하긴 했지만…”

 

공정혜는 얼굴이 붉어졌다.

 

진국은 대충 짐작이 갔다. 3개월만 쓰기로 하고 얻었다면 다른 건물보다 세가 비쌀 터였다.

 

어쩔 수 없었다.

 

사무실은 8층에 있었다.

 

창 밖으로 황포강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동방영주수신탑은 물론 88층짜리 금무대하빌딩도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였다.

 

상해의 금융가이기도 했다.

 

“그럼, 상해에도 중고 물건들이 많으니까.

 

공정혜씨랑 병달이 그리고 마평수씨는 사무실에 필요한 집기들 좀 준비해 줘요.”

 

봉수는 사무실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방 하나만 놔두고 남자들은 여기서 지내도 되겠어.

 

오피스텔처럼 샤워 시설도 되어 있고 밥은 사먹던가 가스렌지 사다가 간단하게 해

 

먹을 수도 있을 거 같고 말야. 잠이야 간이침대 사다가 대충 자면 될 거 같아.”

 

진국은 마평수에게 차 사장에게서 받은 돈을 건넸다.

 

“알아서 쓰십시오.”

 

“그러니까 더 겁이 납니다.”

 

“이제 우린 위엔 결재 시스템이 없는 겁니다.

 

각자 판단해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건 스스로 결정해서 진행하십시오.”

 

진국의 말 그대로였다. 깐깐한 강 이사도 없고, 차 사장 역시 중국 일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팀원들에게 일임한 후 돌아간 상태였다.

 

“각자가 주인이 안 되면 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이제 유일한 홍일점이 된 공정혜가 스스로 다짐하듯 입을 앙 다물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남자들은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밥 해먹고 산다고 저 보고 밥하라고 하면 저 도망갈 거예요.

 

집에서 라면조차 끓여본 적이 없다구요.”

 

공정혜는 슬슬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 염려는 놓으세요. 여기 남자들 다들 한 요리 하니까.”

 

“공정혜씨 짐만 놔두고 다 옮겨야겠네요.”

 

“저도 그냥 여기서 살면 안될까요?”

 

“그러다 일 나면 저는 책임 못 집니다.”

 

마평수가 너스레를 떨었다. 공정혜 역시 골똘히 생각해 보는 눈치였다.

 

그건 아무래도 힘들 듯 싶었는지 히죽 미소만 지었다.

 

진국과 봉수는 그들을 남겨두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양쯔 호텔로 향했다.

 

양쯔 호텔은 1934년 건립된 전통 있는 호텔이었다.

 

호텔로 들어서자 봉수는 연신 두리번거렸다.

 

양쯔 호텔은 중국의 대륙 기질과 문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붉고 화려하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었다.

 

“중국은 머잖아 세계 시장의 중심이 되겠지.”

 

봉수는 넋두리하듯 말했다.

 

“중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하는 거야.”

 

진국과 봉수는 스위트룸이 있는 12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나 복도는 고급스럽고 화사했다.

 

그러면서도 기둥과 벽에는 용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천장은 높고 무게감이 있어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국은 문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봉수도 덩달아 긴장된 빛을 드러냈다.

 

벨을 누르자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중년의 사내가 나타났다.

 

“조진국씨와 박봉수씨!”

 

남자는 두 사람을 훑어본 후 그렇게 말했다.

 

남자는 진국과 봉수를 분명히 구분했다.

 

“들어오시죠.”

 

호텔의 스위트룸에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지금 회장님께서 먼저 온 손님과 상담 중이십니다.

 

상담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남자는 거실에서 오른편 쪽 방으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의자에 앉자 중국 전통 의상인 붉은 색 ‘치파오’를 입은 늘씬한 여자가 팔보차와 과자를 내왔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그 여자도 공손히 목례를 하고는 사라졌다.

 

“중국에 와서 처음 마셔보는 팔보차다. 이게 옛날에는 궁중에서만 마시던 차라며?”

 

봉수는 찻잔을 들고 향기를 맡아보았다. 구수하고 그윽한 향기가 났다.

 

“이젠 대형 음식점에 가면 그냥 서비스로 다 주는 차야.”

 

“그래?”

 

“전에 우리가 갔던 용의 눈이라는 음식점 생각나?”

 

“그래.”

 

“거기서 우리가 음식 먹기 전에 먼저 마셨던 차도 팔보찬데.”

 

“그랬나?”

 

봉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런데 너 이런 데 여러 번 들어와 봤지?”

 

봉수는 실내 인테리어를 살피며 물었다.

 

중세 유럽풍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처음이야.”

 

“신 회장님이랑 이런 데 자주 안 다니냐?”

 

“어머니랑 호텔에 갈 일이 뭐가 있냐.

 

그리고 너랑 나랑 다를 거 하나도 없어. 자꾸 이분법적으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마.”

 

진국은 가능한 한 부드럽게 말했다.

 

친한 사이였다가도 진국의 정체를 명확하게 파악이 되면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봉수만은 그렇지 않기를 바랬다.

 

“이분법적인 게 아니라 약간의 배신감이 들어서 그런 거야.”

 

“배신감이라니?”

 

“내가 너를 안게 십 년이 넘는다. 그런데 난 너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던 사람 같단 말야.”

 

“양어머니 빼고 네가 모르는 게 또 뭐가 있냐.”

 

“그런가?”

 

봉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랑 자꾸 어머니랑 연결해서 생각하지 마라.”

 

“그래도 어쨌든 네가 상속인이 될 거 아니냐? 그땐 너와 나는 급이 달라져.”

 

봉수의 말에 진국이 슬며시 웃었다.

 

진국은 찻잔을 들고 음미하듯 차를 비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곧 마음과 인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수단이 되어버리고 만 게 현실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돈. 때론 신뢰의 바탕이 되기도 한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얼마 전 우연히 드라마를 보다가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마음 가는 곳에 돈이 간다’는 드라마 여주인공의 말이 떠올랐다.

 

분명히 중요한 것이지만 돈이 결코 인간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왔던 진국이었다.


“어머니 돌아가시면 모두 사회에 환원하실 거야.

 

나는 꿈도 안 꾸지만 어머니 역시 이미 그렇게 유언을 작성하셨어.

 

그러니까 너랑 나랑 근본적으로 달라질 게 아무 것도 없다니까.”

 

신 회장 역시 근본적인 생각은 진국과 다르지 않았다.

 

봉수는 천천히 진국의 얼굴을 뜯어보았다.

 

괜한 시기와 질투심이 자신의 가슴 깊숙이 숨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미안하다. 내가 괜히…”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다.

 

신 회장이 어머니인 걸 알면 괜한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싫어.

 

사실 어머니가 돈으로 도움을 주시거나 할 분이 아니거든.

 

하지만 사람들은 금전적인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말야.”

 

봉수는 진국의 심정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알다시피 난 대학 등록금 노동판에서 벌어서 댔잖아.”

 

그런 진국의 생활에 대해서 봉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넌 비빌 언덕이라도 있지.”

 

“아는 지 모르겠지만 어머닌 땡전 한푼 나한테 주시지 않아.

 

그리고 돌아가신 후에도 내게 물려주시는 것도 없고. 그런데 무슨 비빌 언덕이냐.”

 

봉수는 그래도 자신이 못났다는 생각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더 이상 이야기 해봐야 쫌팽이만 될 거 같아 입을 다물었다.

 

한 시간이 지났다. 차를 모두 비우고 과자까지 모두 먹어버렸지만

 

중년의 남자도 차를 가져다 준 여자도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무작정 기다려?”

 

“방법이 없잖아.”

 

봉수는 가만히 앉아 있기가 심심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네온 불빛에 번득이는 황포강이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상해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서울의 한강을 볼 때와 사뭇 기분이 달랐다. 뭐랄까,

 

거대한 용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봉수는 달에 처음 발을 디딘 암스트롱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높은 하늘에서 지구를 굽어보니 육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만리장성뿐’이었다는 말.

 

중국은 분명 지구를 휘어 감고 있는 용이었다.

 

과연 이런 나라에서 한국의 작은 속옷 회사가 성공할 수 있을 지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전쟁과도 같은 살벌한 경쟁 속에서 말이다.

 

진국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또 한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이대로 마냥 기다려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신 회장으로부터 호천수에 대해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던 터라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 지 알 수 없었다.

 

“우리 이러고 있을 시간이 있겠어.”

 

봉수도 차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한 시간 한 시간을 아껴 써도 모자랄 시간들이 맥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시 여자가 나타나더니 이번에는 과일이 담긴 접시를 두고 돌아갔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없었다.

 

“중국인들이 아무리 ‘만만디’라고 하지만 이건 좀 너무 늦는데.”

 

봉수의 말에 진국 역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호천수를 기다린 게 세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어떤 중국 황제는 밥 먹는 데 무려 9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더라.”

 

진국의 말에 봉수는 의자에 앉으며 ‘끙’하는 신음 소리를 냈다.

 

“……얼추 집기들이랑 기본적인 살림살이는 대충 다 들여 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호천수라는 그 분과 일이 안 끝난 모양이죠?”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병달이었다.

 

진국은 시계를 들어다 보았다.

 

밤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병달의 말이 아니더라도 늦긴 매우 늦은 시간이었다.

 

“12시까지는 기다려 봐야지.”

 

진국은 통화를 끝내고 봉수를 쳐다보며 멋쩍은 듯 웃었다.

 

아무래도 양어머니인 신 회장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을 소개시켜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호천수라는 사람을 소개받았다고 해서 ‘코지’의 일이 달라질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약속을 했으니 돌아가더라도 만나야 직성이 풀릴 듯했다.

 

여자가 가져온 과일마저 바닥을 드러냈을 때 중년의 남자가 나타났다.

 

“이거 어쩌죠. 얘기치 않은 일 때문에 회장님께서 오늘은 시간을 낼 수 없으실 거 같다는군요.”

 

봉수는 의자 팔걸이를 잡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진국이 없다면 한마디 쏘아댈 판이었다.

 

“그럼 오늘은 회장님 뵙기가 힘들겠군요.”

 

진국은 가능한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

 

“내일 저녁 7시에 다시 들리실 수 있느냐고 회장님께서 여쭈셨습니다.”

 

내일 7시. 진국은 울화통이 터지려는 마음을 억누르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저희가 느닷없이 찾아와서 회장님 일에 폐를 끼친 모양입니다. 그럼 내일 뵙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중년 남자는 문 앞까지 배웅을 한 뒤 뒤돌아 서서 인사를 하려는 진국과 봉수를 모른 채

 

바로 문을 닫아버렸다.

 

마치 문전 박대를 당한 기분이었다.

 

“하, 나원 참. 밤새도록 기다리게 만들어 놓고. 뭐 저래.”

 

봉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진국의 눈치를 보며 투덜거렸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뭐 그런 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메이스(沒事)!”

 

진국은 어느새 분노가 수그러들고 있었다.

 

전형적인 중국인의 기질을 또 한번 겪은 데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메이스가 뭐야?”

 

“말 그대로 메이스.”

 

봉수는 눈알을 굴리며 곰곰 생각했다.

 

“아, 괜찮다고?”

 

“그래. 이게 뭐 별일이냐 이거지. 중국 사람을 상대로 뭘 하려면 아무튼 느긋해져야돼.

 

우리가 하도 급한 상황이라 나도 잠깐 깜빡했다. 내일은 볼 수 있을 거다.”

 

진국의 설명에도 봉수는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아래로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7층에서 멈추었다. 두 명의 늘씬한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잡티 하나 없는 얼굴.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었는데 목에서 발목까지 군살 하나 없었다.

 

두 여자가 진국과 봉수를 쳐다보며 히죽 웃었다. 봉수는 괜히 가슴이 벌렁거렸다.

 

문득 신수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봉수는 두 여자의 몸매를 느긋하게 감상했다.

 

바늘로 찌르면 터질 듯한 엉덩이를 보느라 봉수의 눈길이 두 여자 사이를 분주하게 오갔다.

 

진국은 그런 봉수를 보고 ‘쿡’하고 웃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추었다.

 

여자들이 내린 후 진국과 봉수가 그 뒤에 내렸다.

 

“정말 죽인다.”

 

봉수가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걸어가고 있는 두 여자의 뒷모습을 넋 놓고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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