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개와 늑대의 시간

제8장 변태기 4

오늘의 쉼터 2015. 4. 10. 17:11

제8장 변태기 4 

 

 

'공정혜가 공정한 여자라고 말할까, 말까?’


병달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시 피식 웃었다.

 

“참, 요즘 여자들 무서워서 어디 사귀겠습니까?

 

나 같이 젊은 놈들은 새벽마다 불뚝 솟는 이 놈을 어디 가서 해소하죠?”

 

병달은 너스레를 떨며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보았다.

 

“결혼하면 되잖아.”

 

“그럴 여자가 있어야죠.”

 

“인화는 잘 모르겠지만 여화는 꽤 괜찮아 보였는데.”

 

여화는 인화의 동생이었다. 하지만 다시는 그들 가족과 엮이기 싫었다.

 

“선배님, 됐습니다.

 

지금까지 말로만 여자 소개시켜 준다고 해놓구선 그게 언제적 얘긴지 모르겠습니다.”

 

“너한테 인화가 생겼었잖아.”

 

“그 전에는요? 그리고 인화 안 만난 지 꽤 됐다니까요.”

 

“정말 안 만나는 거야?”

 

“선배님, 속고만 사셨어요.”

 

“그럼, 네가 찬 거야?”

 

“선배님, 정말 구닥다리네.

 

요즘은 남자가 여자를 버리는 시대가 아니라 여자가 남자를 버리는 시대라구요.

 

선배님도 여자 있으면 여자한테 차이지 않게 신경 쓰세요.”

 

“신경 쓸 여자나 소개시켜 주구선 그런 소릴 해라.”

 

“능청을 떠시긴…. 우리 회사 여직원들이 다들 선배님 좋아하는 줄 모르셨어요?”

 

“공정혜나 좋아하지.”

 

병달은 진국의 말에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았다.

 

마음으로 이미 공정혜의 편이 되고 나니

 

그녀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이 탄 차가 푸동 공항에 도착했다.

 

병달이 일행이 들어올 때는 홍교 공항이었는데, 이번엔 푸동이었다.

 

“홍교 공항으로 오시는 거 아니었어요?”

 

“국제선은 거의 대부분 푸동으로 와. 그때 너희가 탄 비행기가 좀 특별한 코스였던 거지.”

 

“내 참, 왠지 서자 대접받은 기분이 드네.”

 

진국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병달의 말에 뼈가 있었다.

 

이번 중국 프로젝트의 실패는 중국으로 출장 온 사람들의 실수로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결국 특수개발팀의 책임이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진출을 한 것도 아니고 또 올해가 가려면 아직 두 달은 남았잖아.

 

두 달 동안 이번 실패를 만회해야지.”

 

병달은 진국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벌써부터 오성 회장이 ‘코지’에 와서 난리를 피웠을까요?”

 

“그걸 모르겠어. 사장님 와 보면 알겠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한국에서 온 승객들이 나올 게이트가 열렸다.

 

멀리 차몽현 사장이 보였다.

 

그는 노트북 가방과 작은 숄더 백을 맨 단출한 차림이었다.

 

“사장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진국이 다가가 차 사장의 두 손을 잡았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병달도 차 사장에게 양손을 내밀었다.

 

“그렇군요. 반년도 더 된 거 같습니다.”

 

진국과 병달은 느닷없이 사라진 차 사장의 속사정에 대해서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현재 ‘코지’의 상황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다른 짐은 없으세요?”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보니까

 

그냥 출근한 차림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세 사람은 천천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일단 제가 여기 공항 환전소에서 환전 좀 해 왔습니다.

 

들어보니까 체류비도 아직 못 보냈다고 하던데.”

 

차 사장이 숄더 백을 진국에게 넘겼다.

 

병달이 잽싸게 백을 받아들었다.

 

보기보다는 꽤 묵직했다.

 

“50만 위안 정도 됩니다.”

 

“제가 묵고 있는 곳에서는 한국 돈으로 계산을 해도 되는데요.

 

그리고 여기서는 위폐가 많아서 가능한 은행에 가서 바꾸는 게 안전합니다.”

 

“뭐 다르겠습니까?”

 

“위폐가 워낙 많아서 말입니다.

 

그런데 위폐라고 확인이 되면 은행에서는 압류만 할 뿐

 

어떤 보상도 없고 돌려주지도 않는 나랍니다.”

 

진국이 차에 오르며 차 사장에게 설명했다.

 

차 사장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사장님, 뒤로 앉으시죠.”

 

“뒤는 답답해서 싫습니다. 그냥 앞에 앉으면 안될까요?”

 

병달은 그런 차 사장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거드름 피우는 그런 사장이 아니었다.

 

“아직 소식을 못 전해 드렸는데…”

 

진국은 상해 백화점에서 있었던 란제리 쇼에 대해 보고를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진국이 운전을 하며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그럼 강 이사하고 노애란이 ‘비라’로 옮겨갔다는 말입니까?”

 

“네, 스카웃 같지는 않습니다.

 

강 이사는 아마 ‘비라’ 사장 자리를 노리고 간 거 같고 노애란은 스카웃 형식인 거 같습니다.”

 

“못 들으셨습니까?”

 

“뭘요?”

 

“‘비라’ 사장 어제 밤에 비자금 문제로 구속되었습니다.”

 

‘비라’의 현 사장이 허수아비 사장이었다는 말이었다.

 

차 사장의 이야기는 짐작했던 대로였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비라’가 한 순간에 그렇게 무너진 거죠?”

 

“무너진 게 아니라 경영자가 바뀐 것 뿐입니다.”

 

병달의 물음에 차 사장이 답했다.

 

“그래도 그렇지. 그게 가능한 얘깁니까?”

 

“강 이사가 오래 전부터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찰에 꽤 높은 사람 중의 하나가 강 이사 외삼촌인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강 이사는 의도적으로 우리 인력으로 아이디어 짜내려고 그렇게 닦달을 했던 거군요.

 

사실 요즘 비라에서 나온 디자인들 보면 형편없었거든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닌 듯했다.

 

하지만 차 사장은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기획실의 김중경 역시 스카웃 되어서 ‘비라’로 갔습니다.”

 

“아무튼 중경이 그 새끼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어.

 

아무튼 최고로 배웠다는 놈들은 꼭 그래요.

 

우리 같이 적당히 배워야 의리도 지키고 배신도 안 하는 데 말입니다.”

 

세 사람이 ‘상해민박’에 도착했을 때 팀원들이 모두 나와 차 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 사장이 상해로 왔다고 해서 팀원들의 분위기가 밝아지지는 않았다.


차 사장과 팀원들이 진국의 방에 모였다.

 

“여러분들 고생이 많군요.”

 

차 사장이 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공정혜는 속이 타는지, 차 사장과 독대라고 하려는지 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공정혜의 물불 안 가리는 스타일을 알고 있는 터라 병달은 슬쩍 그녀를 막아섰다.

 

“강 이사하고 노애란하고 ‘비라’로 간 게 사실입니까?”

 

공정혜는 기어이 차 사장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뻔히 눈으로 확인한 사실임에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역력한 물음이었다.

 

“제가 부덕해서 그렇게 됐군요.”

 

차 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 지난 일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지 말기로 합시다.”

 

진국을 비롯해 팀원들 역시 지난 일로 분통터져 하는 게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나저나 대출금 회수도 회수지만 어음도 상당액이 있을 텐데….”

 

차 사장의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번졌다.

 

“여기 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가시면 어차피 알게 될 일이니까 말씀 드리죠.

 

이제 오성과는 완전히 관계를 끊었습니다.

 

제 앞으로 상속받기로 되어 있던 지분을 모두 포기하는 조건으로

 

어음은 처리가 되었고 대출금은 만기를 간신히 연장시켰습니다.

 

오성 회장님은 처음부터 ‘코지’를 정리할 생각을 하고 계셨던 같습니다.”

 

병달은 차 사장의 얼굴을 살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라는 게 맞는가 싶었다.

 

언젠가 들었던 소문이 떠올랐다.

 

오성 회장이 원하지 않았던 아이라는 소문.

 

“일단 현재 ‘코지’ 상황이 어떤 지 말해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마평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차 사장이 물끄러미 마평수를 쳐다보았다.

 

임시 사무실이 된 진국의 방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병달은 중국 란제리 쇼가 불발로 끝났다고 해서 본사에 커다란 변동이야 있겠냐 싶었다.

 

듣기로 각 대리점에서 보증금 환불을 해달라는 소동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중국 란제리 쇼 문제 때문이라면 그럴 리 없었다.

 

중국 일은 그저 진행되던 일이 약간 틀어졌을 뿐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라면 ‘코지’ 직원들이 약속대로 감원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오성 회장과의 약속도 병달이 아는 한 올 연말까지였다.

 

“음,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팀원들이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강 이사가 나가면서 어떻게 한 건지 모르겠지만

 

각 지역 대리점에서 계약 철회를 요청해 왔습니다.

 

물론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 대리점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번 계약으로 마무리를 짓겠다는 겁니다.”

 

공정혜는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좁은 방안을 맴돌았다.

 

“공정혜씨 정신 없으니까 가만히 좀 있어요.”

 

봉수가 공정혜에게 핀잔을 주었다.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분통이 터져 죽겠는데.”

 

“하지만 왜 그 사람들이 일제히 계약을 철회하겠다는 겁니까?”

 

“음, ‘비라’ 대리점을 더 좋은 조건으로 내주겠다고 약속을 했겠지.”

 

진국은 짐작이 간다는 듯 말했다.

 

차 사장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과 유럽은 물론 인도까지 모두 계약 철회에 대한 뜻을 밝혀 왔습니다.”

 

병달이 자신도 모르게 책상을 꽝 내려쳤다.

 

인도나 일본 쪽 총판은 ‘코지’와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손해보는 부분들을 ‘비라’에서

 

배상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완전히 ‘코지’를 뭉개버릴 심산이었다.

 

아니 이미 뭉개지고 있었다.


“강 이사가 떠난 뒤 직원들 상당수가 스스로 퇴직을 신청했습니다.

 

더 기다려 봐야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거죠.

 

중국 진출 건이라도 좋은 소식이 들렸다면 어떻게든 버텨 보려고 했겠지요.

 

하지만 그들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적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격언이 맞았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에게 ‘코지’가 무너지고 있었다.

 

“중국 일이 끝나고 돌아가면 직원들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 있을 겁니다.

 

그나마 홈쇼핑 쪽이라도 잘 돌아가고 있는 게 다행입니다.”

 

“공장들은 어떻습니까?”

 

“인건비도 안 나오는 데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으니까

 

그 동안 밀린 대금을 한꺼번 결재하라고 난리죠.”

 

병달은 뒤로 물러나 창가 쪽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공정혜가 병달곁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진국이 중국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차 사장의 얼굴이 점점 더 일그러졌다.

 

“중국까지 강 이사가 농간을 부린 모양이군요.”

 

차 사장이 단언하듯 말했다.

 

“중국 사람들을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아직까지 시장경제가 확실히 자리를 잡은 곳이 아닙니다.

 

100원이라도 더 준다면 당연히 그 쪽을 따라가는 게 지금 중국 시장의 논립니다.

 

사회주의 경제에서 자본주의 경제에 길들여진 게 얼마 되지 않아서

 

중국 사람들은 돈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국이 나름대로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차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 겁니까?

 

우리가 10개월 동안 개발했던 디자인은 물 건너 간 거고…”

 

“뭐든 해 야죠.”

 

늘 낙천적이든 진국의 목소리마저 침울하게 들렸다.

 

차 사장과 팀원들은 진국의 방에서 나와 근처의 조용한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우리는 중국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오리구이와 배갈을 시켜놓고 둘러앉은 자리에서 차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본사는 축소를 할 겁니다.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박춘만 실장에게 준비를 시켜놓고 왔습니다.”

 

“간부 사원 중에서 남은 분들이 누구누구 계십니까?”

 

차 사장이 봉수의 질문에 잔을 들고 술을 털어 넣었다.

 

팀원들도 눈치를 보며 술잔을 비웠다.

 

“박춘만 실장하고 총무과 김 부장 그리고 액세서리 디자인부의 성 실장 뿐입니다.”

 

“나머지는?”

 

“강 이사가 간부급들을 스카우트하거나,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도록 손을 써 놨드라구요.”

 

그러니 남은 직원들 역시 그렇게 갑자기 떠날 준비를 했던 것이리라.

 

병달은 술맛이 썼다.

 

인화와 결혼문제로 대판 싸웠을 때 자취방 앞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마셨을 때처럼.

 

“그래도 박춘만 실장님은 여전하네요.”

 

“그 양반이야 의리로 사는 사람이잖아요.”

 

병달의 말에 좌중의 분위기가 날 선 칼처럼 긴장감에 휩싸였다.

 

차 사장은 몇 가지 지시를 해놓고 일찍 푸동 공항으로 출발했다.

 

배웅을 하겠다는 팀원들을 만류했다.


“우선 상해 외곽 쪽에 사무실을 하나 얻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 보자고.”

 

진국은 팀원들을 다독였다. 공정혜가 물끄러미 진국을 쳐다봤다.

 

진국은 그녀의 눈길을 모른 척했다.

 

“일단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가 필요할 거야.

 

그리고 ‘비라’나 여기 백화점 협회에서 손이 안 닿는 공장도 필요해.”

 

“사무실은 남경로 쪽에 얻죠."

 

마평수가 제안을 했다.

 

병달이나 공정혜 등은 그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와이탄 지역인데 저녁 야경이 아주 끝내주는 뎁니다.

 

앞으로 야근할 일도 많고 그러니까

 

이왕이면 경치 좋은 곳에 얻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그럽시다.

 

그곳에 숙식도 해결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으면 여기서 방 하나든 두 개든 뺍시다.

 

그래야 경비를 좀 줄이죠.”

 

서서히 의욕이 되살아 나고 있었다.

 

“강 이사 이 새끼한테 아주 뽄때를 보여주자구요.”

 

공정혜가 거칠게 말했다.

 

“정혜씨도 그런 말을 다 할 줄 알아?”

 

“그런 놈은 욕을 먹어도 싸요.”

 

병달과 공정혜가 마평수와 함께 민박집을 나섰다.

 

봉수와 진국 그리고 채연은 남아 나머지 일을 처리하기로 했다.

 

“채연씨 일단 한국으로 돌아가세요.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심각해져서 채연씨가 준비한 게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진국이 채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봉수는 의아한 눈길로 진국을 쳐다봤다.

 

“실은 채연씨한테 뭘 좀 따로 준비해 달라고 했거든.”

 

“뭘?”

 

봉수는 궁금했다.

 

“저희 쪽에서 몇 개 디자인한 속옷들이 있었어요. 진국씨한테 하청을 받은 거죠.”

 

봉수는 진국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막상 상해에 와보니까 의외로 여자들이 세련됐네요.

 

누님이 건네준 속옷들이 브랜드를 달았을 때는 좀 가치가 있어 보일 지 모르겠지만

 

현재 ‘코지’ 입장에서는 별 소용이 없을 거 같아요.”

 

채연도 그동안 란제리 숍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마케팅 마인드가 갖춰진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누님께서 언제 돌아오냐고 성화신데.”

 

“알아요, 저도 전화 받았습니다. 일단 돌아가세요. 새 상품들이 들어왔다면서요?”

 

“네.”

 

채연과 진국의 이야기가 봉수에겐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고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어쨌든 그 일도 무산이 되었다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는 떠날 준비를 할게요.”

 

채연이 자신이 묵는 방으로 건너갔다.

 

드디어 봉수는 진국과 둘만 남았다.

 

“그나저나 그 호천수라는 사람한테는 왜 연락이 없는 거야?”

 

“홍콩 일정이 늦어져서 내일이나 볼 수 있다고 연락 왔어.”

 

진국은 책상 위의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신 회장이 봉수를 통해 건넨 휴대폰이었다.

 

봉수는 휴대폰과 골똘히 생각에 잠긴 진국을 번갈아 보았다.

 

더 이상 궁금한 걸 참다가는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소설방 > 개와 늑대의 시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8장 변태기 6   (0) 2015.04.12
제8장 변태기 5   (0) 2015.04.12
제8장 변태기 3   (0) 2015.04.10
제8장 변태기 3  (0) 2015.04.06
제8장 변태기 2  (0) 201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