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34) 위험한 약속-15

오늘의 쉼터 2015. 4. 9. 23:39

(434) 위험한 약속-15

 

 

“결혼은 불가능할 거예요.”

“그럼 잘 됐네요. 어쨌든 난 로즈와 원수가 되긴 싫어요. 우리 파트너로 함께 가요.”

“제가 왜 원수가 되겠어요?”

“아버진 야망이 없어요. 제가 보기엔 나약하고요.

 

여자들에게 그림을 많이 빼앗겼죠.

 

그런데 결혼을 하면 아버지의 그림은 그 여자에게로 다 넘어가겠죠.

 

 난 그걸 못 참겠어요.

 

난 아버지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는데 유산상속 같은 거 안 해주시겠다고 해요.”

“그래요?”

“아버지와의 사이가 너무 안 좋아요.”

“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아요?”

“글쎄요. 어머니를 아주 미워했어요. 아버지의 첫 번째 아내죠.

 

어머닌 이혼하고 혼자 사시다가 재작년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죠.”

“아버지의 여자들을 보면 밉겠군요.”

“그래요.”

“아버지와 결혼할 일 없을 테니 걱정 말아요. 다니엘과는 사랑하기 힘들어요.”

“하긴 로즈 같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아깝죠.”

“부탁은 뭔가요?”

“사실 아버지의 그림 중에서 제가 원하는 게 좀 있어요.

 

그걸 제 손에 넣고 싶은 거죠. 날 도울 수 있을 거 같아요?”

“글쎄요. 제가 에릭을 도우면 에릭은 제게 무얼 주죠?”

“로즈가 원하는 게 뭐죠? 데미안 허스트 작품? 돈? 섹스?”

“모두 다.”

유미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모두 가능할 수도 있어요.”

“음, 그렇다면 생각해 보겠어요.”

“만약 아버지와 사랑이 아니라면, 사업을 하기에는 내 쪽이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아버지야 공신력 있는 유명 화랑을 가졌지만.”

“그럼 아버지와 반목하지 말고 서로 필요한 것을 나누고 보완하세요.”

“로즈가 중간에서 잘 해주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죠.”

“잘 해보죠, 뭐. 저도 흥미 있네요.”

에릭이 윙크를 하며 와인 잔을 부딪쳐왔다.

“로즈는 내가 만나본 아버지의 여자들 중에서 가장 내 맘에 들어요.”

“에릭도 내 마음에 들어요.”

유미가 와인을 한 입 머금고 목구멍으로 조금씩 흘리며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언가 흥미 있는 게임이 될 거 같다.

 

유미와 에릭은 와인을 마저 다 마시고 일어났다. 에릭이 속삭였다.

“우리 기분도 좋은데 춤추러 갈까요?”

“그럴까요?”

적당히 취기가 오른 두 사람은 대중목욕탕을 개조한 유명한 나이트클럽에 가서 춤을 추었다.

 

처음엔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에릭의 유쾌한 성격에 유미도 기분이 좋아졌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거 같았다.

 

블루스 타임이 되자

 

커플들은 아예 키싱구라미라는 물고기처럼 입술을 붙이고 온몸을 포갠 채 춤을 추었다.

 

에릭이 유미의 손을 이끌었다.

 

음악이 고조되고 분위기에 전염되자 유미는 에릭의 목을 끌어안았다.

 

에릭의 입술이 이마에 닿았다. 유미의 가슴이 뛰었다.

 

사업파트너로는 아버지보다도 자신이 나을 거라는 남자.

 

아버지와 라이벌이고 싶어하는 야망의 남자. 이 남자를 조준하고 싶다.

 

이 남자와 파트너를 하고 싶다. 그것도 오늘밤은 섹스 파트너로.

 

유미는 이마에 쏟아지는 에릭의 숨결을 간지럽게 느끼며 에릭을 올려다보았다.

 

에릭은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유미는 눈을 감았다.

 

유미의 입술이 에릭의 입술을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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