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3) 위험한 약속-14
유미가 다음 날 아침에도 새침하게 앉아 있자 섬약한 남자 다니엘은 안절부절못했다.
내내 입을 다물고 있다가 유미가 한마디 툭, 던졌다.
“YB의 무슈 박용준이 조만간 여기 온대요.”
“그래? 그거 잘 됐군.”
“그런데 에릭이 내일 파리에 온대요.”
“그래? 나한테는 연락 없었는데….”
다니엘의 얼굴이 묘하게 굳어졌다.
다음 날이 되자 다니엘은 유미에게 제안했다.
“에릭이 위층을 써야 하니까 로즈는 오늘 밤, 내 방에서 자.”
“오늘은 다니엘과 보내는 밤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오늘 밤만 그렇게 바꾸자구.”
이건 아들을 견제하는 건지, 질투하는 건지…유미는 그냥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알았어요.”
그런데 에릭은 일 때문에 집에 들를 시간이 없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잘 됐네요. 오늘은 제 방에서 잘래요.”
“그래…로즈가 그렇다면, 뭐.”
밤이 이슥해서 에릭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 끝나고 오랜 친구를 만나 술 한잔하고 있는데 나올래요?”
유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화장을 고치고 섹시한 원피스를 입고 에릭이 부르는 곳으로 갔다.
그는 생 미셸대로의 바에서 매력적인 수염을 가진 젊은 남자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유미가 다가가자 에릭이 일어나서 반겨주었다.
그 옆의 젊은 남자의 눈빛이 끈적하게 들러붙었다.
“로즈, 인사해요. 이쪽은 내 친구 베르나르예요. 베르나르, 로즈는 내 사업파트너야.”
에릭이 그렇게만 소개를 해주는 게 좋았다.
베르나르라는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며 살짝 윙크했다.
“아름다워요.”
유미가 자리에 앉자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며 에릭이 말했다.
“베르나르는 그림을 아주 잘 그려요.”
“화가시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베르나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야, 너 좀 전에 가야 한다고 했잖아. 로즈를 봤으니 어서 가.”
에릭이 재촉하자 베르나르가 느물거렸다.
“에릭이 아주 아름다운 여성이라기에 꼭 만나보고 일어서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어나기 싫네요. 제가 저녁 한 번 살 테니 만나요.
샹젤리제 근처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베르나르가 명함을 건네주며 덧붙였다.
“당신이 필요할 때 언제든 저도 파트너가 되어 드리죠.”
“자식! 보자마자 작업은. 야, 얼른 가라.”
에릭이 웃으며 베르나르를 쫓는 시늉을 했다.
“저 친구, 조심해요. 바람둥이죠. 작업의 선수예요.”
“유명한 화가분인가요?”
“재능은 뛰어나지만 유명한 걸 원치 않는 은둔화가죠.
위조예술가라 해야 하나? 찾는 고객이 꽤 있으니 돈은 좀 있죠.”
에릭이 눈을 찡긋했다.
“아, 예….”
“오늘 보자고 한 건 로즈가 정말 보고 싶기도 했고 부탁이 있어요.”
“무슨 부탁이죠?”
“아버지의 여자니까….”
“저 아버지의 여자 아니에요. 우린 단지 계약적으로 잠깐 약혼한 사이일 뿐이에요.”
“그럼 둘이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란 말씀? 결혼할 건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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