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 위험한 약속-12
다니엘과 어머니와 아들 같은 연인관계로 지내는 동안,
유미는 수렴청정하는 대비처럼 비즈니스를 처리했다.
다니엘이 약간의 성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판단한 후부터였다.
다니엘을 적극적으로 유혹해서 어떡하든 자신감 있는
남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유보하기로 했다.
다니엘 스스로 이렇게 고백했다.
“로즈, 난 좀 독특해요.
다른 남자들과 달리 생리적인 욕구가 별로 없어요.”
“나이 탓이겠죠. 하지만 약의 도움도 있으니….
우린 어차피 계약약혼이니까 서로 그런 걸로 상처받진 않아요, 다니엘.”
“그게 아니라 사실 젊은 로즈에겐 미안해요.”
“제가 성적인 매력이 없나 보죠, 뭐.”
“그게 아니에요. 내 심리가 독특해서 그런 거지.
로즈는 정말 매력적이고, 부드럽고 따스해서 난 정말 행복해요.
내가 왜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줄 알아요?”
“소피 때문이죠. 소피에게 내가 다른 애인이 있다는 인증샷으로.”
“뭐 그렇기도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처녀와 연애한 적이 없소.
난 임자 있는 여자가 좋아요.
유부녀나 애인이 있는 여자나. 그들은 내 질투심을 자극하니까.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것은 미적 거리감이기도 하지. 연애의 원근법이라고나 할까.”
“연애의 원근법이라…. 독특하고 어렵네요.”
“상상과 결합된 질투심을 나는 즐기지. 그리고 에로티시즘의 미적 거리를 준수하고.”
“그러니까?”
유미는 감이 잡힐 듯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에로티시즘의 미적 거리에서
용준과의 섹스를 훔쳐보았던 걸까?
“그래서 내 한국 친구가 내 방에 왔던 날 밤에 무척 흥분했겠죠?”
“간만에 최고의 날이었지.”
“그런 이유로 제게 성적인 자유를 허락한다고 했나요?”
“말하자면 그렇지.”
왜 이 남자가 그동안 세 번이나 결혼에 실패했는지 짐작이 갔다.
“그러니까 다니엘은 결혼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욕구를 갖고 있네요.”
“아주 정확해. 결혼하면 정조를 요구하게 되고 대신 성적인 환상은 깨지고.”
“보통 남자들은 소유욕이 강한데.”
“그러니 내게는 결혼이 의미가 없어요.
계약결혼이라면 모르겠지만. 로즈는 내가 단지 나이 탓으로
남자의 생리적인 기능이 약해져서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야.
내가 특별한 심리를 갖고 있는 남자라 그런 거지.
언젠가 나도 로즈가 나를 불태울 수 있길 원하지.
그렇다고 난 여자가 너무 들이대는 건 좋아하지 않아.”
이 남자, 무엇으로 불태워? 불과 장작만 있으면 타는 남자가 아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고백하고 있지 않은가.
질투라는 기름이 있어야 한다고.
“로즈의 애인을 로즈의 방으로 데려와도 좋아.
아니 밖에서 만나는 거보다는 보안을 위해서도 우리 집으로 데려오는 게 좋아.”
살다가 이런 별종은 처음 본다.
“다니엘, 난 다니엘과 정말 사랑에 빠지고 싶은데….
당신의 그런 주문은 차라리 잔인해요.”
유미가 입술을 깨물며 슬픈 얼굴로 말했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3) 위험한 약속-14 (0) | 2015.04.09 |
---|---|
(432) 위험한 약속-13 (0) | 2015.04.09 |
(430) 위험한 약속-11 (0) | 2015.04.09 |
(429) 위험한 약속-10 (0) | 2015.04.09 |
(428) 위험한 약속-9 (0) | 2015.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