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30) 위험한 약속-11

오늘의 쉼터 2015. 4. 9. 23:31

(430) 위험한 약속-11

 

 

유미는 다니엘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게 다행이었다.

 

배우가 어떤 역에 몰입하려면 감정몰입이 가장 중요하다.

 

다니엘의 약혼녀 역을 잘하고 싶다. 최고의 성공적인 인간관계에 이르기 위해서는

 

우러나오는 진짜 감정이 최선이니까.

다니엘과 유미는 함께 약혼반지를 맞추러 갔다.

 

다니엘은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유미에게 선물했다.

 

그리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렸다.

 

몇몇 신문의 인물 동정란에 기사가 나고 일부 잡지에는 크게 났다.

 

다만 일반인인 유미의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다니엘의 사진만 실을 것을 요구했다.

 

기사에 나온 보도는 대체로 이러했다.

 

“화랑 재벌 다니엘 뒤슈발이 ‘동양의 진주’를 캤으며 머지않아 결혼을 할 것이라 했다.

 

다니엘이 이미 세 번의 결혼전력이 있었지만 최근 10년 동안 어떤 스캔들도 없던 터에

 

그의 약혼 소식은 호사가들에게 놀라움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약혼녀는 로즈라 불리는 미모의 한국계 여성이며 다니엘 뒤슈발 화랑의

 

해외 마케팅부의 직원이라 소개되었다.

 

또한 약혼반지로 쇼메의 수석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5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약혼식은 최측근들만 초대하여 다니엘 소유의 호화요트에서

 

비밀리에 지중해에서 진행될 것이라 한다….”

다니엘과 유미는 사실 약혼식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나,

 

언론에는 일부러 허위정보를 흘렸다.

 

다니엘은 흡족해하는 눈치였다.

 

유미는 계약사항대로 소피의 자리를 대신해서 일주일에 두 번 그와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다니엘의 표정이 차츰 평온을 되찾았다. 다만 식사 후에 자연스러운 코스이자 다니엘의 요구로

 

침실로 가게 되었을 때 그는 무척 긴장했다.

 

유미는 절대 오버하지 않기로 했다.

 

다니엘이 알고 있는 동양에서 온 순종적인 처녀의 이미지를 깨고 싶진 않았다.

 

‘동양의 진주’는 캐야 맛이니까.

 

다니엘은 예상대로 조개잡이용 연장이 신통치 않았다.

 

 날카롭고 단단해야 틈을 비집고 캘 텐데….

 

그의 연장은 주인을 닮아서인지 무척 소심하고 겸손했다.

 

유미의 문 앞에 오기만 하면 지은 죄도 없이 고개를 숙였다.

“아직 어색해서 잘 안 되네. 난 여자와 충분히 친밀해지지 않으면 안 돼.”

다니엘이 어색하게 웃으며 핑계인지도 모를 말을 했다.

“저도 동물적인 섹스는 싫어요. 징그러워요.”

“에로티시즘, 그건 진정한 감각이 아니야.

 

가장 인간적인 섹스란 분명 짐승과 구별되는 것이지.

 

인간에겐 영혼이 있고 예술이 있어. 오르가슴이 사랑은 아니오.”

“걱정 마세요, 다니엘. 정신적인 교감이 먼저 이뤄지면 자연스러워지겠죠.”

“우린 그런 면도 잘 맞는 거 같아. 이리 와요. 우리 손잡고 자자.”

“좋아요.”

유미는 다니엘의 손을 잡고 옆에 누웠다.

 

다니엘은 유미의 손을 주물럭거리더니 싱겁게 금방 곯아떨어져버렸다.

 

유미는 한숨을 쉬었다.

 

이 허전한 잠자리는 뭐지?

 

성적으로 착취당하는 것보다는 이게 차라리 잘된 일일까.

 

괜찮지만 좀 낯선 경험이다.

 

유미는 다니엘 나이 또래의 김 교수와 보냈던 밤을 떠올렸다.

 

그의 도덕적 죄의식을 없애주기 위해 유미는 그를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또 다른 쾌락의 맛을 보게 해주지 않았던가.

 

그러나 이 남자에게는 아직 그러고 싶지 않다.

 

그동안 유미의 몸을 터널처럼 뚫고 밀어붙이던 젊은 사내들의 불도저 같은 연장이

 

꼬리를 물며 생각났다.

 

최근의 용준과의 섹스까지,

 

그리고 실현되지 않았기에 더 감미롭게 설레는 미지의 섹스도.

 

런던에서 만났던 다니엘의 아들 에릭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432) 위험한 약속-13  (0) 2015.04.09
(431) 위험한 약속-12  (0) 2015.04.09
(429) 위험한 약속-10  (0) 2015.04.09
(428) 위험한 약속-9  (0) 2015.04.09
(427) 위험한 약속-8  (0) 201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