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위험한 약속-5
파리로 돌아온 유미는 다니엘이 예전과 달리 몹시 불안해하고 있음을 느꼈다.
말도 없어지고 잘 웃지도 않았다.
유미와 함께하는 조찬도 잠을 못 자 피곤하다며 사양하기도 했다.
유미의 계획대로 작품을 구매하려면 긴밀하게 협업을 해도 시원찮은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유미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목요일 저녁, 유미는 서울의 용준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초여름이지만 이상고온으로 폭염에 가까운 날씨였다.
샤워를 하고 나서 맨살에 속이 비치는 짧은 슈미즈 하나만 걸친 채
맥주 한 병을 따서 입에 물고 있을 때 용준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런던에서 아직 연락은 오지 않았지만,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어.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은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지 맞춰 줄 수 있고.
참! 고흐는 좀 힘들어. 대신 모네 정도라면 가능성 있어.
‘수련’ 시리즈 중에 하나를 구할 수 있을 거 같아.
난 모네의 ‘수련’ 시리즈가 참 좋더라.”
모네의 작품은 몇 점 다니엘이 소장하고 있다.
일단 1차로 계약한 그림의 대금 결제가 이뤄졌기 때문에 다니엘에게 추가로
그림 구매 계약을 하는 건 어려움이 없을 터였다.
“쌤 덕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일이 속전속결되기도 하고 빠르게 진행되니 참 신기해요.
역시 어디나 인맥, 정확한 루트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그런데 그 다니엘이란 사람과 그 아들은 무슨 흑심이 있어서 쌤에게 그렇게 잘해 주나요? 혹시….”
“오해하지마, 흑심은 무슨… 아무 일도 없어.”
“정말요?”
“그래.”
“몸도 안 주고 어떻게 그렇게 요리를 하지? 대단해요.”
“내가 뭐 창녀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남자라면 여자를 도와줄 때 일단 그걸 기대하니까.”
“이건 다 서로 윈-윈하는 비즈니스야.”
유미는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벽시계는 아홉시 정각을 가리켰다.
유미는 몰래카메라의 리모컨을 작동했다.
다니엘을 요리하기 위해 ‘몸을 주지’는 않지만, ‘몸을 보여줄’ 시간이다.
이 이상한 게임을 용준은 이해할까?
유미는 침대로 와서 등에 쿠션을 받치고 앉아 몰카가 작동되는 걸 확인하며 통화를 계속했다.
“지난번에 정말 좋았어요.
오랜만에 만나도 쌤은 늘 저를 설레게 해요.
조만간 무슨 핑계를 대고 파리로 또 출장 갈 거예요.
그런데 쌤은 서울엔 안 와요?”
“나도 때가 되면 갈 거야. 가능하면 빨리.”
“보고 싶어요. 지금 어디세요?”
“내 방 침대.”
“나도.”
“거긴 새벽일 텐데 내일 출근하려면 자야지.”
“쌤이랑 통화하다 보니 잠이 달아났어요.
얘가 고개를 바짝 쳐들고 안 자요. 쌤은 섹스리스 라이프가… 외롭지 않아요?”
“외롭지. 내가 뭐 꼭 섹스중독자인 거처럼 동정하고 있네.
섹스를 못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안 하고 있는 거야.
욕망을 조절하는 거야. 섹스를 약처럼 쓰려고.”
“섹스를 약처럼?”
“그래, 섹스 모르고 오용 말고 섹스 좋다고 남용 말자.”
“ㅋㅋㅋ. 말 되네. 참, 지난번에 제가 선물한 건 사용해 봤어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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