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25) 위험한 약속-6

오늘의 쉼터 2015. 4. 9. 23:17

(425) 위험한 약속-6

 

 

 

“에이, 그거 있잖아요. 에로티시즘 박물관에서 산 거….”

그러고 보니 머리맡 탁자 서랍에 넣어 두고 잊고 있었다.

“남자들은 말이죠. 시각적인 동물이라 여자들이 자위하는 모습만 봐도 뻑 가거든요.

 

예전에 빨간책들 보면 그런 여자 그림만 나와도 그냥 확 가버렸는데….”

“난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사실 그건 쌤 선물을 빙자한, 저를 즐겁게 하는 선물인데… 언제 함 보여주세요.”

유미가 생각난 듯 서랍을 열어 그것을 꺼냈다.

 

진주알이 길게 늘어진 지스트링을 아래에 대고 낚싯대 희롱하듯 살살 오르락내리락 했다.

 

간지러운 자극이 왔다.

 

이 정도의 자극은 유미에겐 별 감흥이 없었다.

 

용준의 말대로 어쩌면 이런 행동은 아래층에서 보고 있는 다니엘에게

 

흥분을 일으키게 할지 모르겠다.

 

어떨 때는 자존심이 좀 상하기도 했지만,

 

유미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고 생각했다.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이런 걸 보고 흥분하는 다니엘이 더 불쌍하다고 생각되었다.

 

유미가 용준과 통화하며 혼자서 노는 아이처럼 무심하게 장난을 치며 통화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용준, 전화 끊자. 나중에 또….”

유미가 휴대폰을 끄고 방문을 향해 물었다.

“누구세요?”

“…다니엘이오.”

시계를 보니 9시20분이다.

 

오늘밤 소피는 어쩌고 이리 올라왔단 말인가.

“다니엘, 이건 계약위반인데요.”

“알아요. 문 좀 열어줘요. 내가 책임질게요.”

유미는 얇은 가운을 슈미즈 위에 걸치고 문을 열었다.

 

좀 전까지 부끄러운 장면을 생중계했던 상황이지만

 

실제로 만나려니 기분이 이상하고 부끄러웠다.

“로즈, 정말 미안해요.”

다니엘은 좀 취해 있었다.

“무슨 일이죠? 소피는 어쩌시고요?”

“소피는 이제 오지 않아요.”

“……?”

다니엘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요즘 내가 아주 힘든 상황이에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

 

물론 정신과 의사가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주긴 했지만 그게 해결책은 안 되고….”

그러고 보니 최근의 다니엘은 갤러리에서도 멍하게 생각에 잠겨있는 적이 많았다.

 

아마도 신경안정제 때문인지 아침에도 제때 못 일어나는 것 같았다.

“무언가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네요.”

유미는 아무 기대 없이 위로삼아 애틋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

“로즈가 이해해 줄 거 같지 않아서….”

다니엘이 머뭇거렸다.

 

유미가 안심시키듯 말했다.

“우린 친구잖아요, 그렇죠?”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그런데 이제부터 내 얘길 좀 들어봐요. 그리고 내가 어쩌면 좋겠소?” 

 

다니엘이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며 이야기를 꺼냈다.

“로즈가 알다시피 소피는 유부녀요.

 

소피의 남편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부요직에 있는 고위층이지.

 

그래서 우리는 스캔들이 날까 봐 매주 두 번씩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났지요.

 

그게 벌써 3년이 넘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소피의 남편이 우리 관계를 눈치챘어요.”

아하, 그러니까 이 남자, 치정관계로 고통을 받고 있는 거구나.

“그래서요?”

유미가 호기심이 동해 다니엘의 말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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