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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오, 로즈(Oh, Rose)-16

오늘의 쉼터 2015. 4. 9. 00:03

(417)오, 로즈(Oh, Rose)-16

 

 

 

다니엘의 집에서 조금 이른 저녁에 시작한 만찬은 다니엘과 그의 애인 소피,

 

그리고 유미와 용준, 딱 네 사람이 참석했다.

 

가정부 안느와 행사가 있을 때면 다니엘의 집에 출장 온다는 전직 ’꼬르동 블루’

 

요리학교 교수 출신인 요리사 쟈크의 솜씨로 음식맛이 훌륭했다.

 

색스러운 요리라기보다는 맛으로 승부를 거는 든든하고 행복감을 주는 가정식 요리였다.

 

용준은 처음엔 말도 안 통하고 또 체면을 차려야 하는 자리라서 점잔을 빼고 앉아 있었다.

 

유미의 남자 친구라고 용준을 소개하니 소피가 반가운 얼굴로 덕담을 했다.

“올랄라! 영화배우처럼 너무 잘 생겼다.”

그 말을 통역해 주자 용준은 입이 귀에 걸려 말했다.

“한국의 원조 한류 스타가 있는데 그 사람이 저를 많이 닮았죠.

 

샘, 이 말 통역해 주세요. 저 여자, 눈이 보배네.

 

보는 눈은 있어 가지고선, 가슴은 젖소 부인인데… 아, 이 말은 빼고요.”

그러더니 용준은 소피를 보고 헤실헤실 웃더니 망가진 영어로 말했다.

“유어 아이즈 다이아몬드!”

그 말을 자기 눈이 아름답다고 들은 소피 역시 호들갑스럽게 좋아했다.

“다니엘, 들었지? 내 눈이 예쁘대.”

다니엘이 소피에게 키스했다.

“쳇, 쟤네들 밥 먹다 말고 키스는. 하긴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라야지.”

갑자기 용준이 유미에게 기습키스를 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이어졌지만 세 사람이 프랑스어로 떠들어대자

 

용준은 자연히 입을 다물고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코스마다 바뀌는 술로 이미 얼큰해진 용준은 점점 말이 많아졌다.

 

그것도 남이 듣건 말건 한국말로 비 맞은 중처럼 중얼댔다.

“아, 느글거려. 가뜩이나 음식도 그런데다 콧소리 불어를 계속 들으니 속이 뒤집어지네.

 

김치 좀 없나? 저 여자 허옇고 푸짐한 가슴살을 보니 속이 더 답답해.”

유미가 용준에게 슬쩍 주의를 주었다.

“그만 좀 중얼대. 그것도 한국말로. 저 사람들한테 실례야.”

용준이 다니엘과 소피를 향해 한껏 예의 바른 미소를 짓더니 또 씨부렁댔다.

“진짜 속이 안 좋아요. 나 비위 엄청 약한데, 촌놈이 체면상 억지로 구겨 넣었더니…

 

술도 오르고… 아, 졸려. 눕고 싶어.”

그러더니 정말 끄덕끄덕 졸기 시작했다.

“아, 실례! 어쩌죠? 제 방에서 좀 쉬라고 할까 봐요.”

“오 저런, 피곤했나 보네요. 디저트도 아직 안 나왔는데….”

다니엘이 겸연쩍게 말하자 소피가 나섰다.

“디저트와 식후주는 로즈 방에 가져다 주라고 하면 되잖아. 다니엘, 우리도 일어날까?”

소피가 다니엘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유미는 용준을 부축해서 위층의 침실로 데려갔다.

 

용준은 침대에 대자로 누워 곯아 떨어진 것 같았다.

 

잠시 후, 노크 소리가 나고 안느가 디저트로 준비한 무스오쇼콜라와 코냑 두 잔을 가져다 주었다.

 

배가 너무 불러 유미도 그것을 테이블 한쪽에 밀어 놓고 술도 깰 겸, 화장대 앞에 앉아 올렸던

 

머리를 풀어 헤치고 머리를 빗었다.

 

거울 속으로 옷을 입은 채 침대 위에 누운 용준이 보였다.

 

유미는 침대로 다가와 용준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용준을 깨울까? 얼굴에서 그의 안경을 살짝 빼내었다.

 

그래도 그는 끄떡없다.

 

유미도 너무 졸려 옆에 쓰러져 자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시계를 보니 8시45분이었다.

 

유미는 용준을 그대로 두고 벌떡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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