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오, 로즈(Oh, Rose)-14
“대신에 다니엘은 아주 낭만적인 분이죠. 그림을 좋아하는 취향도 그렇고….”
유미가 그윽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니엘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봤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아아, 다니엘이 부러워요. 이런 멋진 그림들과 평생을 함께했으니.”
“특별히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소?”
“글쎄요…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이런 그림이 그려지는군. 언젠가 내가 로즈를 다시 여기에 데려와,
어디 한 번 골라 봐요. 선물이야, 이렇게 말하는 그림.”
“아, 그 그림 좋네요. 마음에 들어요. 그런 그림은 상상만 해도 행복해요.”
유미가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웃자 다니엘이 유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당신의 행복한 모습은 분명히 나도 행복하게 해줄 거요.”
이럴 때 보면 다니엘의 표정은 아이 같다.
“원하신다면 카메라를 설치해도 좋아요.
다만 작동하는 건 제가 하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계약사항은 따로 쓰지 않겠어요.
만약 내가 당신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면 당신도 소중한 것을 내게 주시겠죠.
그런 조건은 어떤 시기가 되면 자연스럽게 얘기하도록 해요.”
“알겠어요. 당신은 예상대로 정말 멋진 여자요.
그리고 로즈의 사생활엔 내가 절대 간섭하지 않을 테니 자유롭게 지내요.”
“좋아요. 다만 이 일과는 별개로, 재벌그룹인 윤조미술관의 작품구매를 좀 도와주세요.
서로 윈윈하는 거죠. 이럴 땐 한국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라고 하지요.”
“당연하지. 내 직업은 화상이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의기투합한 심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유미는 다니엘을 통해 소개받은 경매회사에 구매 희망 작품의 경매일정도 알아보고
몇 군데 화랑에도 섭외를 하여 동향을 살피고 화가와도 선이 닿게 미팅을 부탁해놓았다.
그것은 용준이 가고 나서 유미가 해도 될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용준이 출장 왔을 때,
세계 최고 수준의 대가 작품을 한 두 점 뽀대나게 계약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용준이 신뢰를 얻게 될 것이고 유미 또한 국내 미술계로 작품을 진출시킬 거점을
자연스레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유미가 고심 끝에 구매를 결정한 것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이었다.
윤조미술관의 위상을 높이고 화제의 중심에 서게 하려면 충격적인 작품이 제격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앤디 워홀의 작품과 제프 쿤스의 작품을 섭외할 것이다.
그런 취지로 용준에게 설명하고 강애리에게 보고를 올리게 했다.
용준은 강애리의 대답을 그대로 유미에게 생중계했다.
“쌤, 강 관장이 막 흥분했어요.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앤디 워홀,
다 좋은 가격에 구매 가능할 거 같다. 그런데 구매 자금이 문제다.
그랬더니 성사될 수 있다면 최대한 자금을 동원해보겠다는데요.
그러면서 어떻게 그렇게 수완이 좋으냐고 나를 막 추켜세우는데 좀 찔리더라고요.
쌤 얘기는 할 수 없으니 다니엘 화랑에 관계하는 믿을만한 제 선배의 불란서계 부인이 있다고
뻥쳤죠. 다니엘 화랑이라니까 그냥 꺼뻑 죽더라고요.
조만간 그 화랑에서 제안의견서를 보낼 거라고 했어요.”
유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앤디 워홀과 제프 쿤스의 작품은 다니엘도 가지고 있다.
현재 유미가 구매 의사를 표하고 다니엘과 협상 중이다.
그리고 오늘은 지난번에 약속한 대로 소피를 안심시키기 위해
유미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와서 다니엘의 집에서 함께 식사하기로 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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