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오, 로즈(Oh, Rose)-13
유미는 용준과 점심을 먹기 위해 외출 준비를 했다.
오후엔 다니엘에게 용준을 소개하고 화랑을 둘러보고 저녁엔 작년에 윤조미술관에서
전시했던 몇몇 화가들과의 저녁 약속이 잡혀 있었다.
그 화가들도 실력 있는 작가들이었지만 거장들에 비하면 잔챙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시나 컬렉션을 위한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는 그들의 작품도 필요했다.
용준이 그들 잔챙이 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구매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예술사 박사과정에 있는 여자 유학생 한 사람을 통역으로 고용했다.
그녀가 용준의 관광이나 통역을 맡아 용준을 상대하는 대신에 유미는 용준이 사고 싶어하는
거물들의 작품, 그것은 결국 윤 회장이 원하는 작품이겠지만,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다니엘의 호출이 온 것은 저녁식사 자리가 거의 파할 무렵이었다.
“용준, 미안. 일 때문에 중요한 상담이 있어서 들어가 봐야겠어.
마드모아젤 정이 호텔에 데려다 주고 통역해서 일 마무리해줄 거야. 나중에 통화하자.”
용준은 섭섭한 눈치였지만 비즈니스 때문이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다니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피는 가고 없는지 침실 쪽이 조용했다.
다니엘이 둔중하고 커다란 철문을 열었다.
보안 키와 열쇠 등 몇 겹으로 잠겨 있는 문이었다.
계기판이 부착된 문이 육중하게 열렸다.
계기판은 그림 보관의 최적 습도와 온도를 조절하는 것 같고,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창고 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화면도 있었다.
실내는 마치 낯선 세계로 통하는 터널처럼 여겨졌다.
조명이 켜지자 긴 회랑이 나타났고 거기엔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그림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었다.
군데군데 설치 작품도 보였고 가운데 유리 진열장 안에는
조각 작품과 공예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또 다른 문을 여니 시대별로, 작가별로 정리된 장이 보였다.
작품 수도 많았지만 눈에 띄는 작가와 작품도 입이 벌어질 만큼
유명한 것들이 많이 보였다.
YB그룹에서 사고 싶어 하는 앤디 워홀의 ‘플라워’도 보였고
리히텐슈타인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
물론 피카소나 미로, 달리, 모딜리아니, 클림트의 작품도 보였다.
유미는 요즘 한창 뜨는 현대미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포스트 팝아트 계열의 작품에 대해
다니엘에게 물었다.
그게 대세이니 윤조미술관에서도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그런 작품들을 원하는 게 당연했다.
다만 윤 회장만은 개인적으로 피카소나 고흐의 작품을 강렬하게 소장하고 싶어한다는
소리를 용준에게서 들었다.
“난 사실 요즘 팝아트는 별로예요.
겨우 한두 점 구색 맞춰 있을 뿐. 영국에 있는 우리 아들이 완전 그쪽 통이지.
뭐 꼭 필요하다면 내가 구입할 순 있지만, 너무 저속하고 천박해서 난 별로야.”
“데미안 허스트 작품은 없어요?”
“없어요. 그 작가는 분명 이야기가 있지만, 너무 노골적이고 잔인해.
대신에 20세기 모던한 유명작가들 그림은 누구 못지않게 갖고 있어요.”
다니엘은 유미에게 몇 작품을 소개하고 자랑했다.
유미는 머릿속에 그의 작품 목록을 대충 꿰고,
용준에게 연결해 줄 작품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어쩌면 다니엘의 아들이 있다는 런던으로 가야 할지도 몰랐다.
“아드님은 어떤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죠?”
“중요 작품 몇 개는 있을 거요.
하지만 자금 능력 면에서는 내가 딜하는 거보다 규모는 작다고 봐야지.
하지만 그 애는 또 나와 달리 사교적이라 인맥을 크루아상 반죽 주무르듯이 하지.
언제 소개해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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