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오, 로즈(Oh, Rose)-12
“전에 얘기했듯이 당신이 원하면 그림을 줄 수도 있소.
다른 보상을 원하면 상황 봐서 또 그렇게 해 줄 수도 있어요.”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라 황당하네요.”
“만약 기분이 나쁘거나 모욕감을 느꼈다면 미안해요.”
“제가 그 제안을 거절하면 저와 다시는 안 볼 건가요?”
“글쎄, 거기까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참 묘한 제안이네요.
무슨 전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너무도 주관적인 계약조건이라 뭐라 말씀드릴 수 없네요.
제가 핍쇼의 쇼걸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면 오해를 하는 거요. 난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신비롭고 설레요.”
유미는 다니엘의 눈을 똑바로 보고 물었다.
“다니엘, 당신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다니엘이 머뭇거렸다.
“다니엘, 이렇게 생각해 보죠.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그냥 전시장에서 그림을 보는 것이랑 그 그림을 늘 볼 수 있게 사서 소장하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 말이죠.
두 방법 중에 당신의 제안은 첫 번째 방법이죠.
당신은 소장할 수도 있는데 말이죠.
구매의 관건은 그 그림을 얼마나 욕망하느냐와 재력의 문제죠.
당신의 재력은 문제가 없을 거 같은데요.
당신은 나를 얼마나 욕망하죠?”
“내겐 소피가 있고, 아직 당신을 모르니까….
그리고 그 예는 적절하지 않은 거 같소. 당신은 그림이 아니잖소.”
“맞아요. 저는 그림이 아니죠.
저는 당신의 감정에 따라 제 몸의 표현이 달라질 수 있는,
저 역시 감정을 갖고 있는 여자라는 거죠.”
“그래요. 그래서 난 두려웠던 거예요.
당신이 단순한 그림이 아니니까.
분명한 건 난 당신에게 끌린다는 거예요.
그리고 난 맛있는 사탕을 조금씩 아껴 먹고 싶은 소년의 마음이라는 거요.
지금은 그게 내게 더없이 소중하다오.”
다니엘이 노회한 건지, 위선적인 건지,
순수한 건지 유미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제가 생각을 좀 해 보겠어요.”
“알았어요.”
“약속한 그림창고는 언제 보여 주실 건가요?”
“아, 오늘 밤이라도 좋아요.”
“그럼 이따 연락 주세요.”
유미는 다니엘의 거처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의 복잡미묘한 심리가 이해될 듯 말 듯하다.
저렇게 소심하고 복잡한 남자는 도대체 뭐지?
스스로 뭔가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심리가 많은 남자일까?
아니면 남자로서 능력이 시원치 않은 걸까?
아니면 애인 소피에 대한 절개? 아, 해골 꼬여. 오늘 밤 한 번 더 그를 탐구해 보자.
그러나 그의 제안이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좀 자존심이 상해서 그렇지, 어쨌거나 사업상 그는 꼭 필요한 인물이다.
그와 거래를 트기 위해서는 작은 계기가 필요하던 차에 그의 제안은 이상하긴 했지만
유미로선 크게 손해날 것도 없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창대한 끝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계약 조건이 문제가 아니다. 우선 다니엘이 내게 욕망을 느끼게 하는 게 급선무다.
그의 심리를 정확히 포착해서 적절히 ‘밀당’을 해야 한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다니엘 같은 남자가 감정싸움에 약한 부류일지도 모른다.
유명 화상이었던 조부 때부터 물려받은 유산으로 거부가 된 그에게 인생은
땅 짚고 헤엄치기며 돈은 숫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맨손으로 땅을 파고 죽기 살기로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윤 회장 부류와는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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