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오, 로즈(Oh, Rose)-11
“무슨 뜻이죠?”
“로즈는 창을 열고 무엇을 보았소?”
유미는 대답대신 미소를 지었다.
“로즈는 무엇을 보기 위해 창을 열고 내려다본 게 아니라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소?”
“그래요. 저는 제 뒷모습을 보았어요.
당신은 그걸 보고 무엇을 떠올리셨나요?”
“당신의 뒷모습이 무척 말을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소.
사람의 뒷모습은 정직한 거요. 전에도 얘기했지만,
난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림을 사랑해요.”
“예, 알고 있어요.”
“로즈, 당신의 몸을 표현해요.”
“어떻게 말이죠? 제 몸을 모델로 그림을 그릴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오.
기회를 봐서 일류 화가를 불러다 꼭 당신 몸을 그리도록 하겠소.
그리고 내가 그걸 소장할 거요.
난 당신이 몸이 표현해 내는 그 에너지가 좋아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즉각적이고 간단한 게 있어요.”
“그게 뭐죠?”
“…전에 얘기한 조건, 아니 부탁이라는 게 더 겸손한 표현이겠군.”
다니엘이 한동안 입을 다물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부탁이 있어요.”
“말씀하세요.”
“당신을 훔쳐보게 해줘요.”
“이미 훔쳐보셨잖아요.”
“이제부터 허락을 해줘요.”
“?!”
이 이상한 도둑질을 허가받고 하겠다는 건가?
유미는 이 괴팍한 프랑스 중늙은이의 청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보상은 충분히 하겠어요.
난 언제부턴가 그림 이외에는 모든 게 시들해졌어요.
심지어는 소피와의 관계도 그래요. 그런데 이상해요.
당신을 훔쳐보는 그것이 너무 설레고 흥분되었어요.
가슴이 설레는 이 기분, 이걸 정말 오랜만에 느껴 보니 행복했어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아마도 ‘훔친다’는 그것이 더욱더 흥분시키는 거겠죠.
그런데 이렇게 허락을 구하면 무슨 흥분이 생기겠어요?”
유미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물론 그렇기도 하겠죠.
하지만 난 도둑이 되기는 싫어요.
도덕적으로 그건 용납 못해요.
당신의 몸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는 걸 난 어젯밤 깨달았어요.
그러니 우리 협상합시다.
당신도 그게 편할 테니. 이건 비즈니스요.”
유미는 황당했다.
“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조건을 말해 보세요.”
다니엘이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당신의 방과 위층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도록 허락해 줘요.”
아니 이건 뭐야? 나를 훔쳐보는 게 아니라 감시하는 거 아냐?
유미가 기가 막혀 웃었다.
“이런 계약은 어떻소?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과 목요일 밤 9시에서 10시까지
한 시간씩만 카메라를 작동시키고 다른 때는 꺼놓겠소.
못 믿겠으면 물론 스위치를 당신이 방에서 조절해도 되고.
또 얼마든지 합의를 해서 계약 변경도 할 수 있소.
당신은 그 시간에 자연스럽게 일상을 보내도 좋고 나를 의식하고 무언가를 해도 좋소.
그건 당신의 자유요.”
“그 영상자료는 어떻게 할 건데요?”
“그건 절대 유출하지 않을 거고,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폐기할 거요.
그런 건 계약사항에 쓰면 돼요.”
“계약조건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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