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오, 로즈(Oh, Rose)-4
유미가 망설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가정부도 잠들었는지 조용한 아래층 거실에서 다니엘이 유미를 맞았다.
그는 편안하게 나이트가운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다소 상기돼 있어서 유미는 살짝 긴장이 되었다.
“혼자 위스키를 한 잔 하고 있었어요. 로즈, 한잔할래요?”
다니엘은 ‘오 로즈’로 명함을 찍은 이후부터 유미를 아예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예….”
“실례가 안 된다면 내 방에 가서 한잔합시다.”
“예…?”
유미의 의아한 표정이 걸렸는지 그가 웃으며 말했다.
“보여줄 게 있어서 그래요.”
“무엇을?”
“답은 30초 후에 방에 들어가면 알아요.”
다니엘의 침실로 들어가는 게 불안했지만 호기심이 동한 유미는
다니엘을 따라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다니엘의 침실은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소피가 다녀간 침실의 분위기가 야릇할 거 같아서 일순 긴장감이 들었다.
그의 방에 들어가 보니 그 안은 작은 아파트를 닮은 구조였다.
그의 거처의 문을 여니 작은 응접실이 나왔다.
간단한 술상이 탁자 위에 차려져 있었다.
그 방을 통과해야 침실과 욕실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단단한 금속으로 된 문이 하나 보였다.
대형금고인가? 유미가 의아해하자 다니엘이 말했다.
“그림 창고예요.”
다니엘이 유미에게 위스키를 따라주며 말했다.
다니엘이 잔을 들어 유미에게 권했다.
유미가 한 모금 마셨다.
식도가 타는 듯한 강렬한 자극을 주는 목 넘김에 유미는 기분이 좋아졌다.
다니엘이 턱짓을 하며 말했다.
“로즈가 사고 싶어 하는 그림들이 저 안에 몇 점 있어요.
나는 이 방에서 누군가에게 사적으로 그림 창고를 열어 보여준 적이 없소.
소피에게조차도. 로즈가 원한다면 저 창고를 개방할 겁니다.”
“개방한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어떤 식으로든 로즈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은 저 그림들의 재산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림들은 내게는 다른 의미입니다.
내게 말을 걸지 않는 그림들은 의미가 없어요.”
“그림이 말을 걸다니요?”
“내게, 또는 내 인생에 영감을 주는 그림들을 나는 사랑한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유산으로 물려받은 그림도 많지만 개중엔 사랑하지 않는 그림도 많지요.
우리 집은 대대로 화상(畵商) 집안이거든요. 고미술도 많고요.
즉 내가 사랑하지 않는 그림들은 내게는 아무 가치가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무료로, 또는 선물로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소피에게도 선물로 많이 주셨겠네요.”
“아직 주진 않았습니다.
소피가 그런 기대를 하기 때문에 내게서 떠나지 않는 건지도 모르죠. 슬픈 일이지만….”
다니엘의 표정이 우울해졌다가 밝아졌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어요.”
다니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요.”
다니엘이 유미를 보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침실로 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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