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404)오, 로즈(Oh, Rose)-3

오늘의 쉼터 2015. 4. 8. 23:14

(404)오, 로즈(Oh, Rose)-3

 

 

 

 

“용준은 앞으로 출장이 잦아질 거 같다는 말을 했다.

 

관장인 강애리는 임신으로 당분간 해외 출장을 자제할 것이며,

 

윤동진이 결정적인 시기에 그림 수집 관련 출장을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미는 이미 용준에게서 윤조미술관의 작품 구매 희망 리스트를 받아 놓았다.

“쌤, 저를 좀 도와주세요.

 

그림 수집 능력을 인정받으면 제가 수석으로 승진하는 덴 문제없다고 강 관장이 부추깁니다.”

“그럼, 내가 박용준을 안 도와주면 누굴 돕겠어.

 

다만 난 전면에 절대 안 나타날 거니까 보안 유지해야 하는 건 명심하고.”

“당근이죠. 저도 그게 좋아요. 그래야 저의 능력이 더 돋보이니까요.”

출세의 유혹에 용준은 눈이 어두울 것이다.

“체류 일정은 어느 정도지?”

“일단 일주일 정도인데, 더 연장할 수 있어요.”

“그럼 일단 다음 주 목요일 저녁 시간은 비워 둘 수 있어?”

“그럼요. 시간은 제가 조정하기 나름이죠. 사실 이번 출장은 일단 기초 작업만 해도 괜찮아요.”

“알겠어. 나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으니까. 일단 와서 의논하자고.”

“유명 화랑과 연결되었다니 쌤만 믿어요.”

“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지.”

“그래도 난 누이는 싫은데…. 참, 윤 이사와 강 관장 결혼식이 이번 주 토요일이에요.”

“그래…!?”

예상한 일이지만 기분이 묘해졌다.

 

유미는 전화를 끊었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는구나.

 

윤동진은 그 이후 한 번도 유미에게 메일조차 하지 않았다.

 

윤동진과 지난날에 함께했던 모든 추억들이 문득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죽을 듯 살듯 매달려도 결혼이라는 괴물의 아가리에 들어가면

 

고래 뱃속처럼 어쩔 수 없는 건가. 결혼은 그에게 빠져나오지 못할 구속일 것이다.

 

결혼이라는 수갑에 묶이고 체인에 감긴 채 가면을 쓰고 고통받는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외면상으로는 그가 즐기는 성적 취향과 비슷하지만

 

윤동진은 분명 강애리와 성적으로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협업의 관점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혼일 것이다. 

 

모든 여자들의 이상적인 결혼은 돈과 성의 결합일 것이다.

 

만약 둘 다 여의치 않을 때는 보통 성을 포기할 것이다.

 

유미 또한 윤동진을 만날 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유미는 이제 돈과 성이라는 무기를 각각 양손에 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돈이 목적일 때는 성이 수단이 되고, 성이 목적일 때는 돈이 수단이 되는

 

그런 상호 보완적인 무기를…. 그렇게 양손에 칼을 쥔 힘 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

용준이 보낸 리스트는 확정적인 게 아니고 그야말로 희망 리스트라고 했다.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런 여지가 있기 때문에 현지에 용준을 파견해서 구매 상황을 알아보려는 것이다.

 

유미는 진작에 다니엘에게 그 리스트를 보여 주었다.

 

다니엘은 작품들을 갖고 있는 화가들과 소장가들,

 

또는 경매회사의 계획 등을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니엘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도 있었다.

그런데 다니엘이 소피가 다녀간 목요일 밤에 유미에게 술 한잔하러

 

아래층으로 내려오지 않겠냐고 전화를 해 왔다.

 

이렇게 늦은 밤에 호출이라니. 그것도 소피가 다녀간 밤에….

 

사실 아침 시간 이외에는 다니엘과 부딪칠 일이 거의 없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법칙을 고수하고 있는 유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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