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 키다리 오빠-21
하지만 유미는 유진에게 더 이상 ‘겁대가리 없이 자유분방한 근본 없는’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지난번에 나름대로는 순수한 마음에서 옷을 벗었던 유미에게 그가 모욕을 준 걸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유미도 한숨을 쉬며 몸을 뒤척였다.
빨리 잠들기 위해 유미는 며칠간 나체 캠프에서의 추억을 파노라마처럼 떠올렸다.
푸른 풀밭을 걸어가는 알몸의 사람들, 클럽에서 함께 춤추던 남자들,
시몽과 보냈던 원시의 밤,
그의 단단하고 매끄럽던 피부와 숨이 막힐 만큼 밀고 들어오던 그의 ‘그로스바트’.
태양이 이글거리던 해변에서 유미의 몸에 오일을 발라 주던 미셸의 뜨거운 손과
그때 느끼던 간지러움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와 함께 알몸으로 시원하게 수영을 하던 풀장의 기분 좋은 물살도 새삼 느껴졌다.
유미는 저도 모르게 침대 안에서 원피스를 벗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맨살에 그 물살과 손길의 간지러움,
따가운 태양빛과 살랑대는 미풍을 느끼고 싶었다.
살며시 가슴을 쓸어내리자 가슴에서 쿵쿵쿵,
아프리카의 북소리 같은 심장 박동이 느껴졌다.
박동 소리를 듣자 그대로 일어나 온몸으로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유미는 그 에너지를 억지로 누르고 온몸을 태아처럼 웅크리며 잠들기 위해
나체촌의 벌거벗은 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간헐적인 유진의 호흡 소리와 뒤척이는 소리가 점차 멀어지며 유미는 겨우 잠으로 빠져들었다.
유미는 가면을 쓰고 사람들과 모닥불 가에 둘러서서 아프리카 춤을 추었다.
가면을 쓴 얼굴은 답답했지만 온몸은 시원한 알몸이었다.
남자도 여자도 다 벗었지만 모두 가면을 쓰고 있었다.
한 남자가 유미를 유혹하는 춤을 추었다.
그는 아프리카의 전사인지 긴 창을 들고 있었다.
음악과 흥분이 고조되자 그는 유미 앞에서 창을 내려놓고 더욱더 노골적인
유혹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가 마침내 유미의 가면을 벗기고 자신의 가면을 벗고 키스를 했다.
달콤하지만 한없이 슬픈 느낌의 키스였다.
유미는 키스 도중에 눈을 떠서 그의 얼굴을 살폈다.
앗, 유진! 그가 유진이라는 걸 알아채자 유미는 잠에서 깼다.
아니 꿈 때문이 아니었다.
유진이 악몽을 꾸었는지,
가위에 눌렸는지 숨차게 잠꼬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아, 안 돼. 안 돼…. 내가… 내가… 아악!”
고통스러워하는 유진의 기척에 유미는 얼른 일어나 유진에게로 가서 그를 흔들어 깨웠다.
“오빠! 오빠!”
유진의 온몸이 땀투성이였다.
유진이 벌떡 일어났다.
“괜찮아? 무슨 나쁜 꿈 꿨나 봐.
우리 엄마가 가위 눌렸을 때는 꼭 깨워야 한다고 했어. 안 그럼 죽을 수도 있다고.”
유미가 유진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티셔츠가 온통 땀으로 축축했다.
그때 갑자기 유진이 유미를 와락 끌어안았다.
유미는 꼼짝할 수도 없어서 그대로 있었다.
한기가 들었는지 그의 몸은 계속 떨고 있었다.
방안은 캄캄한 어둠 속에 잠겨 있었지만 유미는 자신이 옷을 벗고 있는 게 부끄럽게 여겨졌다.
잠시 후 유미가 몸을 빼려 했다.
그러자 유진이 더욱 완강하게 유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뜨거운 입술이 유미의 입술을 물었다.
유진은 유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숨 막히게 껴안고
유미의 입술을 뜨거운 혀로 헤집기 시작했다.
유미는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유미가 도리질을 칠수록 유진의 팔은 더욱더 강력하게 조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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