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8) 키다리 오빠-19
유미는 기가 찼다.
이유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해변에 있어, 없어?”
“으음….”
유미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빨리 말해!”
“… 있어요.”
“그럼, 손 흔들어 봐.”
유미는 망설이다 일단 앉아서 타월을 몸에 둘렀다.
“어디 있는지 아니까 내가 그리로 갈게요.
사람들 눈도 있고 하니까 저쪽 소나무 숲 있는 데로 가 있어요. 곧 갈게요.”
유진이 사람들이 일광욕하고 있는 해변을 떠나 옆의 한적한 소나무 숲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보였다.
몇몇 사람들이 유진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도대체 뭐야? 어휴 쪽팔려. 유미는 속으로 투덜대며 일어섰다.
“왜? 벌써 가려고?”
아무것도 모르는 미셸이 서운한 얼굴을 했다.
그러더니 유미에게 다짐을 받았다.
“오늘 밤에 거기 나와 함께 갈 거죠?”
“알았어요.”
유미는 고개를 까딱이고는 미셸에게서 물러나 유진이 기다리고 있는 소나무 숲으로 갔다.
야구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유진의 얼굴은 통화를 하지 않았으면
알아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유미가 다가가자 유진이 선글라스를 올렸다.
그는 한낮의 열기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화난 사람처럼 말했다.
“짐 싸!”
“도대체 뭐야? 갑자기 찾아와서. 여기서 즐기려고 온 거 아니에요?”
“너처럼 겁대가리 없이 자유분방한 여자는 처음 본다.”
유미가 발끈했다.
“안 가요! 내가 뭐 오빠 노예야? 어디다 대고 명령이야?”
“아니, 내가 노예지.”
유진이 화를 삭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명령 아니라 부탁이다.
당장 짐 싸서 파리로 올라가 줘. 쾌락에 몸부림치지 말고.”
“몸부림? 쾌락을 누리는 건 하나의 권리야.
내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마. 즐기지 않을 거면 혼자 올라가요.
그렇게 셔츠 단추까지 꼭꼭 싸매고 문명인인 척하지 말고.
욕망에 저항하느라 속으로 피 흘리는 거 다 알아요.
옷으로 위장한다고 그런 본능이 다 가려지나?”
유미는 비행 현장에 들이닥친 오빠에게 저항하는 미성년자처럼 반항했다.
유진의 눈빛이 안타깝게 변했다.
그러나 입은 꾹 다물고 있다.
말로는 표현 못할 언어를 유진은 눈빛으로 보내고 있었다.
마침내 냉정을 되찾은 유진이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 온 건 임무 수행차 왔다.”
“임무?”
“그분에게서 돈이 입금되었다.”
그 말 한마디에 힘이 잔뜩 들어갔던 유미의 어깨가 내려갔다.
아닌 게 아니라 돈이 떨어질 참이었다.
“그리고 난 너를 보호해야 해.”
유진이 착잡한 얼굴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게 또 나의 임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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