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 키다리 오빠-13
“너만 벗은 것도 아닌데 뭐가 쪽팔려.”
“그래서 말인데… 오빠가 여기 오면 어떨까?”
“동양인 커플이 다니면 따블로 더 쪽팔릴걸.”
“아니 오빠는 오빠대로 자유롭게 파트너 구해서 지내.
그냥 오빠가 여기 있으면 좀 든든할 거 같아.”
“발레리 있잖아.”
“걔는 이제 나한테 관심 없어. 걔가 그랬어.
여기 오면 각자 각개전투하는 거라고. 자기는 나 못 돌봐준다구.”
“그러게 그럴 깜냥도 없으면서 그런 델 왜 가?”
“오빠, 와라. 혼자 오기 뭐하면 애인이라도 데리고 와.”
“나 촬영차 지방에 와 있어.”
“그럼 그때 사진 속 모델이라도 데리고 와.”
“…….”
유진은 침묵했다. 그리고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선택한 건 네가 책임져라.”
“그럼, 오빠는 내가 타락해도 좋아?”
“더 이상 어떻게 더 타락하겠어.”
아유, 싸가지. 유미는 전화를 탁 끊어버렸다.
홧김에 유미는 큰 타월을 챙겨 수영장으로 갔다.
그래, 내가 선택한 거니까 피하지 말자.
아니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기자.
저녁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알몸이었던 사람들이
반바지나 셔츠 같은 걸 걸치기도 했다.
부끄러움 때문이라기보다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수영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을까.
모두들 저녁식사를 하러 간 걸까.
유미는 물 속에 들어가 편안하게 몸을 이완했다.
드디어 알몸에 닿는 물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기분이 좋았다.
그때 누군가가 물 속으로 들어왔다.
웬 곱슬머리 남자였다.
“안녕, 나예요.”
그러고 보니 낮에 만났던 옆 텐트의 남자였다.
“내 이름은 미셸이에요. 그쪽은?”
“유미예요.”
“왜 아까 수영장에서 보자 했는데 안 왔어요?
지금 지나가다 모습이 눈에 띄어 반가워서 여기 왔어요.”
그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미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소르본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어요.
올해 스물일곱. 그쪽은 스물하나?”
유미는 웃었다.
“비밀.”
그가 능숙한 자세로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키가 그리 크진 않았으나 균형 잡히고 다부진 몸이었다.
유미도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틈에 그가 물 속에서 쑥 솟아올라 유미의 코앞에 나타났다.
유미가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는지 장난꾸러기처럼 잠수를 해서 유미의 주변을 맴돌았다.
아무리 물 속이긴 했지만 두 사람은 알몸이었다.
유미가 도망을 가면 그가 유미를 따라오곤 했다.
유미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몸이 부딪쳐 슬쩍 닿았다.
물 속에서 탄력있게 튕기는 남자의 몸.
유미는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아 물 속에 얼굴을 처박았다.
물 속에 잠겨있는 그의 나신이 희미하게 보였다.
언뜻 그의 몸에서 돌기를 본 듯해서 유미는 얼른 바깥으로 나와 타월을 둘렀다.
뒤따라나온 그가 말했다.
“예뻐요….”
“고마워요.”
“저녁 같이 먹을래요?”
“발레리한테 물어보구요.”
“아, 그 여자 친구. 그 여자랑 혹시 레즈비언 관계는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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