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74)생은 다른 곳에-10

오늘의 쉼터 2015. 4. 7. 17:44

(374)생은 다른 곳에-10

 

 

 

“아드님이라뇨?”

“지금 영국 런던에 있어요. 소더비라는 경매회사에 있죠.

 

원하면 거래할 수도 있고 경매 정보를 줄 수도 있어요.”

“필요하면 부탁드릴게요.”

“프랑스 화가에겐 관심 없어요?

 

 장 뒤뷔페나 로베르 콩바스 같은 작품들은 우리 화랑에서 취급하고 있어요.”

“아, 그래요?”

“유명한 그림들을 개인적으로 좀 가지고 있소.

 

난 현대 화가들보다 고전적인 화가들의 그림이 좋아요.

 

뭐 고흐나 피카소, 모네나 마네도 있긴 하지만.”

“와우!”

유미는 기분 좋은 감탄사를 날려주었다.

 

다니엘도 기분이 좋은 눈치였다.

“제가 작품 리스트를 조만간 한번 생각해 볼게요.

 

한국에서 큰 기획전을 먼저 하는 방법도 좋을 거 같고요.”

“서로가 윈윈하는 방법을 좀 생각해 봅시다. 일단 오늘은 이렇게 살짝 운만 떼지요.”

식사가 계속 날라져 오고 와인도 그에 따라 달라졌다.

 

취기가 돌고 배가 기분 좋게 불러오면서 왠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디저트를 먹을 때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참, 방은 구했어요?”

다니엘이 어떻게 그것까지 기억하고 있을까. 세심한 남자인가 보다.

“아뇨, 아직….”

“얼마나 있을 예정인데요?”

“글쎄요. 그게 상황에 따라 좀 달라서….”

그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신중한 톤으로 말했다.

“오해가 없길 바라면서 제안하는 겁니다.

 

제 집이 좀 넓은데 제가 혼자 삽니다.

 

복층 아파트인데 아들도 런던에 있고 위층은 텅 비어 있지요.

 

원하신다면 그곳에 거하셔도 저는 상관 없습니다.

 

독립적인 구조고 보안도 잘 되어 있습니다.

 

숙녀분이라 이런 말 하기는 좀 어색합니다만, 저는 연인이 있으니 얌전할 겁니다.”

그가 그 말을 하며 살짝 귓가가 발개졌는데 술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프랑스 남자들은 생각보다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잘 탄다.

“그럼 그 넓은 집에 연인이랑 함께 살면 되잖아요?”

유미가 그 말을 하자 그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

“으음, 소피는 유부녀거든요.”

유미는 아, 하며 입을 다물었다.

“가정부가 있으니 편할 겁니다.”

“이 제안은 사업과 별개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월세는요?”

다니엘이 양 어깨
를 쓱 올렸다 내렸다.

“월세를 받을 거 같으면 얘기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거 필요 없어요.”

“그럼, 저한테 바라는 건요?”

유미가 웃으며 농반진반으로 물었다.

“혼자 먹는 아침식사가 싫습니다.”

“아침식사라… 의무인가요?”

“의무? 오! 이건 거래가 아닙니다. 그냥 순수한 우정 차원이죠.”

“아이, 제 말은 너무 믿기지가 않아서 그래요.

 

호텔을, 그것도 조식 포함된 고급 호텔을 공짜로 무기한으로 쓰라는 거만큼 황당해서요.”

유미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리고 정말 고마워요.”

다니엘도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

“오늘 밤이라도 구경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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