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72)생은 다른 곳에-8

오늘의 쉼터 2015. 4. 7. 17:38

(372)생은 다른 곳에-8

 

 

 

누군가 방문을 두드려서 나갔더니 그 기사가 서있었다.

 

그는 약간 화가 난 얼굴이었다.

“찾느라고 혼났네. 나랑 얼른 병원 가게 나와요.

 

주소를 써주고 가든가 하지 그렇게 급히 강당으로 뛰어 들어가니 내가 어떻게 그걸 외워.

 

미대에 가서 학적부를 다 찾아보고 왔네. 의원님한테 혼만 나고, 쳇!”

“의원님? 혹시 그분 한의원 하세요?”

기사가 유미의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한의원? 어디 우리 의원님이 한의원 하는 사람 같아요? 삼선 국회의원인데….”

“국회의원? 정말요?”

“빨리 옷 입고 나와요. 아닌 게 아니라 한의원 가서 침을 맞든가.”

유미는 기사와 함께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았다.

 

 뼈는 괜찮고 타박상과 찰과상이라 했다.

 

기사가 유미를 자취방에까지 태워다 주고는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이만한 게 다행이네요.

 

이거 우리 의원님 명함인데, 오른팔이 다 나으면 전화하래요.

 

학생한테 밥 한번 사주신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거….”

기사가 봉투를 내밀었다.

“의원님이 치료비에 보태 쓰라고 보내신 거예요.”

“아, 예… 감사합니다.”

유미는 봉투를 받으며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기사가 나가려 할 때 유미는 그동안 궁금하던 걸 물었다.

“아저씨, 그런데 저기… 의원님 딸도 우리 학교에 입학한 거 맞죠?”

“그런데요.”

“이름이 뭐예요? 저한테 좀 알려주시면 안돼요?”

“뭐 안 될 건 없죠. 유지완이라고. 사학과인가 사회학과인가?

 

아, 사학과다. 그러고 보니 같은 입학생이네요.

 

막내딸이라 의원님이 귀여워하고, 엄청 공주예요.” 

 

“아, 그래요….”

“아, 내가 한 말 의원님께 이르지 말아요.”

기사가 의원의 딸에 대해 자신의 사견을 단 걸 살짝 후회하는 눈치였다.

“알겠어요.”

“그럼, 잘 있어요.”

기사가 나가자 유미는 봉투 속에 든 돈을 꺼내보았다.

 

치료비 명목이라지만, 유미의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돈이었다.

 

유미는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이만하니 다행이지만 사실 자칫 차에 깔렸다면 어쩔 뻔했나.

 

며칠 물리치료나 받으면 나을 팔과 다리에 이만한 치료비를 받다니.

 

교통사고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유미는 명함을 보았다.

 

국회의원 유병수. 사회책에나 나오는 직업인 국회의원을 만나다니.

 

서울이란 곳이 좋긴 좋구나.

 

그리고 그런 국회의원이자 점잖고 중후한 신사를 아버지로 둔 사학과의 유지완이라는

 

여자애에 대해 유미는 상상해보았다.

 

그애는 얼마나 좋을까.

 

국회의원 아버지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는 막내딸이라 했지?

 

아마도 공주처럼 예쁠 거야.

유지완. 사학과 1학년 유지완. 유미는 그 이름을 입 속에 굴려보았다.

 

그 여자애를 보고 싶었다.

 

그런 멋진 아버지를 두고 유복한 가정에서 공주처럼 자랐을 서울 여자애.

 

유지완을 한번 보고 싶었다.

 

유지완이라는 여자애는 지방에서 올라온 가난한 유미에겐 호기심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유미는 사학과의 시간표를 알아내 강의실을 기웃거리며 유지완이라는

 

여학생이 누구인지를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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