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65)생은 다른 곳에-1

오늘의 쉼터 2015. 4. 7. 17:16

(365)생은 다른 곳에-1

 

 

 

물은 담는 그릇에 따라 형태를 달리한다.

 

그러나 사람은 옆에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달라 보일 것이다.

다니엘은 폴이 위베르와 함께 시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 데려온 남자였다.

 

그는 반백의 머리가 잘 어울리는 50대의 키가 큰 남자였다.

 

블루진이 잘 어울리지만 얼굴엔 매력적인 주름이 파인 전형적인 나이유럽 남자의 얼굴이었다.

 

폴은 다니엘이 털털해 보이는 입성과 달리 파리 시내에 유명한 화랑을 가지고 있으며

 

내로라하는 그림 소장가라고 소개했다.

 

그가 내미는 명함을 보자 그의 성과 이름을 딴 유명 화랑이 단박에 생각났다.

 

세상에! 이 남자가? 위베르와 폴도 다니엘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거 같았다.

 

유미는 세 남자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주로 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중립을 지켰지만

 

마음의 무게중심이 다니엘에게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외모가 특별히 매력이 있다기보다 그건 살기 위해 해를 향하는

 

해바라기의 본능 같은 건지 모른다.

 

다니엘은 특별히 유미에게 호감을 표시한다든가 호들갑을 떠는 스타일이 아니고

 

꽤 진중한 스타일이었다.

유미는 세 남자와 헤어지고 며칠 후에 홀로 그의 화랑에 들렀다.

 

운 좋게도 마침 다니엘은 화랑에 있었다.

 

없었다면 그를 만날 때까지 매일이라도 들를 작정이었다.

 

그날따라 그는 말쑥한 양복 차림이었다.

 

옷이 날개라더니, 게다가 유명 그림들이 조명을 받고 있는 화랑에 서있는

 

그의 존재감은 지난번보다 눈부시게 빛나 보였다.

“아! 마침 이 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들렀어요.”

유미가 그를 보며 반짝 놀라움과 반가움을 담은 눈빛으로 말했다.

“아, 이런! 전화를 미리 하고 오지 그랬어요?

 

내가 오늘 저녁에 만찬 초대를 받아서 한 30분 후면 출발해야 합니다.

 

어쨌든 반갑습니다.” 

 

다니엘이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뼈대가 튼실하고 두툼한 손이었다.

 

서양 남자의 큰 손은 유미가 좋아하는 신체 부위의 하나였다.

“폴이 그러는데 한국에서 재벌 그룹의 미술관에서 일하신다고요?”

“예….”

유미는 그 미술관을 그만뒀다는 소리를 하지 않고 그냥 얼버무렸다.

 

게다가 한술 더 떴다.

“조만간 그림을 좀 사려고 합니다.”

“아, 그래요?”

“그래서 당신의 조언, 아니 당신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들에 관심이 많아요.”

유미가 그렇게 말하자 다니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업적인 얘기는 다시 한번 더 만나서 해야겠군요. 연락 주시겠어요?”

“예, 그러죠.”

“아니, 그러지 말고 도록과 팸플릿도 보내 드릴 겸 주소와 전화번호를 제게 좀 주세요.

 

폴을 거치는 거보다 그게 낫겠어요.

 

어디에 사십니까?”

유미는 그가 내미는 메모지에 주소를 적다 말고 망설였다.

“제가 임시 거처라서….

 

폴의 임대 아파트를 잠시 빌렸는데 열흘 안에 집을 비워 줘야 해요.

 

아직 맘에 드는 방을 구하진 못했지만….”

유미가 적은 주소와 연락처를 그에게 건네주자 그가 그걸 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요. 그럼 그 안에 제가 전화를 한번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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