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62)세상의 기원-13

오늘의 쉼터 2015. 4. 7. 17:11

(362)세상의 기원-13

 

 

 

전화벨이 한참 울려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차! 시차를 계산해 보니 서울은 벌써 밤 12시가 훨씬 넘었겠다.

 

내일이 비록 주말이라고 해도 잠든 용준을 깨우는 건 예의가 아니다.

 

유미가 전화를 끊으려 할 때 갑자기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용준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술에 취한 목소리였다.

“나야.”

“누구…세요?”

“목소리도 잊었어?”

“아! 쌤!”

“지금이 몇 시인데 잠도 안 자고 술을 마셔? 혹시 내가 연애 사업에 방해한 건 아니지?”

“아뇨, 섹스 사업에 방해를 하고 있어요.”

앗, 용준이 지금 여자와 함께 자는 중?

“미안! 전화 끊을게.”

그때 용준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전화 끊지 마세요!”

“?!”

“ㅋㅋㅋ….”

“뭐야?”

“독수리 오형제가 한창 활약할 때 전화를 하셔서….”

잠시 유미는 무슨 소린가 했다.

“제 신세가 요즘 그렇게 됐어요.

 

쌤도 떠나고 지완씨와도 쫑나고….

 

기나긴 밤에 빈 방에 홀로 앉아 쌤과의 추억을 안주 삼아 술 마시며

 

손장난이나 하고 있던 중에 전화가 온 거예요.”

“이런, 왜 그렇게 불쌍하게 됐어? 지완이와 정말 아주 쫑났어?”

“쫑내재요.”

“지완이네 무슨 일 있어? 그 남편하고 어떻게 됐나?”

“몰라요. 그냥 쿨하게 끝내자는데요. 나도 쿨하게 그러자 그랬어요.”

“그래서 쿨한 게 이 밤에 잠 안 자고 술 먹고 혼자 그러고 있는 거야?”

“가만! 쌤 목소리 들으니까 거북이가 다시 살아나요. ㅋㅋㅋ”

“으이구! 박용준!”

유미는 넉살 떠는 박용준의 모습이 그대로 떠올라 웃음이 나왔다.

“그게 빅 뉴스야?”

“아 참! 윤 이사하고 강 관장하고 결혼식 해요. 다음달에요. 한 달 남았네요.”

“그래… 강 관장은 잘 있어?”

“이제 좀 안정기에 접어들었나 봐요. 살짝 배가 부른 듯해요.”

“미술관은 잘 돌아가?”

“뭐 그럭저럭… 쌤이 없으니까 저야 재미가 없어요.

 

전엔 직장에 와도 가슴 설??는데, 이젠 뭐 임자 있는 임신부를 모시고 있자니

 

그 히스테리에 짜증나죠.

 

그래도 그걸 다 맞춰주는 게 이 박용준이다 보니 나름대로 신임을 꽤 얻고 있죠.

 

미술관이 점점 본색이 드러나는 거 같아요.”

“본색?”

“윤 회장님의 입김이 꽤 센 거 같아요.

 

앞으로 그림을 꽤 사둘 거 같은데… 그게 뭔지 뻔하죠,

 

뭐. 참 쌤은 어디세요? 이거 어디 외국 같은데….”

“용준, 내 신변에 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말아 줘. 알았지?

 

내 전화번호 허락 없이 알려주지도 말고.”

“당근이죠. 제가 누굽니까? 저는 쌤과 끝까지 간다고 했죠?”

“박용준 입싼 남자라는 거 알아.

 

그런데 내가 말하지 말라는 건 또 절대 말 안 하는 것도 알지.”

“잘 보셨어요. 그러니 저한테만 알려주세요.”

“나 여기 파리야.”

“아, 그렇구나. 와, 좋겠다! 언제 꼭 한 번 출장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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