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43> 파멸 혹은 연민-9

오늘의 쉼터 2015. 4. 6. 23:21

<343> 파멸 혹은 연민-9 

 

 

 

 

 

주말을 보내고 새로운 주가 열렸지만, 유미는 집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사직서를 냈으니 출근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머리는 복잡했다.

 

윤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만약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그 후의 거취도 결정해야 한다.

 

인생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착잡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전화위복이란 말이 그래서 생기지 않았나.

 

일단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정희에게 부탁한 일이 시간이 약간 걸리긴 하겠지만,

 

잠정적인 결정을 유미는 마음속에 내려두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박용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쌤, 출근 안 하니까 어떠세요?”

“좋지, 뭐. 오늘 영하 10도도 넘는데 추운 데 나가서 고생한다. 그래 별일은 없고?”

“오늘부터 강애리가 출근했네요.”

“그래? 건강은 괜찮은가 보지?”

“뭐 약간 수척해 보이기는 하지만, 얼굴은 편안해 보이던데요.”

“혼수도 준비됐겠다, 식만 올리면 될 테니 돈이 없나, 뭐가 걱정이겠어.”

“이놈의 세상은 참 안 바뀌네요. 난 쌤이 새로운 신화를 만들까 기대했는데….

 

아 참! 내가 용건을 까먹을 뻔했네.”

“용건?”

“네. 전에 부탁한 고수익인가, 고소득인가 하는 사업파트너요.”

“아, 그래!”

“그 사람 이름으로 등록된 차량은 없고요.

 

다만 보험에 신고된 사고기록이 한 건 있더라고요. 가벼운 거긴 하지만.”

“그래? 차주야 뭐 다른 명의인 경우도 많으니까.

 

차주와 차번호 좀 불러 줘. 그리고 그 사람 주소도 알려 줘.”

“그럴게요. 그 남자랑 정말 사업할 거예요?” 

“사업?”

“사업파트너라면서요?”

“글쎄, 실직을 했으니 뭐 할 수도 있겠지.”

“그 남자와 하지 마세요. 사업이든, 연애든. 그럼 정말 타락하시는 겁니다.

 

쌤이 놀던 물이 있고 놀던 가락이 있는데.”

“뭐? 놀던?”

“죄송함다. 고기가 놀던 물이란 비유입니다.

 

쌤의 물이 바뀌었다 해도 저는 늘 변함없습니다.

 

저 같은 쉬리가 어디 가겠습니까. 그 말 꼭 하고 싶어요. 기운내세요. 파이팅!”

“쏘가리도 아니고 쉬리라고? 알았어. 눈물겹네.”

유미는 용준이 불러 주는 것을 메모했다.

 

차주의 이름은 조인섭. 모르는 이름이었다.

 

다만 차종이 검은색 중형 세단이었다.

유미는 고수익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크! 나야. 뭐하고 있어?”

“나, 집에서 책 좀 보고 있어. 웬일이야?”

“이크 말대로 변화가 왔네.”

“변화?”

“응. 나 미술관 그만뒀어.”

“정말?”

“나 제 갈길을 잘 가고 있는 건가?

 

나 역마살도 있고 횡액을 당할지 모른다고 했지?”

“그거야 그냥 매사에 조심하라는 소리지. 그럼 실업자네.

 

돈 대신 시간은 많이 벌 테고. 이제부터 자주 볼 수 있겠구나.”

“나 그냥 이크한테 시집갈까 봐.”

“ㅋㅋ그럴래?”

“오늘은 집에서 책 봐. 내가 내일쯤 다시 전화할게.”

“그래. 나도 집에서 뭐 좀 정리할 게 있어.”

유미는 전화를 끊고 외출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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