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40> 파멸 혹은 연민-6

오늘의 쉼터 2015. 4. 6. 23:17

<340> 파멸 혹은 연민-6 

 

 

 

 

 

“!?”

이게 무슨 소리야?

“엄마와는 어떤 사이였어요?”

윤 회장이 파이프를 다시 물고는 깊이 빨아들였다.

“악연이라 할 수 있지.”

“악연이라고요?”

“더 이상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구나.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으면 말하겠다.

 

사실 난 네 엄마를 잘 알지도 못해.

 

오래전에 딱 한 번 만났을 뿐이야.

 

그 일로 나는 내 나름대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고 생각한다.

 

그게 다 내 결벽증과 도덕성 때문이긴 했지만.”

“대가요? 무슨 대가요?”

“네 엄마 측에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곤 했지.

 

사실 네 엄마와는 계산이 다 끝났는데.

 

다 옛날 일인데 네가 우리 동진이를 만나는 걸 알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네 엄마의 사주를 받고 하는 짓 아닌가 의심도 들었지.”

“사주요? 엄마까지 모욕하지 말아 주세요.

 

엄마는 오래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저는 엄마한테 윤 회장님에 관한 어떤 얘기도 들은 적이 없어요.”

“그래, 어쨌든 옛날 얘기는 그만하자.

 

그리고 이제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현명하게 처신하자꾸나.”

윤 회장이 유미에게 슬슬 협상을 하려 한다고 유미는 느꼈다.

 

그러나 유미는 한꺼번에 닥친 이 상황이 잘 이해 가 가지 않았다.

 

이성적이 되지 못하고 멍했다.

 

그럼 윤 회장도 엄마의 남자 중에 한 사람?

 

그럼, 윤 회장이 나의 아버지가 될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단지 그 이유뿐이었어요? 동진씨와 저와의 결혼을 막은 건?”

“무슨 뜻이냐?”

“자세히 알고 싶어서요.

 

저는 아버지를 모르고 태어나 늘 아버지가 누군가를 생각하며 자랐어요.”

윤 회장이 갑자기 흥분했다.

“너, 오버하지 마. 그런 식으로 날 협박하려거든 네 맘대로 하거라.

 

같이 파멸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든 말든!”

“협박이 아니에요.

 

회장님이 아마 이해를 못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저는….”

유미는 아킬레스건인 ‘아버지’라는 단어만 떠오르면 언제나 갑자기 목이 메어 왔다.

 

그때 윤 회장이 딱 잘라 말했다.

“나로서는 모든 오해의 소지를 무릅쓰고 다시 한번 대가를 치르겠다.

 

우리는 그냥 악연이라 생각하자꾸나.

 

너에게 일시불로 10억을 주겠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대신!”

윤 회장이 숨을 크게 한 번 내쉬었다.

“조건이 있다.”

유미는 이상하게 아무 감정이 일지 않았다.

“그동안 나와 만났던 사실과 오늘 여기서 나와 한 이야기,

 

우리의 인연에 대해 반드시 함구할 것.

 

그리고 혹시라도 네가 나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나 우리 그룹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발설할 경우에는 각오하거라.

 

쥐도 새도 모르게 죽기 싫거든.

 

그리고 동진이와의 인연도 당장 끊어라.

 

너도 혹시 알지 모르지만 동진이는 이미 혼처가 정해졌다.

 

결혼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경우든 동진이와 만나지 말아라.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당분간 네가 이 나라를 떠나 있는 것이다.

 

이 조건이 마음에 든다면 내게 연락해라. 3일 주겠다.” 

 

“다른 선택은요?”

“나는 그 방법 이외에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물론 나 또한 너를 공격하자면, 너에 대해 이것보다 더한 치명적인 정보도 갖고 있다.

 

그런 거 생각하면 10억도 아깝지.

 

하지만 이게 내가 너에게 베푸는 마지막 연민이라는 거만 알아라.

 

나는 네가 그리 바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윤 회장의 눈빛이 복잡하고도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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