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31> 무정부주의자-11

오늘의 쉼터 2015. 4. 6. 17:35

<331> 무정부주의자-11 

 

 

 

 

동진에게서는 하루 종일 연락이 없었다.

 

그러나 사태는 진작에 벌어져 있었다.

 

용준이 사무실로 뛰어들어왔다.

“대박이에요, 대박!”

“뭔데 맨날 대박이래?”

“이번엔 진짜 완전 대박이에요. 인터넷 한 번 열어보세요.”

“무슨 일인데?”

“윤동진 이사가 결혼한대요!”

“결혼? 누구랑?”

용준이 대답 대신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열어 어느 기사를 클릭했다.

 

거기엔 윤조미술관의 전경을 배경으로 윤동진의 사진과 강애리의 사진이 나란히 올려져 있었다.

 

‘YB그룹 재벌 2세 윤동진씨, 윤조미술관 강애리 관장과 전격 결혼!’이란 제목이 붙어있었다.

 

유미는 순간, 뜨거운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올라왔으나 침착하게 뉴스를 읽었다.

‘YB그룹 내의 YB개발의 상무이사로 수년 전부터 경영 일선에서 경영 수업을 닦아오던

 

윤동진씨가 품절남 대열에 끼게 되었다.

 

윤씨는 훤칠한 외모와 운동으로 잘 다져진 몸매, 지적이고 세련된 매너로 상류층의

 

엄친아로 알려져 있다.

 

상대는 현재 그룹이 운영하는 윤조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강애리씨.

 

강씨 또한 금융업의 실세인 대명투자의 외동딸로 재색을 겸비한 재원이다.

 

윤조미술관은 윤동진 이사의 모친인 조민숙 여사가 생전에 관장으로서 애정을 쏟다가

 

사후에는 며느리들이 대를 이은, 말하자면 YB그룹의 안주인이 거치는 상징적 일터이다.

 

이미 강애리씨가 한 달 전부터 관장직을 수행함으로써 일각에서는 이들의 결혼이

 

임박했음을 점치곤 했다.

 

양가의 부모들이 이미 상견례는 마쳤으며 결혼 일정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강씨의 건강 문제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국내 최대의 미술관인 윤조미술관을 매개로 맺어졌으며

 

사랑의 예술적 결합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기자 웃기네. 사랑의 예술적 결합?

 

어떡하면 예술적으로 결합한다는 거야?

 

쌤, 가끔 그냥 찔러보는 허위 보도도 많거든요.

 

 강애리, 병원에 있다던데 그 여우가 그럼 호박씨 까면서 언론 플레이 한 거야?”

컴퓨터 앞에서 표정이 굳어있는 유미를 보고 용준이 위로랍시고 설레발을 쳤다.

“혼자 있고 싶다. 나가 줄래?”

“그럼 실연의 상처와 자살 시도라는 건 뭐야? 그래서 병원에 있다고 한 건 연막탄이었어? 뭐야?”

“나가 달라니까.”

“쌤, 한마디만 할게요. ‘지못미’입니다.”

용준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며 물러났다.

 

지못미.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왜 네가 하니?

 

그 말을 할 인간은 따로 있는데. 유미는 동진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전원이 꺼져 있다.

 

그의 사무실로 전화했더니 중요한 회의 중이라 바꿔줄 수 없다는 비서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렇게 허무한 결론을 예상 못했던가.

 

있는 사람들의 이런 이중적인 처세와 태도를 한두 번 겪어봤던가.

 

그래도 동진에게 일말의 믿음을 버리지 않고 그를 기다린 게 바보짓이었나.

 

그에게 작은 틈이라도 준 게 잘못이었나. 유미는 발등을 찍고 싶었다.

 

유미는 동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화 기다리고 있어요. 전화주세요.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인내심이 고갈되었어요.’

약한 인간은 늘 기다려야 하는 운명인가.

 

결국 아무런 힘이 없으니 또 당한 거야.

 

유미는 다시 휴대폰을 열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아 끊었다.

 

그러나 잠시 후 유미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아, 오 실장님. 좀 전에 전화 못 받았네요.

 

웬일이세요? 미술관에 무슨 일이라도?”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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