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28> 무정부주의자-8

오늘의 쉼터 2015. 4. 6. 17:29

<328> 무정부주의자-8 

 

 

 

 

고수익이었다.

 

오랜만이었다.

 

그는 보고 싶으니 한번 만나자고 했다.

 

D-데이와 윤 회장과의 약속 건으로 유미는 마음이 별로 당기지 않았다.

“다음 주까진 내가 좀 많이 바빠. 그 다음 주에 한번 보지 뭐. 내가 연락할게.”

“유미씨, 지난번에 나 먼저 간 일로 많이 삐쳤구나.”

“나 그런 삐질이 아니야. 그냥 신경 쓰이는 중요한 일이 있어.”

“가장 중요한 게 나, 고수익 아니었어?”

“이크!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 봐. 그런 말 할 수 있어?”

“아, 나도 내 일 때문에 유미씨 관리를 잘 못하긴 했지만. 이제부턴 유미씨한테 올인하려고.”

올인? 유미는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참, 이크! 자기 신통력으로 나한테 조언 좀 해 줘 봐. 내 팔자가 어떻게 되는지….”

“그래 나도 궁금하던 차였어. 궁합을 제대로 한번 볼까? 사주 불러 봐.”

궁합? 아니 너 말고. 유미는 그런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궁합을 보면 당장 윤동진과 봐야 하는 거 아냐?

“으음, 궁합도 궁합이지만,

 

내 거취나 운세나 무슨 중대한 변화가 있나 알고 싶어.

 

내가 미술관을 그만두게 생겼거든.”

“그래? 왜?”

“알아맞혀 봐. 암튼 내 생년월일시는 문자로 보낼게.”

“알았어. 나중에 전화할게.”

답답한 마음에 농반진반으로 수익에게 운세를 봐 달라고 했지만 실없는 말을 했나 싶었다.

 

심리전의 관점에서 본다면 유미가 크게 한 수 내주는 건데….

 

하지만 유미는 수익에게 생년월일시를 문자로 보냈다.

다음 날 오후에 수익이 전화를 해 왔다.

“유미씨는 올해 안으로 인생 최대의 기로에 놓여 있어.

 

올해 제 갈 길을 잘 잡으면 만사형통인데,

 

그렇지 않으면 역마살도 끼어 있고,

 

괴강살이 안 좋게 작용하면 큰 횡액을 당할 수가 있어.” 

 

“그러니까 기로에 섰다면,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지 알려 줘야지.”

“그걸 다 알면 인생 살아가는 재미가 뭐가 있겠어.

 

뭐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순리대로 흐르겠지.

 

귀인이 나타나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거든.

 

사주라는 게 그래. 절대적인 어떤 진리가 아니란 말이야.

 

인생이 시시때때로 변하듯 사주 자체도 상대적이고 유기적이고 해서 해석이 아주 중요하거든.

 

또 운이라는 것은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그릇에 달려 있고.”

“아유, 도사님 같은 소리 작작 하고 내가 혹시 신상에 변화가 있는지,

 

재물 운이 어느 정도인지, 뭐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해 주면 안 돼?”

“그래서 내가 우리 궁합을 봤는데 말이지.

 

내년 후반쯤에 결혼하는 게 좋다고 나와.

 

우리 두 사람이 따로 돌면 재물이 별론데,

 

둘이 합치면 재물이 모인다고.

 

결국 유미씨와 결혼하면 내가 내 이름값을 하는 거 같더라고. ㅋㅋㅋ….”

유미는 초점이 어긋난 말만 하는 고수익에게 저도 모르게 짜증을 냈다.

“아유, 그만해. 됐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소리.”

“전에도 내가 얘기했잖아. 원래 그게 그런 거야.

 

궁합이야 뭐 우리가 이미 맞춰 본 바에 의하면 찰떡궁합,

 

아니 본드궁합이고. 답답하면 만나서 내가 가려운 데를 더 긁어 줄게.”

유미는 수익의 전화를 끊었다.

 

강애리의 전화가 왔기 때문이었다.

 

강애리는 오늘도 결근이었다.

 

 

 

'소설방 > 유혹' 카테고리의 다른 글

<330> 무정부주의자-10   (0) 2015.04.06
<329> 무정부주의자-9   (0) 2015.04.06
<327> 무정부주의자-7   (0) 2015.04.06
<326> 무정부주의자-6  (0) 2015.04.06
<325> 무정부주의자-5  (0) 201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