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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무정부주의자-5

오늘의 쉼터 2015. 4. 6. 17:25

<325> 무정부주의자-5

 

 

 

 

그러나 동진과의 섹스에서 유미는 포식을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어쩌면 그동안 그와의 섹스가 일종의 대고객 서비스이자 전략적 유혹이 아니었을까.

 

동물의 유혹은 본능이지만, 인간의 유혹은 서비스를 통한 일종의 거래이기 때문일까.

 

결국 고객의 취향에 맞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최대의 이윤 창출을 꿈꾸는 투자가 아닐까.

 

다만 그 서비스를 스스로도 즐길 줄 알면 더 좋은.

그런데 어젯밤의 가학적인 행동은 유미에겐 일종의 화풀이이기도 했다.

 

어쩔 수 없이 이윤에 대한 욕심은 물론 노골적인 거래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 자격지심과 자괴감을 감수하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동진에게서 단번에 확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열흘만 시간을 달라.

 

우유부단하고 비겁한 동진과의 섹스는 그래서 더 허망하고 씁쓸했다.

 

유미도 기분이 찝찝한 데다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정작 섹스로 돌입하자 이상하게도 몸은 고수익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몸은 솔직하다. 그러나 인간은 몸의 진실만을 좇아 살지는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몸은 그야말로 ‘고수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게 바로 더러운 진실이다.

동진도 급하게 쫓기듯 섹스를 끝내고 시계를 보았다.

“곧 출근할 시간이네.”

“이거 어쩌면 마지막 섹스인데 좀 아쉽네.”

“마지막? 그럴 리가? 그럴 수 없지.”

“자기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지. 나 그렇게 덤핑하는 여자는 아니거든.”

유미는 다시 한번 동진의 중대한 선택을 상기시켰다.

“그래, 제주도에서 강애리와 복어도 먹고 섹스도 했어?”

“무슨 소리야? 걔랑 일 때문에 갔다가 저녁만 먹고 밤비행기로 올라왔구먼.” 

 

“걔가 아예 대 놓고 지저귄다는데? 나 모르게 약혼식이라도 올렸어?”

동진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 혼자 찧고 까부는 거지, 뭐. 어쨌든 유미에 대한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고민 중이긴 하지만,

 

나 양다리를 걸치진 않아.”

“그럼 내가 1순위야? 강애리가 2순위고?”

용준의 말이 기억나서 유미가 물었다.

“자기가 0순위지.”

“0순위? 무슨 분양권도 아니고. 어쨌든 동시 중복 분양은 안 하는 거지?”

동진이 유미의 유두를 살짝 비틀며 웃었다.

“걱정 마. 그나저나 사진 건은 뭐야?”

“나도 모르겠어. 당신은 뭐 짚이는 거 없어?”

“없어. 어떤 놈이 그런 걸 계획적으로 찍었지?”

동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곰곰 생각했다.

“사진 원본 줘 봐.”

“안 봤어? 내가 메일에 첨부파일로 몇 컷 보냈잖아.”

“보기야 했지. 혹시 만일을 대비해서 그 메일도 바로 삭제해.”

“응. 그리고 그건 내게 온 물건이니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유미는 사진 원본을 혹시라도 그에게 뺏길까 봐 못을 박았다.

“그거 보안에 철저히 신경 써야 해.”

동진이 불안한 눈빛으로 유미를 보며 말했다.

 

그거야 너 하는 거 봐서. 유미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유미, 내가 너를 믿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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