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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무정부주의자-2

오늘의 쉼터 2015. 4. 6. 17:17

<322> 무정부주의자-2

 

 

 

 

유미가 꺼낸 칼끝이 예리한 빛을 반사했다.

 

유미가 칼끝을 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칼끝이 어디를 향하는 게 좋을까?”

동진의 눈이 긴장으로 꼿꼿해졌다.

“동진씨, 나 동진씨를 잃으면 별로 살고 싶은 의욕이 없을 거 같아.

 

차라리 동진씨 손에 내 목숨을 맡길게.”

유미가 칼 손잡이를 동진을 향해 내밀었다.

 

동진이 기겁을 했다.

“왜 그래, 유미! 제발 이러지 마.”

“섬약한 사람. 내가 예전에 그림을 전공하고 그렸지만,

 

그럼 내가 내 피를 물감으로 마지막 작품을 남겨야 되겠어?”

유미가 이번에는 칼끝을 자신의 왼쪽 손목에 갖다 댔다.

 

그때 동진이 유미에게 달려들 태세로 급하게 말했다.

“그 칼 이리 내!”

유미가 동진을 한동안 쏘아보더니 동진에게 칼을 주었다.

 

동진이 칼을 바라보았다.

“그래. 우리 함께 죽어버릴까?”

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죽여 줘.”

동진이 유미를 향해 칼끝을 겨누었다.

 

그러더니 잽싸게 칼을 접어 베란다를 향해 튀어나갔다.

 

유미가 놀라 일어나자 동진이 베란다 문을 열고 칼을 창밖으로 내던져 버렸다.

 

유미가 그런 동진을 향해 흥분에 겨워 그의 가슴팍을 때렸다.

“나쁜 새끼! 개새끼!”

동진이 그런 유미를 안으려 했다.

“유미, 미안해.”

유미가 표독을 떨며 발버둥 쳤다.

 

그 통에 유미의 헐렁한 가운이 반쯤 벗겨졌다.

 

흥분으로 오르내리는 유미의 한쪽 유방이 불쑥 드러났다.

 

동진이 무의식적으로 다가왔다.

 

유미는 거치적거리는 가운을 벗어젖히며 외쳤다.

“내 몸에 손끝 하나라도 대면 죽여 버릴 거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반신의 두 젖가슴이 흥분으로 오르락거렸다.

 

알몸인 상반신과는 달리 유미의 아래는 검은색 그물 스타킹이 가터벨트로

 

팬티와 연결되어 있었다.

 

동진이 오기 전에 유미는 생각했다.

 

입질이 오는 물고기는 그물로 잡아야지.

 

여자의 속옷 중에서 가장 섹시한 속옷이라 생각하는

 

가터벨트를 팬티에 고정하며 유미는 다짐했다.

 

어쩌면 이것이 그와의 마지막 섹스일지 모른다.

동진이 유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동진의 눈빛이 고통과 쾌락의 불꽃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유미는 다가오는 동진을 발로 힘껏 찼다.

 

으윽! 동진이 항복하는 투우처럼 무릎을 꺾었다.

 

유미는 검은 그물 스타킹 아래로 송곳 같은 12㎝ 킬힐을 신고 있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콘셉트에 맞게 제대로 복장을 갖추는 게 프로 아닌가.

“대답해 봐. 넌 날 배신한 거야.”

유미가 동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갑자기 그 말을 그에게 뱉고 나니 그동안의 분노와 설움이

 

기름을 끼얹듯 흥분이 솟구쳐 불타올랐다.

“날 죽여.”

게다가 동진의 그 말이 또 흥분에 부채질을 했다.

 

유미는 눈앞의 거실 장에서 동진의 서류가방을 꺼냈다.

 

거기서 수갑을 꺼내 소파 다리에 동진의 두 손을 뒤로 결박했다.

 

그리고 흥분에 겨워 채찍을 꺼내 동진의 흰 와이셔츠 위로 마구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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