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 갈림길-16
“그러면 제가 꼭 통화를 하고 싶다고 전해 주세요. 꼭요! 부탁드립니다.”
할 수 없이 여비서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부탁하고 사무실을 물러났다.
내 신세가 왜 이리 된 거야? 유미는 공연히 화가 났다.
그러나 아무리 초연한 척해도 동진에게서 전화나 문자가 올까 봐
하루 종일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이틀을 보냈다. 그러나 동진의 전화는 걸려 오지 않았다.
유미는 몇 번 동진의 집무실로 전화를 했다.
여비서가 받아서 늘 부재 중이라고 말했다.
유미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해 줬느냐고 여비서에게 묻자 그녀는 당연히 전했다고 했다.
그러면 뭐지? 윤동진이 나를 피하고 있구나.
유미는 결국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론에 도달했다.
오히려 새로운 소식은 용준을 통해서 들려왔다.
“강애리의 트위터를 보니 말이죠. 감이 좀 이상해요.”
“그 지지배, 왜 뭐라고 지지배배 지저귀는데?”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트위트를 올렸는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혹시 조직을 개편한다는 뜻 아닐까요?”
유미는 머리를 뿅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어쩌면 미술관의 물갈이를 하려는 작업이 진행 중인가?
며칠 전에 윤동진의 집무실에서 만났던 한준수 실장의 의미심장한 미소는?
동진이 결재했다는 인사 서류는 혹시? 그래서 더욱더 나를 피하는 건가?
그런데 아침저녁으로 보는 강애리의 얼굴에는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강애리는 유미나 부하 직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 그리고요. 지난번에 부탁한 남자.”
“그래, 뭐 좀 알아냈어?”
유미는 용준에게 부탁했던 고수익의 신상 정보가 궁금했다.
“쌤, 솔직하게 말하세요. 이 남자 사업파트너 아니죠?”
“왜?”
“이 남자, 사업적으로 경력이 뭐 별로 잡히는 게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쌤이 이런 치하고 연애사업을 할 거 같지도 않고.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요. 한때 보험회사에 잠깐 있던 적은 있었네요.
FC로 잠깐 있었는데…?”
“FC가 뭐야? 사무직 아니고?”
“일선에서 영업하는 보험설계사죠 뭐. 그것도 몇 년 전에….”
“몇 년 전에?”
유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예. 주민등록상 주소는 알아놨고요.
젊은 사람치고 어디 흔적이 안 보이네요.
핸드폰 번호로 이리저리 찾으니 스마트폰 사용자는 아니라
모바일상 흔적이나 근황은 알 수 없고,
인터넷상에서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가진 적도 없고.
아주 평범한 백수로 보입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주소 이리 줘 봐. 참 그 남자 앞으로 차량 등록된 거 있나 알아볼 수 있나?”
“그건 뭐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좀 알아봐 줘.”
“쌤, 혹시라도 쌤이 이런 남자 정도와 연애사업을 동업한다면 저 좀 열 받습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윤동진 이사 정도 되니까
제가 순순히 쌤의 앞날을 위해서 제 2인자로 물러나는 겁니다.
쨉이 안 되니까요.
그런데 나보다 더 한심한 백수라면 그건 좀….”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제가 2인자라는 건 2순위라는 거죠.
물론 윤 이사가 1순위고요.
윤 이사가 아웃이면 그다음은 바로 제가….”
이게 바로 수컷의 영역 표시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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