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18> 갈림길-15

오늘의 쉼터 2015. 4. 6. 17:07

<318> 갈림길-15

 

 

 

 

유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앉아서 생각했다.

 

음, 윤동진이 왔나 보군. 여비서가 얼른 일어섰다.

“미스 최, 윤조미술관 인사결재 서류 좀 챙겨줘.

 

이사님 결재 났으니 회장님께 보고는 올려야지.”

그러나 그는 윤동진이 아니었다.

“예, 실장님.”

여비서가 잠깐 서류를 챙기는 동안 그는 유미에게 눈길을 돌렸다.

 

유미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윤 회장의 비서실장 겸 기획실의 수장인 한준수였다.

 

그의 양미간에 주름이 살짝 잡혔다.

 

유미 또한 잠깐 난감했다.

 

오라는 윤동진은 안 오고 하필… 유미가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한 실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오유미씨. 여긴 웬일로…?”

“윤 이사님, 뵈러 왔어요.

 

저한테 맡기신 비밀 프로젝트가 있거든요.”

“아, 그래요? 비밀 프로젝트라?”

한 실장이 그럴 리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 무산된 프로젝트 아닌가요? 제가 알고 있기로는 말입니다.”

한준수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실장님이 알고 계신 거라면 비밀 프로젝트는 아닌 거죠.”

유미가 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준수의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어렸다.

“비밀 프로젝트라… 본인만 모르고 계시는 거 같은데요?”

“……?”

“아, 이거야말로 비밀 프로젝트란 말이죠. 뭐 조만간 아시게 되겠지만.”

그가 여비서가 준 서류를 챙겨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다 유미를 향해 돌아섰다.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베팅할 좋은 타이밍을 놓치신 거 같아서 말이죠.” 

 

그가 나가자 유미는 기분이 확 나빠졌다.

 

베팅할 좋은 타이밍이라…?

 

한준수는 지난번에 유미에게 찾아와 윤 회장의 위자료 제안을 제시하며

 

윤동진과 확실하게 헤어질 것을 종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후 윤 회장이 집으로 찾아왔을 때 백지수표까지 찢어버린 유미 아닌가.

 

한준수가 그걸 두고 말하는 것인가.

 

그가 보기에는 유미가 욕심이 과하거나 아니면 바보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한 실장이 말한, 나만 모르는 비밀 프로젝트란 건 또 뭐지?

 

조만간 알게 된다는…?

잠시 후, 전화를 받은 여비서가 말했다.

“이사님 점심식사 약속 있으시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또 현장에서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그러니….”

일어나 나가달란 얘기겠지.

“그래요? 이사님 언제 귀국하셨나요?”

“1주일 정도 되십니다.”

“그렇군요. 혹시 이사님 휴대폰 번호가 바뀌셨나요?

 

그걸 좀 알려주시겠어요?”

“이사님 허락 없이 그렇게는 할 수 없어요. 프라이버시니까요.”

얘, 프라이버시라면 이사님 프라이빗한 취향까지 알고 있단다.

 

유미는 여비서를 보며 한 수 알려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면 무엇 하나. 지금은 그의 프라이빗 폰 넘버도 모르고 있으니…

 

유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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