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10> 갈림길-7

오늘의 쉼터 2015. 4. 5. 10:25

<310> 갈림길-7

 

 

 

 

“그래, 그 돈이면 굿값 제하고 돈 좀 보태면 차 한 대 값이야.

 

하지만 물장사 하는 곽 사장 입장에서 보면 껌값이지.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따로 수표도 주고 갔어. 켕기는 놈이 별수 있어?”

유미가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 수익에게 건넸다.

“고생했어.”

“뭐 이렇게나….”

“반띵한 거야. 정말 우리 자리 깔까?

 

이번에 보니까 우리 둘이 호흡도 잘 맞고 간판 걸고 자리 깔아도 될 거 같던데. ㅋㅋㅋ…

 

그나저나 자기는 언제 그런 공부를 하고 그런 사람들을 알았대?”

“국문과라 그냥 예전부터 관심이 좀 있었을 뿐이야.

 

사실 그런 지식도 지식이지만, 감과 순발력이 뛰어나야 해.

 

사람들의 미래나 운명은 사실 그 사람 자체가 거울이고 그 사람의 과거가 텍스트거든.

 

적당한 카리스마와 쇼맨십으로 이리 어르고 저리 치면 다 나와.”

“하긴 자기 카리스마 장난 아니더라. 어디서 그런 게 나오는 거야?”

수익은 그냥 씨익, 웃었다.

“내가 얘기 안했나?

 

나 대학 졸업하고부터 한동안 연극무대에 섰었다고. 희곡도 몇 편 쓴 적 있어.”

“어머, 정말?”

“사실 사람들 등쳐서 돈 버는 거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야.

 

특히 사람의 영혼을 갖고 노는 직업은 반은 사기야.”

“그럼 요즘 깊은 곳의 모처에서 그런 사기술을 공부하는 거야?”

“뭐 그건 아니고….”

“난 수익씨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알면 알수록 정말 흥미로운 캐릭터인데 말이야.”

“천천히 알게 되겠지.”

“난 요즘 수익씨랑 결혼하는 상상을 가끔 해 봐.

 

수익씨 부모님도 한번 만나고 집에도 한번 가보고 싶어.

 

그리고 서로 살아온 얘기도 오순도순 하고….”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기가 다 빠진 거 같아.”

“나도 너무 피곤해. 우리, 오늘은 술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나 하자.”

“아아, 오늘은 씻고 빨리 잠이나 잤으면 싶어.

 

유미씨는 몸만 달랑 참석했지만 난 무속인들이랑 준비하느라 좀 피곤했거든.

 

오늘은 손만 잡고 자자.”

수익은 계속 병나발을 불었다.

“어유, 그래. 안 잡아먹을 거니까 술 작작 마셔.”

“유미씨 먼저 씻어. 얘기는 내일 하자.”

“알았어.”

유미는 욕실로 가서 화장을 지우고 샤워를 했다.

 

침대로 돌아오니 수익은 이미 잠에 곯아떨어져 있었다.

 

유미는 수익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은 단아했다.

 

남자치고 흰 피부에 그린 듯 선이 고운 눈매와 깨끗한 턱을 가졌다.

 

연극배우를 했었다고?

 

연기력도 끝내주고 마스크도 괜찮은데.

 

유미는 그의 얼굴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그의 외투를 뒤진다.

외투 안에는 단출하게 지갑과 장갑만 들어있었다.

 

지갑을 열어보니 십만원도 안 되는 현금과 주민등록증이 나왔다.

 

유미는 얼른 주민등록번호를 눈에 띄는 종이에 적었다.

 

찾고 있는 휴대폰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아마도 입고 자는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의 휴대폰을 몰래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가 현재 소통하고 살고 있는 세계가 어떤지 잠깐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유미는 포기하고 수익의 옆에 몸을 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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