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12> 갈림길-9

오늘의 쉼터 2015. 4. 6. 16:29

<312> 갈림길-9

 

 

 

 

유미가 고수익의 주민등록번호를 댔다.

 

용준이 물었다.

“아, 잠깐만요. 그러니까 이 젊은 남자는 누군데요?”

“고객의 사생활은 묻지 말라 했지?”

“칫, 협조해줄 수 없어요.”

“왜?”

“연령제한이 있어요.”

“뭐야?”

“지난번에 부탁한 건 모두 환갑 진갑 지난 남자들이었는데, 이번에 얘는 어리잖아요?”

“그래서? 자기가 내 남편이야?

 

요즘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사업상 접촉해야 할 사람인데 알아봐 줘.”

“사업상 접촉요? 연애사업상 접촉이겠죠.”

“미술관 그만두면 다른 사업을 생각해 봐야 할 거 아냐?

 

접촉사고가 우려되는 사람인지 어떤지 알아봐.”

“좋아요. 믿거나 말거나. 뭐가 알고 싶은데요?”

“일단 신상정보라도.”

“알았어요. 근데 오늘 첫눈 오면 뭐할 거예요?”

“몰라. 나 지금 사우나 가려고 해.”

“아, 거기 쌤 동네에 새로 생긴 데 물 좋다고 소문났던데.

 

그럼 우리 목욕재계하고 볼래요? 저도 거기 가서 사우나 하고….”

“너 요즘 푸아그라가 된 거 같다.”

“엥? 그게 뭔데요? 비아그라가 아니고요?”

“비정상적으로 비대하게 만든 거위간이지.”

“아아, 그 비싼 불란서 요리!”

“그 간은 비싸고 맛이라도 좋지.”

“대신 저는 다른 부위가 맛이… ㅋㅋㅋ.

 

오늘 첫눈 오면 우리 순백의 막걸리나 반주로 마셔요.

 

원래 왕자가 없는 동안 공주가 잠 못 들면 근위병이 밤에 놀아주는 거 몰라요?”

용준의 농담이 아니라도 목욕 후 시원한 막걸리라면 슬슬 구미가 당겼다. 

 

“그래? 그럼 우리 각자 사우나 한 다음에 막걸리나 한잔 할까?”

“예, 써! 충성!”

용준이 장난스레 크게 외쳤다.

유미와 용준은 각자 사우나를 하고 두 시간 후에 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유미는 오랜만에 때밀이 여자에게 때도 밀고 간단히 마사지를 받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목욕을 마친 용준은 이미 입구 로비의 소파에 앉아 자판기에서 산 이온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목욕을 마친 용준의 모습도 풋풋해 보였다.

“어우, 우리 쌤! 이 꿀피부 좀 봐. 꿀이 좔좔 흘러!”

용준이 목욕을 마친 유미의 민낯을 보며 립서비스를 했다.

“우리 제자는 립서비스 하나는 정말 잘해.”

거짓말이라도 기분 좋은 말이었다. 여자의 피부는 그야말로 그녀의 신분이기 때문이다.

“그 선생에 그 제자 아니겠어요? 입으로 하는 건 다 자신 있어요.”

그때 창밖으로 희끗희끗 눈발이 날렸다.

“어머, 정말 첫눈이 오네.”

“것 봐요. 제가 뭐랬어요?

 

오기 전에 인터넷 검색하니까 여기에서 좀 떨어진 곳에

 

요즘 꽤 뜨는 괜찮은 막걸리집이 있더라고요.

 

눈도 오는데 걸어가면 좋을 거 같아요.

 

아니면 이자까와 같은 곳도 그 근처에 좀 있으니까 입맛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하죠 뭐.”

유미는 눈이 오기 시작하는 거리를 용준과 함께 나섰다.

 

거리로 나서 걸은 지 5분도 안 되어 눈발이 굵어졌다.

 

거리에는 팔짱을 끼고 걷는 젊은 연인들이 제법 보였다.

 

용준이 슬쩍 유미의 팔짱을 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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