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303> 악어와 악어새-19

오늘의 쉼터 2015. 4. 5. 10:09

<303> 악어와 악어새-19

 

 

 

 

“그러니까 누님은 모든 걸 나하고 의논했어요,

 

옛날부터…. 우리는 오누이처럼 또 애인처럼 사이가 좋았죠.

 

그래도 비즈니스상 우리는 떨어져 각자의 소임을 하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었죠.

 

그런데 누님이 YB개발, 지금은 그룹으로 커졌지만 윤 회장의 세컨드로 들어갔어요.

 

아주 은밀하게 살림을 차렸죠.

 

그러다 누님이 아이를 낳았죠. 아들이었죠.

 

윤 회장은 그 아이를 호적에 올리지 않았어요.”

“왜죠?”

유미가 끼어들어 물었다.

“아, 그건. 윤 회장은 결벽증이 있는 사람 같았어.

 

자신의 사생활이, 특히 여자관계가 조금이라도 노출되는 걸 극도로 싫어했지.”

곽 사장이 유미를 보고 설명한 뒤 이야기를 이어갔다.

“누님과 윤 회장이 호적문제로 다투고 고민을 해서 결국 윤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뒤

 

마누라 허락을 받고 내 호적에 올렸어요.

 

한 이년 그렇게 살았는데, 애정이 식어져서 그런지 어쩐지 윤 회장이

 

그 아이가 자기 씨가 아니라며 강짜를 놓고 괴롭혔어요.

 

다른 사람이 애 아빠라고 의심하면서 말이죠.”

“중간에 미안한데요. 누구를 아빠라고 의심했어요?”

유미가 묻자 곽 사장은 이번에는 유미에게 편하게 하소연하듯 말을 이어 나갔다.

“어휴, 자기가 싫어하는 정계나 재계 인물을 하나씩 끌어다 대며 의심했지.

 

그러면서 둘이 자주 다투고 누님이 집에 잘 안 붙어 있고 하니까

 

일방적으로 생활비를 끊어 버렸어.

 

거기에 화가 난 누님이 윤 회장에게 협박을 했어.

 

사실 누님이 수첩과 장부를 갖고 있었는데 수첩은 고객 명부 비슷한 거라

 

단골이었던 윤 회장의 인맥이랑 불법 비자금 건넨 거 같은 것을 기록해 둔 거였어.

 

누님 말로는 야비한 윤 회장이 언젠가는 배신할 거 같아서 미리 준비해 온 거였대.

 

내가 말렸지. 바위에 계란 치기니까 그냥 적당히 넘어가라고.

 

윤 회장이 누님의 아파트 소유권도 뺏어 버렸어.

 

열불 난 누님은 더 협박을 해댔고,

 

그러다 누님이 서서히 알코올 중독이 돼 갔던 건데….

 

자주 울면서 나한테 하소연하곤 했지.

 

근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사실 아이도 윤 회장 아이가 아니니까 누님이 버틸 명분이 없기도 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는데 누님 형편이 너무 안 좋아졌어.

 

그래서 지난해부터 또 윤 회장을 협박하기 시작했어.

 

윤 회장 측에서는 누님이 눈엣가시 같았겠지.

 

죽기 얼마 전에 누님이 찾아와서 그러더군.

 

자기가 윤 회장의 손에 머지않아 죽음을 당할 거 같다고. 무섭다고.” 

 

갑자기 곽 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아이를 잘 부탁한다고….

 

그 수첩과 장부 및 일기와 미리 쓴 유서를 주고 갔지.

 

그리고 그것들을 잘 보관했다가 자기 대신 억울함을 풀어 달라고.”

“그럼, 그런 것들을 갖고 있겠네요.”

곽 사장이 고개를 흔들었다.

“사고가 나고 경찰이 들락거릴 때 몰래 다 태워 버렸어.”

“저런! 그러니까 망자가 한을 품은 거지!”

수익이 혀를 찼다.

 

유미는 맥이 빠졌다.

“내용은 뭐였어요?”

“불법 비자금 뿌린 것들,

 

그리고 누님에게 인간적으로 못되게 한 것들이지 뭐. 아이에게도 그렇고.”

“자세히 말해 보세요.”

“오래전 정황들인 걸 뭐. 당시 유병수 의원하고 자주 만나서

 

원군이 되었다가 원수가 되었다가 그랬던 거 같아.

 

아이 아버지를 유 의원이라 의심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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