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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악어와 악어새-17

오늘의 쉼터 2015. 4. 5. 10:05

<301> 악어와 악어새-17

 

 

 

곽 사장은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그는 아무래도 조용한 곳이 낫겠다며 자신의 거래처이기도 한 호텔에 방을 잡아 놓겠다고 했다.

유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곽 사장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이분이….”

두리번두리번 실내를 살피던 그가 개량 한복을 입은 한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남자는 침대에서 가부좌를 틀고 등을 보이며 앉아 있었다.

 

유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말씀드린 법사님이세요.

 

계룡산에서 요즘 기도 중이신데, 제가 급히 모시고 왔어요.”

“아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지금….”

“지금 나쁜 기운을 몰아내려고 명상 중이세요.”

그때 개량 한복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흔들며 혀를 쯧쯧 찼다.

“옴팡지게 붙었구나. 쉽지 않겠어. 이를 어째! 죽거나 망하거나 둘 중의 하나야.”

그러자 얼굴빛이 변한 곽 사장이 남자에게 다가가 죽는소리를 했다.

“아이고, 법사님. 법사님이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때 남자가 돌아앉았다.

 

유미가 개량 한복을 입고 있는 수익에게 곽 사장을 소개했다.

“법사님, 이분은 망자 때문에 고통을 받고 계시는 곽 사장님이라고….”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곽 사장이 얼른 두 손으로 악수했다.

“어유, 도통하신 분이라 그런지 얼굴이 정말 맑고 해사하십니다.”

“이분은 무속을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하시거든요. 후루꾸가 아니라고요.”

유미가 끼어들었다.

수익이 근엄한 표정으로 반말을 했다.  

 

“많이 힘드시겠어.”

“예… 친누님 같은 분이 비명횡사에 가셔서….”

“친누님? 허, 요즘엔 누님과 오빠와 왜 이리 근친상간이 많은지!”

수익의 그 말에 무엇이 찔리는지 곽 사장이 찔끔 놀랐다.

“왜 찔려? 당신 사주 대 봐!”

곽 사장이 우물거리며 사주를 댔다.

 

수익이 종이에 뭔가를 한참 풀었다.

“당신 내년부터는 사면초가야.

 

꽉 막혔어. 망자 한을 빨리 풀어 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 당신 가게에서 살인 사건이 난다.

 

그런데 말이야. 당신, 망자가 당신을 믿고 부탁한 게 있었을 텐데!”

수익이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호령했다.

“아, 그게….”

곽 사장이 쩔쩔맸다.

 

수익이 고삐를 확 낚아챘다.

“있지!”

유미도 카리스마 넘치는 수익의 모습에 찔끔 놀라

 

두 손을 맞잡고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아, 예… 누님을 일단 좋은 데로 보내드리고 나서….”

“물론 그래야지. 그런데 천도재란 게 그래요.

 

그게 망자를 위한 거 같지만,

 

다 살아 있는 사람이 살자고 하는 짓이야.

 

곽 사장이 살아야 할 거 아냐?”

수익이 곽 사장의 눈을 똑바로 보며 못을 박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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