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 갈림길-2
“무슨 다른 용건이 있니?”
유 의원이 조심스레 물었다.
“여기 거실은 그렇고 좀 조용한 데서 말씀드리고 싶은데….”
“집에 아무도 없긴 하다만, 내 방으로 갈까?”
“예. 죄송해요.”
유 의원은 잠깐 긴장하는 표정이었으나 노련한 정치인답게 포커페이스로 돌아왔다.
지팡이를 잡고 일어서는 유 의원을 따라 유미도 방으로 들어갔다.
침실과 서재가 함께 붙은 방이었다.
유 의원은 안쪽의 침실로 들어가 다탁을 사이에 둔 의자에 앉았다.
“앉거라.”
유미가 의자에 앉아 말을 고르고 있는데 유 의원이 어색한 침묵을 깨고 물었다.
“요즘 무슨 고민이 있는 거냐?”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오라고 그러셨죠?”
“그랬지. 돈이 필요하니?”
“아뇨. 누군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누구?”
“제가 근무하고 있는 미술관의 오너가 누구인지 알고 계시죠?”
“음, 알지. YB그룹 거 아니냐.”
“예. 그럼 YB그룹의 오너도 아시죠?”
“회장이 윤규섭이라는 건 안다.”
“그런 건 인터넷 치면 다 나오는 거고요. 그분을 개인적으로 아시죠?”
“그건 왜?”
“그냥 있는 그대로 말씀해 주세요.”
“그 정보는 어디에 쓸 거냐?”
“알려 주셔도 어디 새거나 재생되거나 확대되지 않을 겁니다.”
유 의원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유미를 바라보았다.
“쫌, 안다.”
‘쫌’이 아니라 곽 사장의 말에 따르면, ‘아삼륙’이란 표현을 썼다.
유미는 이번에는 돌려서 물어보았다.
“그럼 혹시 예전에 다니신 룸살롱의 마담이었던 홍 마담을 아세요?”
“홍 마담이 어디 한둘이냐?”
“베사메무초라는 멤버십으로 운영되던 고급 룸살롱의 사장을 하던, 본명이 홍연숙이라고….”
“…알지. 정계나 재계의 요인들이 단골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그분하고 친하셨나요? 윤 회장이 질투할 만큼?”
“너 뭐냐. 요즘 뭘 파고 다니냐?”
유 의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죄송해요, 아버님. 제가 좀 어려운 일이 있어서 그러니 좀 도와주세요.
대충 알고 있으니 피하지 마시고요.
그분이 윤 회장 세컨드였다는 건 물론 잘 아시겠죠.”
유 의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이 죽기 전에 수첩과 장부를 갖고 있었다는 것도 아세요?”
유 의원이 놀라서 유미를 바라보았다.
“윤 회장과 아버님이 한때는 친구였다가,
또 한때는 적이었다가 그랬다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게 돈 문제 때문이었는지, 여자 문제 때문이었는지….
윤 회장이 홍 마담 아이의 친부로 아버님을 생각하고 질투했다는 얘기도 있고요.”
갑자기 유 의원이 흥분했다.
“듣기 싫다. 오랜만에 와서 재수 없게 왜 그 인간 이야기를 하는 거냐?”
“아버님이 얘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을 줄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전 어디까지나 아버님 편이에요.
단지 윤 회장에 대해 필요한 정보만 말씀해 주시면 돼요.”
유 의원을 달래며 유미가 애원하다시피 말했다.
유 의원이 낮게 욕을 했다.
“그 또라이 같은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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