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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악어와 악어새-15

오늘의 쉼터 2015. 4. 5. 10:02

<299> 악어와 악어새-15 

 

 

 

“꽃처럼 예뻐?”

유미가 물었다.

 

여자의 그곳은 남자와 달리 자신의 몸이라도 잘 볼 수가 없다.

 

여자의 그 기관은 어쩌면 전적으로 상대 남자를 위한 건지 모른다.

 

유미는 남자들로부터 그곳이 예쁘다는 상투적인 말을 가끔 듣곤 했다.

 

그러나 눈이나 코처럼 그곳의 생김새를 다른 여자들의 것과 비교할 수 없으니

 

그곳의 미의 기준을 알 수가 없었다.

“무슨 꽃처럼 예뻐?”

수익이 그곳을 두 손으로 살짝 벌렸다.

“응, 예뻐. 꼭 파리지옥 같아.”

“뭐? 파리지옥? 그거 식충식물 아니야? 뭐야, 무시무시하게!”

유미가 발끈했다.

“아냐, 그거 신기해서 내가 예전에 키운 적이 있는데 아주 에로틱하고 예뻐. 귀엽기도 하고.”

“그래도 장미꽃이니 연꽃 그런 것도 아니고 무슨 벌레 잡아먹는 꽃에 대냐.”

“벌레 잡아먹는 꽃 맞잖아. 정충을 잡아먹잖아.

 

그리고 파리지옥이 어때서? 해충을 잡는 꽃이니까 착한 식물이지.”

착한 식물…. 하긴 이 꽃으로 벌레 같은 놈들 많이 잡아먹긴 했지. 걸리면 죽었지.

“지금도 벌레 잡으려고 움직인다!”

수익이 호기심 많은 소년처럼 장난스레 말하고 손가락을 갖다 댔다.

 

유미는 수익의 손가락을 녹일 듯 빨아들이고 동시에 입으로는 그의 ‘송이’를 세게 빨았다.

 

아래의 입술과 얼굴의 입술은 그렇게 하나의 전선(電線)으로 연결된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마침내 수익이 못 참겠다는 듯이 뒤돌아 유미의 몸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파리지옥’의 큰 입술 안으로 자신의 물건을 밀어 넣었다.

 

동시에 혀는 유미의 입 안으로 꼿꼿한 막대처럼 밀어 넣었다.

수익의 심벌을 포획한 ‘파리지옥’의 두 입술이 닫히면서 격렬한 반응이 왔다.

 

애초에 착한 섹스라는 건 없다.

 

부드러운 애무나 마사지는 있을지 몰라도.

 

한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쩌면 짓이기고 분해하고 녹이고 흡수하는,

 

그런 공격과 파멸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 아닌가.

 

지옥불을 맞은 포효하는 두 마리의 짐승처럼 두 사람의 몸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천국에서의 섹스와 지옥에서의 섹스를 택하라고 한다면 유미는 지옥의 섹스를 택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유미는 남자를 꼼짝 못하게 짓이기고 녹이고 분쇄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는 걸 느낀다.

 

파리지옥처럼 다 녹여버릴 거야.

 

수익 또한 이를 악물고 십여 센티미터의 연장 하나로 굳은 땅을 파는 인부처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내 무덤을 파라고 해도 좋아,

 

그런 심정으로 죽음을 불사하고 오로지 깊이 박고 파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49일 만이라고 했나?

 

육체를 제물로 바친 두 사람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얼굴로 망아의 경지에 이르도록

 

소리치고 울부짖으며 침대에서 뒹굴었다.

 

유미는 자신의 몸 위에서 용을 쓰는 남자의 얼굴을 보았다.

 

세상 남자들은 두 얼굴을 가졌다.

 

섹스를 할 때의 얼굴과 섹스를 하지 않을 때의 얼굴. 두 얼굴은 자주 낯설었다.

 

아니 어느 땐 전혀 닮지 않았다.

 

지금 수익의 얼굴은 살인미소를 날리는 미소년 같은 얼굴이 아니다.

 

그의 얼굴은 살인자의 얼굴이라 해도 믿을 만큼 광적으로 몰두한 자만의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그가 절정에 이르는지 두 손으로 유미의 머리칼을 억세게 움켜쥐었다.

 

그런 생경함이 새로운 흥분을 몰고 왔다. 

 

“나 강간당하는 거 같아. 좋아!”

그러자 수익이 유미의 목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순간, 섬뜩한 공포가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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