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악어와 악어새-13
수익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두 사람은 뛰다시피 5분 거리에 있는 유미의 아파트로 걸어갔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약속한 듯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두 입술은 차가웠지만 그 안의 혀는 아주 뜨겁고 부드러웠다.
추운 날의 키스는 아이스크림을 얹은 뜨거운 비엔나커피처럼 감미로웠다.
서로의 혀가 아이스크림처럼 녹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수익의 차가운 손이 유미의 스커트 밑을 더듬었다.
유미의 뜨겁게 푹 젖은 아래가 수익의 손가락을 물고 싶어 안달을 했다.
정신을 차린 수익이 유미의 스커트 아래에서 손을 빼고 물었다.
“어? 왜 안 움직이지? 이 엘리베이터 고장 아냐?”
“이크! ㅋㅋㅋ…. 아직 안 눌렀잖아. 뭐가 그리 급하다고…. 자고 가.”
“글쎄….”
“비싼 척하긴. 이크! 넌 오늘 밤 죽었어. 내가 괜히 고기를 그렇게 많이 사준 줄 알아?”
“알았어. 고기값 할게.”
수익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파트 안으로 들어서자 수익이 또 저돌적으로 유미에게 달려들었다.
유미는 수익을 밀어내며 말했다.
“급할 거 없어. 아직 시간이 많아. 오늘 밤이 마음에 들면 내일 밤,
모레 밤까지도 우리 붙어 있을 수 있어. 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면 되니까.”
다음 주 일을 생각하니까 곧 관장으로 취임할 강애리가 떠올랐다.
그리고 다음 주 주말에 귀국한다는 윤동진이 떠올랐다.
유미는 그들에게 감자를 먹이는 심정이 되었다.
“집이 아늑하고 예쁘네.”
유미에게서 떨어진 수익이 집 안을 휘둘러보며 말했다.
유미가 마치 퇴근한 남편을 맞듯 수익의 코트를 벗겨 받아들며 말했다.
“피곤하지? 탕에 물 받을게. 찻물부터 올려놓고.”
유미는 욕실에 들어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틀고 작년에 먹다 남은 녹차잎을 한 움큼 욕조에 풀었다.
정효 스님이 해마다 햇녹차를 보내오는데 차를 별로 즐기지 않는 유미는 가끔 오래된 녹차잎을
풀어 목욕을 하곤 했다.
거실로 돌아오니 수익이 집 안의 구석구석을 흥미롭다는 듯 세심하게 살폈다.
유미는 다기를 꺼내고 햇녹차를 우려냈다.
녹차 잔을 든 수익이 말했다.
“음, 차향이 정말 좋네. 지난번에 말했던 그 녹차?”
“좋은 차야. 지난번에 약속했잖아. 녹차 맛보게 해주겠다고.”
“아니, 녹차 먹인 돼지였지.”
“그래, 녹차 먹인 돼지가 육질이 좋다며?”
“그럼.”
두 사람은 더 이상 음담을 하지 않고 조용히 차를 마셨다.
맑은 차를 마시면서 그런 대화를 하는 게 왠지 어색했다.
대신에 차를 마시면서 더 그윽해진 눈으로 서로를 음미했다.
차를 다 마시자 유미는 수익에게 다가가 천천히 옷을 벗겨 주었다.
수익도 욕망을 눌러 차를 우리는 기분으로 천천히 유미의 손길을 기다렸다.
유미 또한 서두르지 않고 옷을 벗었다.
수익은 유미가 천천히 옷 벗는 모습을 약간은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인내하며 바라보았다.
유미는 수익의 손을 잡고 욕실로 데리고 갔다.
욕조 안의 물은 맑은 녹차처럼 연한 은행잎 빛깔이 되어 있었다.
“녹차 먹인 돼지가 아니라 아예 녹차에 절인 돼지살이 더 육질이 좋겠지?”
유미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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