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 악어와 악어새-6
곽 사장이 큰 눈을 흡! 하고 떴다.
맞구나! 유미는 그 눈에서 정답을 보았다.
곽 사장이 갑자기 목소리를 줄였다.
“그런데 그 사람이 아이 아버지는 아닌가 봐.
그 문제로 윤 회장이 누님을 버리고 보복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
그 인간, 끈질긴 데다 또라이지.”
유미는 직감적으로 곽 사장의 윤 회장에 대한 반감을 읽었다.
“누님에게 줬던 재산을 도로 악랄하게 다 빼앗고 누님을 버렸지.
그 후로 누님이 힘들게 살았지.”
“참, 당시에 베사메무초에 자주 오던 윤 회장님과 아삼륙이었던 분은 누구예요?”
“아삼륙? 정계나 재계의 인간들이란 지들 잇속에 따라 화류계 여자들보다
더 잘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걸 뭐. 유 의원이라고 있어. 차관까지 했던 삼선의원.”
곽 사장은 이제 술술 불었다.
유미는 갑자기 머리가 멍해졌다.
그렇다면…?
“혹시 유병수 의원…?”
“맞아, 유병수 의원. 지금은 정계에서 은퇴한 거 같던데.
아이고, 뭐 족집게 무당처럼 뭐 다 알면서 왔구먼.”
두 사람이 그런 사이였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당시에 자신이 놀던 물에서 두 사람을 만나지 않았던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꼭 사업적인 만남뿐 아니라 두 사람은 삼십 년 지기라고 하던데….
속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론 친했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두 사람이 원수가 됐다고 하던데….”
“아이의 아버지는 누구예요?”
“그건 나도 잘 몰라.
윤 회장이 누님이랑 한 이 년 그렇게 살림을 차리고 가깝게 지냈는데….
어느 날 누님이 자기 앞으로 된 아파트랑 자동차랑 다 빼앗겼다 그러더라고.
왜 그랬는지 이유는 말 안 했는데, 아마도 누님이 무슨 책잡힐 일을 하지 않았나 싶더라고.
누님이 좀 자유분방하잖아.
그 누님,
사실 윤 회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왜 윤 회장과 붙었는진 모르겠어.
당시엔 누님을 스폰하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혹시 유 의원도 관련되었나요?”
“나도 그건 잘 모르겠어.”
“혹시, 윤 회장이 홍 언니의 교통사고에도 관련되어 있지 않나…?”
곽 사장이 유미의 말을 잘랐다.
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몸을 사리는 어조로 비굴하게 말했다.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안 돼. 경찰에서도 그냥 덮은 사고야.
나도 나나의 얘길 듣고 보니 그런 추측이 좀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재벌을 함부로 건드리는 건 좀 꺼림칙하잖아?
내 입장에서는 더더욱…. YB그룹은 몇 십 년 단골이잖아.”
곽 사장의 업소는 그런 재벌 기업의 그늘에서 서식하는 악어새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악어가 포식하고 남은 이빨 사이에 낀 고기 찌꺼기를 쪼아 먹고 사는….
“당연하죠. 말 안 하셔도 제가 다 알죠.
그런 면에서는 곽 사장님을 철저히 보호해 드려야죠.
다만 불쌍한 언니의 넋을 좋은 데로 빨리 천도하고 제가 좀 편히 살고 싶어서 이러는 거예요.
언니의 한을 풀고 넋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려면 윤 회장이 언니를 어떻게 괴롭혔는지
그게 필요해요.”
유미는 곽 사장의 눈을 보며 간곡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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