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 악어와 악어새-3
유미가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자 실비아도 앉기를 권했다.
“그래. 좀만 앉아서 기다려. 고깃집에서 뭐 대접할 거도 없고.”
기어이 두 부부가 상을 봐서 얇게 저민 살치살을 굽고 소주잔에 술을 따르고
잠시 반갑다고 건배를 하고 물러났다.
유미는 중년 부인이 다 된 실비아의 모습과 평범한 그녀의 남편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저렇게 살 수도 있구나. 보기 좋았다.
실비아가 잠깐씩 와서 소주를 한 잔씩 입에 털어 넣고 갔다.
과연 쇠고기는 맛있었다.
유미는 구운 고기 몇 점과 소주 두 잔을 마셨다.
한 30분쯤 기다리니 실비아가 외투를 걸쳤다.
“민지 아빠, 이제 슬슬 끝나 가니까 자기가 카운터 좀 봐. 나 이 친구랑 차 한잔 마시고 올게.”
“다음엔 좀 한가할 때 놀러 오셔서 저희랑 술 한잔해요.
집사람이 술을 좋아하는데 제가 좀 못해서…. 집사람 스트레스 좀 풀어 주세요.”
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굽실거렸다.
친절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
식당 밖을 나온 실비아가 물었다.
“혹시 차 가져왔니?”
“응. 왜?”
“차로 가자. 이 동네 가게는 다 아는 사람들이거든.”
유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실비아를 차로 안내했다.
“야, 좋은 차 타네. 하긴 요즘 이 동네에선 국민차야.”
실비아가 차 안을 둘러보더니 유미를 보고 웃었다.
잠시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
유미가 말문을 열었다.
“남편이 참 착해 보인다.”
“가끔 속 터져. 술도 전혀 못하고. 평생 룸살롱이란 데는 가 본 적도 없는 위인이야.”
“어디로 좀 움직일까? 술 한잔할래?”
“아냐, 너랑 오늘 마시면 너랑 나랑 뽀록날 거 같아. 오늘은 여기서 잠깐 얘기할게.”
“홍 마담이 살림 차린 스폰이 누구야?”
“참, 곽 상무가 그걸 누가 알고 싶어 하는 거냐고 먼저 말하라고 하더라.
상도의가 있다나 어쨌다나. 아니면 자기한테 직접 연락하래.
그 사람 지금 이 바닥에서 텐프로를 두 개나 운영하고 있거든.
전화번호는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어. 지금 찍어.”
유미는 실비아가 불러 주는 전화번호를 자신의 핸드폰에 찍었다.
“네가 직접 물어 봐. 홍 마담은 재계나 정계 그리고 조직에도 발이 넓었대.”
“그럼 더 이상 자세한 건 모르는 거야?”
“그런데 당시 Y회장과 모 정치가가 아삼륙이었다는데, 지금은 원수가 되었다네.”
“Y회장? 모 정치가는 누구야?”
“몰라. 곽 상무가 그 정도로만 말했어.
그러고 보니 내가 홍 마담 밑에 있을 때 그런 사람들을 모셨던 자리에 한번 나갔던 거 같아.”
“Y회장이라면 지금 YB그룹 회장 아냐?”
“글쎄, 그런가? Y회장이 어디 한둘이야? 몰라. 난 그런 분들하고 2차는 나간 기억이 없어.
난 좀 인기가 별로였잖아. 잔챙이들만 상대했잖아.”
유미는 Y회장이 윤 회장이라고 믿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 홍 마담이 작년에 뺑소니차에 치여 죽었대.
가족이라고는 열 몇 살 먹은 아들 하나라는데 그 애는 미국에서 학교 다니느라
아무도 홍 마담의 죽음을 파헤치지 못했나 봐.
개죽음이지 뭐. 너무 불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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