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6> 악어와 악어새-2
“어, 나나? 나 민지 엄마야.”
민지 엄마? 아아, 실비아….
“이 밤에 웬일이야?”
“잠깐 좀 볼 수 있을까? 가게에 들러서 저녁이나 먹고 가지.”
“저녁은 약속 있어서 지금 먹고 있는 중이야.”
“그럼 전화로 말해야 하나…?
한번 보고 싶기도 했는데. 저기, 전에 물어보던 홍마담 언니….”
유미는 용준의 눈치를 보며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래, 말해 봐.”
“그 마담 언니는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데? 작년엔가 교통사고로 죽었대.”
기대했던 소식에 실망감으로 유미는 기운이 빠졌다.
“그런데 그건 어떻게 알았어?”
“있잖아, 예전에 베사메무초에 총지배인으로 있던 곽상무, 너도 본 적 있을 거야.
왜 머리칼 좀 빠진 양조위처럼 생긴 사람.”
얼굴이 아른아른 떠오를 듯도 하다.
“그 사람한테 선이 닿았어.
그 홍마담 언니가 가게에 단골로 오던 VIP랑 살림을 차린 건 맞대.”
유미는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민지 엄마, 내가 그쪽으로 갈게.”
유미가 식탁으로 돌아오자 용준은 스테이크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있었다.
고기를 씹으면서 무슨 일이냐고 눈으로 물었다.
삼분의 일쯤 남은 스테이크에 더 이상 손대지 않고 유미는 말했다.
“다 먹었지? 미안해.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서….”
용준이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2차는 제가 쏘려고 했는데….”
“말이라도 고마워. 어쨌거나 오늘은 여기까지.”
레스토랑에서 용준과 헤어져 유미는 실비아의 고깃집으로 차를 몰아갔다.
청담동 골목에 있는 고깃집은 그리 크진 않지만 대형 유리창 밖으론 손님이 가득했다.
유미는 차 안에서 실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 바쁜 거 아니니?”
“좀 있으면 끝나. 오늘따라 회식 손님이 들이닥쳐서. 잠깐 들어와.”
유미는 할 수 없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으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는데 카운터를 보던 살집 좋은 여자가 다가왔다.
“어머, 어쩜 하나도 안 변했네. 나야, 이종숙.”
유미는 몇 번 눈을 깜빡거리고 나서야 예전의 실비아의 모습을
얼굴의 윤곽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실비아의 본명이 이종숙이었던가?
실비아가 바짝 다가와 귀에 대고 물었다.
“너 본명이 뭐였더라?”
“오유미.”
“맞다. 넌 본명도 그렇게 예뻤지.
우린 지금부터 초등학교 동창이야.
미동초등학교, 알았지?”
그때 고기를 굽던 남자가 두 사람을 보았다.
실비아가 유미를 데리고 가서 소개를 시켰다.
“민지 아빠, 내 초등학교 동창 오유미야.”
“종숙이 어릴 때 친구 오유미입니다.”
유미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실비아의 남편이 사람 좋게 웃었다.
“잘 오셨어요.
집사람이 친구가 없어요.
오늘 한우 살치살 좋은 거 있는데요.
이봐, 뭐해. 자리 좀 봐 드려.”
“아니에요. 저녁 먹었어요.”
“애인 혓바닥보다 더 살살 녹는데, 맛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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