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방/유혹

<284> 변신-17

오늘의 쉼터 2015. 4. 4. 23:29

<284> 변신-17 

 

 

 

정희가 유미를 의식해서인지 못내 부끄러운 듯 옷을 벗었다.

 

정희가 팬티와 브래지어만 걸친 속옷 차림이 되었다.

 

유미는 정희의 지시로 물러나 침대에서 멀찍이 떨어진 의자에 앉았다.

 

정희는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지 침대 위의 고급 레이스 캐노피를 풀어 내렸다.

 

은은한 조명 아래 은사(銀絲)처럼 드리워진 아른아른한 캐노피 안의 두 사람의 몸이

 

실루엣으로 보였다.

 

정희가 윤 회장의 몸을 천천히 리듬을 타며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무슨 향인지 모르지만 기분 좋은 향기가 침대로부터 퍼져 나왔다.

윤 회장의 기분 좋은 신음이 간간이 흘러나왔다.

 

어찌 보면 은은한 실루엣 속의 그 모습이 관음증의 흥분을 극도로 자극할 수도 있지만,

 

유미의 마음은 초조하기만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온 이 집에서 어떡하든 비디오테이프를 찾으면 좋으련만…

 

그때 침실로 들어오는 입구의 탁자 위의 무언가가 눈에 뜨였다.

 

작은 열쇠꾸러미가 분명해 보였다.

 

갑자기 소름 끼치는 직감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저거다! 그때 윤 회장이 푹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미스 신, 오늘은 어째 몰입이 잘 안 되는 거야?”

“회장님은 정말 예민하고 섬세하세요.

 

이 방에 늘 회장님과 둘만 있다가 누가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쟤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뭐. 난 아무렇지 않구만.

 

아니 차라리 누가 본다고 생각하면 그 기분도 나쁘지 않은데…

 

으음, 좀 더. 거기….”

그때 유미가 일어났다.

“언니, 저 또 속이 안 좋아서 나가서 좀 쉴게요.”

“어? 그래? 그래라. 얼른 나가서 쉬어라.”

정희가 반색을 하는 게 느껴졌다.

 

유미는 두 사람 모르게 슬쩍 열쇠를 쥐고 방을 나왔다.

 

방을 나오자 윤 회장에게 뭐라 하는 정희의 콧소리가 들려왔다.

 

유미는 얼른 서재로 가서 그 열쇠들을 이리저리 맞춰 넣어보았다.

 

마침내 어떤 열쇠 하나가 서랍의 구멍에 쏙 들어갔다.

 

열쇠가 딱 그 구멍에 맞는 그 순간,

 

유미는 삽입의 기쁨과 오르가슴의 격렬한 쾌락 같은 걸 온몸으로 동시에 느꼈다.

 

아, 이거다! 남자와 여자의 몸이 열리는 순간의 느낌은 열쇠가 딱 맞아 돌아가는

 

그 순간과 하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침내 서랍이 열렸다.

 

유미는 다시 한 번 방문을 열고 동정을 살피고 나서 서랍을 뒤졌다.

 

서랍의 맨 밑 칸에 누런 서류봉투가 잡혔다.

 

안에 비디오테이프가 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유미는 서류 봉투를 열고 테이프를 꺼냈다.

 

검은 테이프에는 어떤 포장도 없었다.

 

그러나 표시가 있었다!

 

그것은 그저 수거한 샘플 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그건 바로 지난봄에 유미의 집에서 없어진 그 테이프였다!

 

유미가 귀퉁이에 핀으로 긁어 아주 작은 X자를 그려 넣은 흔적이

 

희미하게 보이는 테이프였던 것이다.

 

유미는 잃어버린 자식을 도로 찾은 듯 기쁨에 겨워 그것을 핸드백에 넣고,

 

대신에 가져온 검은 비디오테이프를 누런 봉투 안에 넣었다.

 

그리고 봉투를 얌전히 다시 서랍 안에 넣고 서랍을 잠그고 일어났다.

소리 없이 안방으로 들어와 슬쩍 그 자리에 도로 열쇠꾸러미를 놓고 의자에 않으려 하니

 

정희가 옷을 입으며 다가왔다.

“쉬잇! 회장님 방금 잠드셨다.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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